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병선 센터장 취임 인터뷰
설립 7주년을 맞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제4대 센터장으로 이병선 센터장이 취임했다. 이병선 센터장의 취임으로 급변하는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 속,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의 2막이 열렸다. 이병선 신임 센터장은 ‘연결’과 ‘소통’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갈지 제주센터 직원들과의 대담을 통해 들어보자.
연결과 소통으로 만드는 선순환 사이클
박윤혁 제주의 스타트업 생태계 기반 마련과 창업가 육성, 지역혁신을 추진 중인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제주센터)가 새 센터장님 취임과 함께 새로운 도약에 나섰습니다. 제주센터의 네 번째 수장으로 임명되셨는데요. 신임 센터장으로서 중요하게 꼽는 변화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이병선 바로 ‘연결’과 ‘소통’입니다. 우리 제주센터의 비전이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입니다. 제주센터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속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유의미하게 가져가야 하죠.
또 제주센터가 현재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죠. 스타트업 관계자, 투자자 그리고 관련 기관 종사자를 직접 찾아가 제주센터에 대해 바라는 점을 듣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알려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외부적 소통 못지않게 내부적인 소통도 중요하고요. 조직이 발전하려면 상하좌우의 언로가 트여 있어야 해요. 내부 소통이 잘돼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새로운 업무 방식이 만들어지며 센터 자체의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박윤혁 제주센터가 처음 설립된 2015년과 비교했을 때보다 현재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발굴, 지원하는 기관이 늘어났습니다.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바람이 부는 지금, 제주센터가 나아갈 방향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이병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생겨난 것은 제주 지역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이제는 커가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제주센터가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시점이지요.
제주센터는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 각 기관과 유기적인 연결을 이뤄갈 계획입니다. 다만 제주도에서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관은 제주센터가 유일하다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스타트업의 발굴과 육성, 투자 그리고 회수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이런 사이클을 보며 스타트업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기반은 우리 센터가 가진 강점이지요.
가능성 있는 창업가 발굴 노력
오프라인 네트워킹으로 연결되는 창업 문화
최소영 국내 창업 육성 지원 기관으로서 제주 센터가 예비·초기 창업자와 관련한 창업 문화를 활성화하고, 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제주센터에서는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할까요?
이병선 제주센터 설립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청년이 창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제주센터의 역할은 그중 미래 성장 가능성 있는 팀을 발굴하고, 해당 팀이 상당한 규모의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가를 발굴·육성하는 기관과 소통해 좋은 팀을 찾아낸 후 창업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방식이 필요하죠.
최소영 지난 몇 년간 심각했던 코로나19 확산으로 창업팀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단계에 많은 영향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소 네트워킹이 부족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병선 물론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19로 직접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이 줄었는데,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대면 행사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창업가들에게 의미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자주 열어 가능성 있는 창업가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야 해야 합니다.
공공으로서의 역할 중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투자생태계 조성
이한솔 제주센터는 지역 스타트업 지원 기관으로서 우수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아이디어 피칭데이와 각종 경진대회, 입주지원 프로그램, 전문가 컨설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주센터가 제주 지역의 유일한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지 궁금합니다.
이병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비창업자나 보육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일이죠. 규제를 완화하거나 공적 자원을 이끌어 내는 일, 또는 펀드를 조성해서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 등이 적재적소에 필요합니다. 민간 액셀러레이터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민간이 보유한 노하우나 기술을 우리 보육기업과도 나눌 수 있도록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야 하죠.
이한솔 제주센터 대표 사업 중 하나로 ‘시드머니 투자사업’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최초로 제주센터가 제주도의 출연금을 지원받아 시행했고, 2021년에는 제주센터와 크립톤이 함께 도민자본을 기반으로 개인투자조합 1호를 결성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제주센터의 노력으로 제주에도 투자생태계가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자본 부재 등의 지역적인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는데요. 앞으로 지역 투자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어떠한 점을 중점에 둬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병선 현재 제주센터의 시드머니 투자 사업이 선도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J-Connect〉 여름호에 아주 좋은 사례가 소개되었죠. 바로 ㈜컨텍인데요. 제주도에 우주지상국을 만들고 있는 ㈜컨텍은 본사가 대전에 있지만, 제주센터가 처음 발굴하고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테크노파크를 연계하여 제주도에 지상국 부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했죠. 현재 ㈜컨텍이 세계적인 우주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한 덕분에 제주도의 우주산업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이고요. 이처럼 제주에 비즈니스 거점을 갖고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가져올 파급되는 요소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계속해서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합니다. 시드 단계를 지나서 시리즈 단계까지를 바라보며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죠. 제가 취임 후 가장 중점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어떻게 펀드를 조성해서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할 것인가’입니다. 이를 위한 세부적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한혜원 제주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테크기반의 스타트업과 제주 지역 자원을 활용한 로컬기반의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테크와 로컬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 둘을 잘 융화시키려면 제주센터는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이병선 제주센터 입장에서 보면 테크와 로컬은 양 날개 혹은 수레의 두 바퀴가 됩니다. 이 둘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하죠. 창업 생태계에서는 투자와 자본의 논리에 따라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에 더 규모 있는 투자가 이뤄집니다. 제주에서도 적극적으로 테크 기반 스타트업을 육성해 첨단산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죠. 반면 로컬 스타트업은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로컬 스타트업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로컬 스타트업은 지역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고 오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듭니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한 로컬 스타트업을 대기업 ESG투자와 연결시킴으로써 미래가 그려질 수 있습니다. 해당 사례가 몇 번 등장하면 로컬크리에이터 사업도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고, 테크와 로컬 양 날개를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열린 문 소통으로 직원들과 신뢰 쌓을 것
박윤혁 센터장으로 부임하신 뒤 한 달 정도가 흘렀죠. 직원들과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소통 방안도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병선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명씩 직접 만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격식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직원들이 뭘 생각하는지 충분히 듣고, 현재 일하는 데 애로 사항이 없는지를 파악할 예정입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제주센터의 비전과 개선 방안, 나아갈 점 등에 대해 의견을 들어 전체적인 그림, 구조를 잡아보려고 하고 있지요. 나름대로 직원과의 소통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이한솔 센터장실의 문은 항상 열려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부러 닫지 않으시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언제라도 들어오라는 의미에서 문을 계속 열어두신다고요.
이병선 제가 늘 열어놓겠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좋은 공간이 그냥 닫힌 곳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오가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와서 크고 작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이 건강한 조직의 모습이니까요. 지금의 트렌드는 젊은 세대가 만들어가고 있고, 그들의 아이디어와 특성이 조직의 작동 원리로 작용하지 않으면 어떤 조직이든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 센터 역시 어떤 스타트업 못지않게 젊어야 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우리 직원들도 더 용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언제든 오세요. 제 방문은 늘 열려 있습니다.
이병선 센터장 약력
경력
· 2022. 8. ~ 현재 제4대 (재)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 前 카카오 대외협력 부사장
· 前 오마이뉴스 부국장
· 前 문화일보 기자, 도쿄특파원, 국제부장
학력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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