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나는 우주
우주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는 제주도 곳곳에는 우주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가득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우주에 미래와 희망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경험한다. 신기한 우주 이야기와 지식이 가득한 박물관부터 도심을 살짝 벗어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별빛을 즐길 만한 장소까지. 우주를 담은 제주도의 멋진 공간을 살펴보자.
항공우주과학의 모든 것
우주와 항공을 주제로 한 전시와 체험이 있는 곳,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아시아 내에서 항공우주 관련 박물관 중 최대 규모(연면적 3,167㎡)를 자랑한다. 2014년 4월 개관한 이후 첨단 기술과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콘텐츠 및 체험거리를 제공하며 단순 관람을 넘어 항공우주산업의 비전을 제시한다.
박물관에 도착했다면 가장 먼저 둘러봐야 할 곳은 단연 ‘항공역사관’과 ‘에어홀’이다. 1층에서 시작하는 항공역사관에서는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인간의 꿈과 도전의 역사부터 항공산업의 미래까지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에어홀에서는 30m 높이의 천장에 실제 항공기와 똑같은 모습의 비행기 모형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늘 너머 좀 더 높은 곳,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천문우주관’까지 가보자. 그 옛날 우주를 탐구했던 선조들의 기록과 최근 활발해진 우주산업에 대한 정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기상 관측대인 첨성대 모형부터, 지난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실제 크기 모형이 있어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발전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교육적 요소에 시청각 효과를 더한 ‘테마존’이다. 미래에 이루어질 여행에 관한 콘텐츠가 있는 곳으로, 대형 스크린과 입체 영상을 이용해 흥미롭게 구성했다. 특히 돔 영상관인 캐노프스에서는 반구형 천장에 비치는 영상이 하늘과 우주 그리고 별자리의 생생한 모습과 이야기를 전한다.
우주 환경 감시 전문기관
태양의 활동을 24시간 감시하고, 우주의 전파 재난을 예측·예보하는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는 국민의 안전한 전파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기관이다. 다가올 2025년은 태양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극대기(평균 11년 주기)’로 예측된다. 이때가 되면 태양 흑점 주변의 자기장이 서로 뒤엉키고 폭발하며 X선, 고에너지 입자 등이 발생한다. 이런 물질이 우주로 방출돼 지구에 도달하면 방송, 통신, 위성, GPS 같은 첨단 기술 및 서비스가 피해를 받는 등 우주전파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우주전파센터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태양 활동과 지구 영향에 대한 예보 자료를 국제기구와 공유하고, 위성 관측자료를 미국, 유럽 등 해외 예보 기관과 공동 수신하여 24시간 태양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공조 체계를 갖춰 우주전파재난에 국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주전파센터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태양풍 구성 입자와 자기장 상태 등 태양 관측 위성테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신하는 위성수신기는 제주도의 넓은 들판과 어우러져 영화에서나 볼 법한 풍경을 자아낸다. 다만, 우주전파센터는 일반인에 열려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이유도 없다. 청소년과 일반인, 관련 분야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견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니 태양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과 이색적인 풍경이 궁금하다면 홈페이지에서 견학을 신청해 꼭 한번 방문해볼 일이다.
우주 탐구와 천문 학습의 장
제주별빛누리공원은 청소년들에게 우주산업의 비전과 꿈을 키워주는 과학문화 공간이다. 밤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날씨가 좋다면 천체 망원경으로 달과 별을 마음껏 구경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별에 대한 콘텐츠가 가득해 연인이나 가족이 함께 밤에 가볼 만한 명소로 손꼽힌다.
제주별빛누리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태양계 광장이다. 태양부터 해왕성까지 태양계 행성의 모형이 우람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조금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면 태양계 행성이 한눈에 보여, 우주의 장엄함을 실감케 한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서면 VR 다초점 안경을 착용하고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우주여행 영상을 시청하는 4D 영상관이 방문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전시관 2층으로 올라가면 제주별빛누리공원의 하이라이트, 천체투영실이 있다. 134석 규모의 편안한 의자에 누운 듯이 앉아 천장에 있는 스크린에 투영되는 천체 영상을 보는 곳으로, 실제 눈앞에서 별을 관찰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다. 전시실 벽면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아름다운 황도12궁 별자리를 볼 수 있는데, 손을 대면 별자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외에도 위도 변화에 따라 북극성의 위치를 확인하는 체험과 달 탈출게임 등의 활동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관 관람이 끝나고, 직접 별을 구경하고 싶다면 한 층 더 올라가 관측실로 향하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해가 진 시간은 천체 망원경에 눈을 대고 직접 별을 관측할 최적의 조건이다. 일식이나 월식 등 특별한 천체 현상이 있을 때는 특별관측회를 진행하니 관심 있게 살펴보자. 제주도의 밤하늘이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해발 1100m에서 보는 밤하늘
많은 이들이 1100고지를 찾는 이유는 밤하늘을 가리는 장애물 하나 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보이기 때문이다. 1100고지라는 이름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1100도로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붙여졌다.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좋다. 1100고지로 향하는 길은 누구나 알아주는 드라이브 명소다. 여름이면 좌우로 녹음이 끝없이 이어지며, 겨울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눈꽃 명소다.
일자로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다 가장 높은 곳에 이르면 8각형의 전통지붕이 올려진 1100고지휴게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에게는 좋은 쉼터가 되기도 한다. 휴게소 오른쪽에는 산악인 故 고상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동상과 백록의 전설비가 멋을 더 한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고상돈은 1977년 9월 15일 한국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른 등반가다. 고상돈 동상과 함께 있는 백록의 전설비는 한라산에 있었다는 흰 사슴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곳이 바로 멋진 야경 사진 촬영 장소다. 높이 서 있는 흰 사슴 동상 뒤로 누군가 뿌려 놓은 듯 별이 가득한 풍경은 오직 1100고지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1100고지 습지는 특이하게도 한라산 고원지대에 16개 이상의 습지가 모여 형성된 곳으로, 한라산에서만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도 볼 수 있다.
별 보러 떠나는 야간 트레킹 명소
하늘에서 보면 용이 누워 있는 모양처럼 보인다는 용눈이오름은 산 한가운데가 크게 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용의 눈처럼 보인다고도 한다. 해수면에서부터 높이는 246.8m로 생각보다 높지만, 지면에서부터는 88m로 부담 없이 오르기에 적당하다.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답게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른다. 보통 속도라면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40~50분 정도. 정상에 오르면 근처에 있는 다랑쉬오름, 손지오름, 은다리오름까지 보이며, 하늘이 맑은 날이면 멀리 있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도 한눈에 담긴다. 특이한 점은 용눈이오름은 3개의 분화구가 모여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북동쪽의 정상봉을 중심으로 세 봉우리가 있고, 그 안에 동서 쪽으로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용눈이오름은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푸릇푸릇한 잔디가,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억새나 눈이 오름을 뒤덮어 마치 사람처럼 철에 맞는 옷을 갈아입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름에서 보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밤하늘이다. 강한 빛을 내는 도심과 떨어져 있어 오로지 별빛 관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명소다.
정상에 오른다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별을 관측하겠지만, 지금은 오름 식생복원과 보전관리를 위해 지난 2021년 2월 1일부터 2023년 2월 1일까지 2년간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있어 출입이 제한되었다. 그러나 꼭 오르지 않아도 좋다. 넓은 주차장에서 제주도의 하늘을 바라보면, 유연한 곡선을 자랑하는 용눈이오름의 능선과 반짝반짝 빛나는 제주 하늘의 별이 만든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초원과 별빛이 조화를 이루는 곳
드넓은 초원에 자유롭게 말과 소가 뛰놀고 있는 삼다수 목장은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은 승마 체험 장소다. 특히 넣은 초원과 맑은 하늘이 함께 보이는 풍경은 아프리카를 닮아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당장이라도 말을 타고 달리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삼다수목장에서는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데, 말과 교감하며 초원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경험은 색다르다.
삼다수목장은 한때 배우 소지섭 출연한 카메라 광고 속 배경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미 그전부터 사진 좀 찍는다고 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제주의 세렝게티라고 불리며 꼭 가 봐야 할 출사 장소로 유명했다.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 위에 여백을 두고 우뚝 솟은 나무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잠시 자연 속에서 평온함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곳은 없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볼 수 있으니 한 번 방문으로는 부족한 곳이다. 낮에 초원과 푸른 하늘의 풍경을 감상했다면, 밤에는 제주의 밤하늘을 봐야 아쉬움이 없을 터. 근처에 높은 봉우리가 없는 넓은 평지라 동서남북 어디를 바라보든 확 트인 하늘이 보인다. 초원의 나무나 멀리 있는 한라산과 함께 밤하늘의 별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장소로 가장 좋은 선택지다. 살짝 안개가 있거나 해가 질 때 모습도 절경이라 때를 언제든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삼다수목장 근처에는 아름다운 길도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입구에서 10분 정도 쭉 걸어 나와 작은 도로를 건너면 약 200m 길이의 숨겨진 사진 명소, 샤이니숲길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처럼 양쪽에 곧게 뻗은 나무와 낮은 돌담이 끝없이 이어져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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