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주한룩셈부르크대표부 대표
면적은 한반도의 0.012배, 인구는 64만 명, 1인당 GDP는 약 13만 5,000달러로 세계 1위, 룩셈부르크 이야기다.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작은 나라로 알려졌지만, 우주산업에서 룩셈부르크의 명성은 여느 강대국 못지않다. 민간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기술력과 정부 주도의 펀드 육성으로 룩셈부르크는 이미 ‘우주강소국’으로서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중이다.
룩셈부르크
· 면적 25만 9천㏊
· 인구 64만 2,367명
· GDP 867억 1,080만 달러
· 수도 룩셈부르크
농업 국가에서 우주강소국으로
프랑스, 독일, 벨기에 사이, 서유럽의 중심에 있는 룩셈부르크는 제주도처럼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국가다. 심지어 제주도와 인구, 면적이 비슷해 대표적인 유럽의 작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다르게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금융 중심지, 물류 중심지, IT 허브이다. 최근에는 미래 먹거리로 우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과거 우리나라처럼 농업 중심의 국가였다가 철강산업으로 기반이 세워졌다. 이후 자본의 이동에 대한 규제 및 세금 환경을 호의적으로 만들어 1980년부터 금융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펀드산업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펀드가 설정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곳이 되었다.
룩셈부르크는 경제 다변화 정책을 꾸준히 펼쳐 왔다. 2000년부터 ICT산업에 집중했으며 덕분에 최근 데이터 기반의 경제 분야가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룩셈부르크는 우주산업으로도 발을 뻗었다. 특히 우주 광물 채취에 관한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우주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크게 다섯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한다. ‘국가 경제의 다변화’, ‘우주 역량 강화’, ‘우주산업 경쟁력 향상’, ‘국제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기존 위성산업의 리더십 유지’ 등이다.
혁신적인 국가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는 혁신적인 국가이다. 이미 1980년대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위성 오퍼레이터 국가로 발돋움하였다. 2005년에 유럽우주기구(ESA, European Space Agency)의 17번째 회원국이 되면서 2008년부터 룩셈부르크의 우주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다.
초반에는 인공위성사업에 중점을 두었지만, 최근 미래 먹거리로 우주 광물 채취에 나서면서 룩셈부르크의 우주개발 계획인 ‘스페이스리소스 이니셔티브(SpaceResources.lu initiative)’를 시작했고,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룩셈부르크우주청(LSA, Luxembourg Space Agency)과 유럽우주자원혁신센터(ESRIC, Europe Space Resources and Innovation Center)를 만들었다. 스페이스리소스 이니셔티브는 달, 화성, 소행성에서 발견되는 광물을 채취하여 지구와 우주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 6명의 국제 자문위원들이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을 지냈던 김승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함께하고 있다.
룩셈부르크가 우주 광물 채취에 자신 있게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룩셈부르크에는 철강석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철강산업이 경제를 세우는 중심 역할을 하였다. 1980년대 위성사업을 시작할 때도,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하고 선뜻 나서지 않았지만, 당시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공위성 회사가 현재는 전 세계에서 업계 1~2위를 다투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우주에서의 광물 채취 산업 육성은 과거의 성공으로 얻은 결과물이자, 혁신을 도모하는 룩셈부르크 정부의 과감한 도전인 것이다.
현재 룩셈부르크에는 70여 개의 우주산업 관련 기업 및 기관이 있다. 대표적인 위성 회사 ‘SES’부터 시작해서 달 탐사 로버를 보내는 스타트업 ‘ISpace’까지 다양한 회사들이 유기적으로 룩셈부르크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우주기업, 우주지상국 구축 및 위성 데이터 수신·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컨텍’도 합류하여 유럽뿐만 아니리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룩셈부르크가 본격적으로 우주 정책을 세우고 우주산업 육성을 시작하면서 약 10여 년 만에 우주 관련 기업 및 인력이 4~5배나 증가했다. 또한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있어 이 숫자는 계속하여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룩셈부르크가 추진하는 우주산업 전략
룩셈부르크우주청 LSA는 흔히 알려진 ESA(유럽), NASA(미국), JAXA(일본)와는 차별화된 기관으로, 역할과 기능이 조금 다르다. 우선 LSA는 우주 기술 개발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자국의 우주산업 성장을 목표로 관련 생태계를 강화하고 기업에 우주 개발에 관한 판을 마련해 주는 게 주요 임무이다. 이를 위해 인재 양성과 국제 프로젝트 참여에도 힘쓰고 있는데, 특히 룩셈부르크는 자체적으로 ‘룩스임펄스(LuxIMPULSE)’라는 우주산업 지원 프로그램과 우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ESA와 EU의 우주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LSA는 먼저 우주 광물 탐사 및 사용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데 기여했다. 이에 따라 우주 광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이 만들어졌고, 이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 미국 다음으로 우주 광물 소유권이 법제화한 것이다. LSA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우주 기업이 우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환경, 선박, 항공,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활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룩셈부르크 정부의 노력에도 기여하고 있다.
각 기관의 역할과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LSA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는 재정 지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룩셈부르크 정부의 다양한 R&D 지원이나, ESA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핏포스타트 스페이스(Fit4Start Space)’라는 프로그램은 우주 스타트업에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다른 지역의 기업이 유럽에 잘 자리 잡고 충분히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초기 5만 유로의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금을 제공하고 사무 공간과 전문 코치를 4개월간 지원한다.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 중, IR을 통해 투자를 유치한 기업에 10만 유로를 추가 지원한다. 그 밖에도 국책은행인 SNCI나 민간주도의 우주투자 펀드와도 연계하여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LSA는 매년 ‘뉴 스페이스 유럽(New Space Europe)’ 콘퍼런스를 주관한다. 최고의 우주 전문가들이 모여 신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네크워크를 형상하는 행사다. 큰 비전을 가지고 우주산업에 도전한 스타트업이 세계에 새로운 기술을 소개할 기회도 제공한다. 특히, 올해에는 한-룩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오는 10월 27일 진행될 뉴 스페이스 유럽 콘퍼런스에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을 위한 특별 IR 세션도 마련되고 있다.
ESRIC에서는 우주 광물 및 혁신적인 우주 기술의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상업화를 돕는다. 또한 관련된 기업과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산업 동향 및 기술에 대한 지식을 공유한다. 룩셈부르크는 우주 자원 활용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위하여 세계 최초로 매년 ‘우주 자원 관련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SSP)이라 불리는 ESRIC의 사업은 지상 및 우주 응용 프로그램을 통한 우주 자원 활용 기술 개발 분야의 스타트업 지원을 목표로,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5년 동안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현재 참가 스타트업을 모집 중이고 오는 8월 28일까지 ESRIC 홈페이지(https://www.esric.lu/call)에서 지원할 수 있다.
룩셈부르크우주청(LSA)의 핵심 역할
- 국가 우주 경제 개발 전략 및 정책 시행
- 스페이스리소스 이니셔티브 주도
- 우주산업 관련 문제의 국제 관계를 관리
- 유럽 우주국(ESA) 및 유럽 연합의 우주 관련 프로그램 내에서 룩셈부르크를 대표
- 특히 스페이스리소스 이니셔티브 관련 우주 문제와 UN 활동 지원
- 국가 우주 연구 및 개발 프로그램 관리
- 우주 개발과 관련된 문제에서 공공 및 민간 이해 관계자의 초점 역할
우주 스타트업은 왜 룩셈부르크로 향하는가
현재 룩셈부르크는 우주산업을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여기며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주산업 스타트업을 위한 여러 가지 투자 펀드나 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도움이 되지만, 기업으로서는 그보다 실질적으로 우주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다양한 우주 기업들이 모이고 서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환경, 다른 우주기업과의 비즈니스 협력 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실제로 LSA는 직접 기술 개발이나 연구를 진행하지 않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의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우주산업 스타트업이 룩셈부르크로 몰리는 이유이다.
이처럼 룩셈부르크는 민간 기업과 함께 우주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며 우주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주요 기술과 전문 지식의 발전을 도모하는 룩셈부르크의 전략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주 자원 탐사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룩셈부르크의 행보를 주목할 때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