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석 코코리제주 대표
못생겼다는 이유로 상품 가치가 없는 감귤을 그냥 버릴 수밖에 없을까. 코코리제주는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불리며 버려지는 감귤을 업사이클링해 친환경 손 세정제를 탄생시켰고, 제주국제공항 화장실에 손 세정제가 비치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다. 버려지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코코리제주 양홍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름이 굉장히 특이해요. ‘코코리’,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코코리제주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코코리제주는 제주도를 포함해 지구 전체의 환경과 자연, 사람을 지켜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브랜드입니다. ‘코코리’가 ‘깨끗하게’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거든요. 버려지는 못난이 귤을 활용해 다양한 세정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표면에 상처가 있거나 크기가 너무 작은 귤들은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있어요. 이를 재가공해 다양한 천연 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체에 해로운 합성방부제나 인공 향, 인공 색소가 들어가지 않죠. 업사이클링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이름 그대로, 깨끗한 제주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세제 제조 회사에 근무하셨다고요. 세제와 감귤. 잘 연결이 되지 않는 분야인데, 어떻게 천연 제품을 개발할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잠시 경남 양산시에 있는 세제 제조 회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친환경 제품 파트를 담당하면서 외국산 오렌지 오일을 이용한 세제를 만들었죠.
하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료는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렸죠.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으니 원료 수급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때 떠오른 건 제가 어릴 때 늘 보고 자랐던 제주의 감귤이었어요. 친척이나 주변 지인들이 귤 농사를 많이 짓는데, 감귤 수확량 15~30%가 못난이 농산물로 분류되면서 대부분 그냥 버려지거든요.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에 제주도에 널려 있는 귤을 써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곤 했는데, 아쉽게도 귀담아듣는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퇴사 후 제주에 돌아와 아는 사람 몇몇을 모아 함께 연구해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죠.
가장 먼저 세정제의 핵심원료가 될 감귤 오일의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샘플을 가지고 오렌지 오일과 감귤 오일을 비교해보고 경쟁력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료가 되는 감귤 껍질이 오렌지보다 얇아 생산되는 감귤 오일 양이 조금 더 적다는 것. 그거 하나만 차이가 있었죠.
원료를 수입하다가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상당해 보입니다. 원료가 되는 감귤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나요?
제가 제주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폐기될 못난이 농산물을 사겠다고 하니 의심 가득한 시선을 많이 받았죠. 불법으로 육지에 싸게 팔아먹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활용 용도를 차근히 설명해 드렸고, 지금은 많은 농가에서 신뢰를 보내주고 계셔서 원활히 원료를 수급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버릴 수밖에 없는 파치를 구매해서 좋은 상품을 만든다고 하니, 농가 입장에서는 좋은 거래죠. 저희도 저렴한 가격으로 원료를 구입할 수 있어 좋고요.
합성방부제나 인공 향, 인공 색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하고 계십니다. 이처럼 코코리제주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게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처음에는 친환경이나 사회적 영향력 같은 이런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좋은 원료를 쉽게 공급받아서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여러 농가와 교류하고 천연 제품을 개발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항상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저 역시 친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환경운동가보다는 사업가로 남겠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는 친환경을 실천하려 노력할 예정입니다. 나 혼자 잘 사는 것보다는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이 훨씬 살만하잖아요. 환경을 지킬 방법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충분한 대안이 있으니 환경을 지키며 사업을 영위할 생각입니다.
코코리제주의 손 세정제가 제주공항에 납품되고부터 화제가 된 것 같습니다. 제주공항에 손 세정제를 어디서 구매했냐는 문의가 이어졌다고요?
처음에 대용량 용기에 담긴 제품을 다른 업체에 납품하는 식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B2C, 즉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소용량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자동화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고 인력도 부족한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대용량 제품이 제주공항에 납품되었고, 화장실에 비치된 거죠. 감귤향이 나는 세정제라서 상징성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공항 이용객 중 많은 분이 눈여겨보고 제주공항에 세정제에 관한 정보를 알려달라며 여러 차례 문의했나 봐요. 그 후로 이용객이 코코리제주 제품인 것을 바로 알 수 있도록 공항에 비치된 제품에 코코리제주 마크가 새겨진 라벨을 부착했어요. 덕분에 코코리제주 제품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져 소용량 제품의 가능성을 발견했죠. 이제는 여러 대기업에서 위탁 생산을 의뢰도 들어옵니다. 다양한 협업 제안을 받고 있는데요. 추후 생산 시설의 규모를 확장하면 본격적으로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코코리제주 제품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피부에 닿는 촉감이 좋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들이 주방세제와 손 세정제인데, 모두 직접 손에 닿는 제품이잖아요. 천연 원료를 썼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와 영국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습니다. 또 버려지는 감귤을 활용했으니 환경보호에 대한 가치도 담겨 있죠. 사용했을 때 은은하게 퍼지는 천연 감귤향뿐만 아니라 세정력이 좋고, 자극이 적다는 반응이 많았고요.
감귤에서 세정제 원료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다시 비료로 활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원료 추출부터 찌꺼기까지 버려지는 것 하나 없네요?
제주 농가로부터 가져온 감귤을 직접 착즙해 얻은 원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귤박이라는 게 남아요. 커피박처럼, 원료를 추출한 후 남은 찌꺼기죠. 과거에는 만연하게 바다에 버리기도 했지만, 2016년부터 육상 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되면서 감귤주스 제조업체들은 감귤박을 모아두었다가 비용을 주고 한꺼번에 폐기하고 있죠.
그러다가 한 농가에서 감귤박을 거름으로 활용하면 어떻겠냐는 좋은 의견을 주셨어요. 제주 지역의 청년 농부 몇 분이 감귤박을 실제로 거름으로 활용해도 농작물에 문제가 없는지를 직접 실험해 주셨고, 감귤박에 함유된 칼륨과 인 성분이 작물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 농부들에게서 얻은 못난이 농산물로 세정제 원료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까지 활용하는 선순환을 통해 사회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 농가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버려질 것들을 순환시키며 성장하고 있는 코코리제주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요?
현재 조천읍 쪽에 새로운 제조시설을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보다 확장된 제조시설이 만들어지면 계속 쏟아지는 협업 제안에 조금 더 수월하게 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코코리제주는 항상 소비자 니즈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저희 슬로건이 ‘더디지만, 진짜를 만들자’거든요. 이 슬로건처럼 조금 느리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기 세척기 전용 세제도 고민하고 있고, 반려동물 샴푸, 탈취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어요. 감귤 말고 새로운 원료도 발굴할 생각입니다. 우선은 못난이 청귤을 염두에 두고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꿈도 많고 포부도 큰 만큼 코코리제주는 앞으로도 제주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계획이니,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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