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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07. 2022

기술×디자인×기업가 정신,
지역창업 교육의 미래

글. 조희정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2020년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마을의 진화: 산골마을 가미야마 마을에서 만난 미래』는 간다 세이지 기자의 아사히 신문 연재 글을 모아 낸 것이다. 성공적인 지역 재생 사례로 꼽히는 가미야마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된 공간, 오노지 공동주택(출처: in-kamiyama.jp)



인구 4,724명(2019년 6월 기준)

면적 173.3㎢

위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조


가미가야는 일본 수도 도쿄에서 500km 떨어져 있고, 오사카에서 차로 약 5시간을 운전해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소멸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 시골 마을로 65세 이상의 고령화율이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꾸준한 도시 브랜딩을 통해  웹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예술가, 요리사 등 다양한 직업인이 자발적으로 이주해 오고 있고 IT 벤처기업도 유입되는 마을이 됐다.



30년의 지역변화

가미야마의 지역 변화는 1991년 인연이 있는 미국의 도시로 인형을 보내 교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후 민간조직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되며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외국어 지도교사 연수사업 실시, 매해 국내외 예술가를 주민이 직접 뽑아서 체류하게 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운영, 대도시 벤처기업의 위성사무실을 10여 개 유치, 주민 의견을 중심으로 지역재생전략 수립,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와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설치, 산지의 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가치를 중심으로 푸드허브 프로젝트(Food Hub Project) 식당 운영, 공동주택 건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생긴 변화의 역사는 벌써 30년이나 되었다.

마을은 이 과정에서 자발적인 민간조직, 적극적인 마을사무소, 개방적인 벤처기업가, 남녀노소 일반 주민들이 갈등과 협력을 반복했다. 여러 매체에 알려질 정도로 빼어난 결과의 뒤에는 항상 이렇듯 충분한 논의가 뒤따랐다.  더불어 작은 시골의 처지에 비관하지 말고,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 일단 해보자’는 여유 있는 태도로 새로운 선택을 시도해온 것이 주효했다. 

‘30년 세월’이 투자된 변화라는 점이나, 그동안 이룩한 성과도 놀랍고, 무엇보다 작은 마을이어서 더욱 놀랍다. 책의 출판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미야마에 새로운 소식이 또 들려왔다. 바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의 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기업가 정신

어떤 변화든 지역을 단단하게 만들면서 계속 유지하려면 차세대 교육이 중요하다. 지역이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지 않으면, 고인물처럼 쉽게 썩기 마련이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두르지 않으며 꾸준히 새로움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미야마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새로운 학교를 세워 지속가능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일본의 고등전문학교는 일종의 실업계 고등학교로서 공장 노동자 등 현장 인력을 배출하며, 일본의 산업화 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런데 대량생산 대량소비 경제구조가 변화하고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실효성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런 시대에 가미야마는 새로운 시대가치를 반영한 고등전문학교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神山まるごと高専)’다. 학교의 미션은 ‘기술과 디자인으로 인간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다. 

여기서 기술 교육은 최근의 코딩 교육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그리고 AI와 IoT 등을 학습하여 숫자와 프로그래밍 활용능력을 높이는 내용이다. 디자인 교육은 웹디자인과 건축디자인뿐만 아니라 영상, 3D, 게임 UI/UX 디자인 등을 학습하여 말과 이미지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리더십뿐만 아니라 협업이나 다양한 전문가들의 정신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즉, 미래의 지역 취업이나 지역 창업에서 가장 필요한 세 항목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15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3년과 대학 4년을 5년으로 압축하여 교육한다. 

매해 2학기 30주 교육으로 국어, 영어, 사회과학, 자연과학, 보건체육, 미술, 정보공학, 디자인, 기업가 정신 그리고 각종 워크숍과 실습으로 이루어진 종합분야로 총 10개 분야에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문과와 이과 특성을 모두 겸비한 지역인재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또한 교실 교육만큼 현장실습, 직접실험·제작, 인턴근무 등 실용적인 체험교육도 진행하며, 다채로운 강사진으로부터 지도받기 위해 온라인 교육도 병행한다. 이와 같은 구성을 보면 교실이나 교사의 이론수업에 국한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인력을 동원하여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 지역의 미래를 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



중학교를 개조한 학교건물, 오피스(출처: kamiyama-marugoto.com)


(좌)학생과 주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연구실, (우)마을에서 생산되는 목재로 만든 다목적 이벤트 홀(출처: kamiyama-marugoto.com)



모든 이의 관심을 모아 지역 학교를 만들다

개교 준비는 2019년 6월부터다. 가미야마에 위성사무실이 있는 일본의 유명 IT회사 산산(SanSan)의 데라다 치카히로(寺田親弘)대표와 가미야마의 지역변화를 주도한 민간단체 그린 밸리(Green Valley) 이사 오오미나미 신야(大南信也)로부터 시작되었다. 50여 명의 전문가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주민을 설득하고, 마을 사무소에 협력을 구해 설득하고, 중앙정부 및 문부과학성(우리나라의 교육부)에서 지역재생 프로젝트로서 학교 설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기업 단독으로 큰 돈을 투입해 단번에 학교를 짓는 것이 아니라, 가미야마 답게 추진과정부터 많은 사람의 의견과 지식을 모았다. 3년이라는 충분한 준비기간 속에 2023년 4월에 개교를 앞두고 있다. 지금도 가미야마에서는 온오프라인으로 설명회와 특강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 홈페이지에 계속 정보가 올라오고 있으며1,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매월 뉴스레터2로 알려준다. 이렇게 개교 준비 과정 자체가 모두 공개되고 그 자체가 지역에서 필요한 지식과 인재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미야마라는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첨단기술을 습득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디자인 감각을 배우고, 아울러 창업과 취업에 적합한 진취적인 학습을 하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 명의 꿈이 아니라 가미야마라는 지역에 관계된 모든 이의 바람이기도 하다.  


고향납세 기부로 전원 기숙사 학비 무료 목표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는 사립학교로 매 학년 학생 40명 모두의 기숙사비와 학비를 무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그런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경우에는 적어도 장학금이라도 최대한 많이 준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이 돈 때문에 교육받을 기회를 망설이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마을사무소의 직접적인 재정이 아닌 개인과 기업의 고향납세기부를 받고 있다(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금은 일본 고향납세와 달리 기업의 기부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 2021년 말까지 총 200억 원을 모았는데 개인고향납세 30억 원, 기업고향납세 88억 원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5억 원 및 기타 직접 기부를 받았다. 그야말로 기업, 개인 및 온 마을이 힘을 합쳐 창의적인 지역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크고 작은 지역 내외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실습과 연습을 할 수 있는 교실(출처: kamiyama-marugoto.com)


가미야마의 시사점

가미야마 마루코토 고등전문학교는 단순히 시골에 지어지는 새로운 학교가 아니다. 주민들로서는 30년간 진행해온 크고 작은 시도로 형성한 지역의 창의적 정신을 후대에 잇고자 하는 시도다.

마을사무소(우리나라의 면사무소에 해당)는 마을의 재정을 직접 투자하지 않지만 지역내 중학교를 리모델링하거나 마을주민의 협조를 얻는 과정에 발 벗고 나서서 협력하며 학교 건설을 ‘교육의 일’에 국한하지 않고 

‘마을 전체의 일’로서 협력한다. 

가미야마에서 위성사무실을 운영하며 사업 발전과 지역사무실의 여유와 장점을 경험한 다수의 벤처사업가들은 지역주민과 지역자원에서 받은 혜택을 다시 지역에 보답할 수 있는 지역중심 교육프로젝트로 접근한다. 또한, 많은 기업의 기부와 ‘전문가 재능기부(Probono)’의 야심찬 교육내용이 기술, 디자인, 기업가 정신이라는 미래사회의 핵심키워드에 녹아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지역재생사업과 청년창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런 움직임이 현재에 어떤 의미가 있고,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이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가미야마 마루코토 고등전문학교는 지역창업과 창의적 생태계의 지속을 위해, 많은 자본과 뛰어난 지식을 갖춘 기업가와 전문가나 그들이 주도하는 일방적 교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 아이를 성인으로 키우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

1 https://kamiyama-marugoto.com (가미야마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

2 https://form.run/@saito-yusuke-1611307859 (학교 발행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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