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Nov 03. 2022

지속가능한 디지털 물류 시장을 만들어 가는 기업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분사한 코코넛사일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물류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ESG경영을 실천하며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 확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센터 보육기업으로 지원을 받으며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코코넛사일로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코코넛사일로 김승용 대표


현대자동차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코코넛사일로는 어떤 스타트업인가요?

코코넛사일로는 현대자동차 사내 창업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기업입니다. 현재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물류 산업 분야에서 AI 기반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 ‘코코트럭(COCO Truck)’을 서비스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화물주와 화물차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화물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코코트럭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화물에 대한 정보와 출발 및 도착지를 설정하면 이를 운송해 줄 화물차와 연결해줍니다. 중간 단계가 사라지니 효율성이 높아졌고, 비용도 절감되죠.

트럭닥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화물차 정비 플랫폼입니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데,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제조사인 다임러트럭코리아와 협업하여 개발한 플랫폼입니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정비 예약을 할 수 있고, 사진을 촬영하거나 소리를 녹음해 업로드할 수 있어 정비소에서 트럭의 상태를 미리 확인할 수 있죠. 이처럼 현재 물류 시장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디지털화를 이뤄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는 것이 신기한데요재작년 6월 분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창업 과정은 어떠했고또 사내 스타트업으로서 출발했다는 것에 장점이 있을까요?

창업은 대학생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대학생 창업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잖아요. 무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처럼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죠. 그렇게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입사했어요.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 분야에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죠. 그러다 2018년에 사내 스타트업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운이 좋게 1위로 선정되었어요. 당시 상용차를 사업 아이템으로 제출한 팀이 저 말고는 거의 없었는데, 심사위원들이 그 점을 신선하게 느꼈나 봐요. 2년간의 보육 기간을 거친 후 법인을 설립하고 분사 이후 열심히 코코넛사일로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니 대기업 사내 스타트업 창업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빠른 성장이나 사업 영역 확장도 중요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생존만큼 중요한 게 없거든요.


비대면 화물차 정비 플랫폼 앱 '트럭닥터'


현대자동차 사내벤처인데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 물류 시스템을 아이템으로 선정한 것이 눈에 띕니다베트남이라는 해외를 시장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고요.

베트남은 물류산업 분야만 놓고 본다면 정말 좋은 시장입니다. 대학생 때 자원봉사로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도시가 상당히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생동감이 넘쳤죠. 그때부터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베트남 하나의 시장만 볼 것이 아니라, 베트남을 발판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진출할 수도 있죠. 현대자동차를 선택한 이유도 베트남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상용차 분야만 따지면 현대자동차 사업 중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거든요. 입사 면접 때도 면접관에게 베트남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베트남은 문화나 제도적으로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는데요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본사는 서울에 있고, 베트남 호찌민시티에 따로 법인이 있어요. 현재 베트남 법인에는 12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역적,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단적인 예만 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직급에 따른 상하관계가 명확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래서 직원들이 입사 후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대우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몇 년 사이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은 코로나19의 영향도 많이 받았죠. 거의 2년 동안은 베트남에 들어갈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겠지만, 다행인 점은 있습니다. 그 시기 동안 회사의 내부 행정 체계를 잡는 데 노력했어요. 외부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성과이지만,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더 탄탄한 조직 구조를 이루고, 업무 수행 방식을 체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호찌민시티에 있는 현지 법인


친환경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영국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 등과 함께 미국의 비영리 기관 비랩이 부여하는 비콥(B-Corp) 인증을 받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특히 기업 구성원 부문에 최고 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 기업 중 유일하고요.

코코넛사일로는 임직원들에게 건강한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콥 인증을 받았어요. 업계 최고의 근무 환경과 직원 복지 제도를 갖췄다고 자랑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지금도 다양한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제가 직원으로서 큰 기업에 다녀보니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겠더라고요.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복지는 현금적 복지와 비현금적 복지로 나눌 수 있다고 봐요. 현금적인 복지는 얼마나 다양한 종류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직원 스스로가 느꼈을 때 작지만 여러 분야에서 기쁨을 얻죠. 저희는 가능한 선에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서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고요. 충분한 자본이 있을 때는 설이랑 추석 때 명절 귀향비를 따로 제공합니다.

비현금적인 복지는 얼마나 유용하고 자랑할 만한가에 대한 여부가 직원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죠. 건강검진뿐만 아니라 미용, 외식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와 제휴를 맺어 복지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처럼 복지의 만족도는 기업이 무엇을 제공할지를 임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아직은 규모가 큰 기업도 아니고 복지 혜택이 정말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정된 자본을 가지고 최대한 효율적인 복지를 누리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2곳인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는데비결이 무엇인가요?

코코트럭이 직관적이고 사용자 중심적으로 디자인된 앱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디자인 전문 업체가 아님에도 상을 받은 이유는 디자인의 의미를 넓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란 아름답고 세련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보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이용이 편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먼저라고 이야기합니다. 코코트럭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화물차 운전자에요. 그들의 연령이나 업무를 고려해 근로 현장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단순히 미학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설계 시 사용성과 용이성까지 포함하는 거죠. 공학에서는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설계라는 뜻으로도 통용되니까요. 단순히 예쁘기만 하면 다양한 기능을 할 수가 없어요. 이러한 생각 덕분에 각종 디자인 어워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코코넛사일로의 인증 취득 분야


코코넛사일로가 직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등 이미 ESG경영을 실천해가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ESG경영을 표방하는 상황 속에서 스타트업 또한 ESG경영을 표방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회 기조가 ESG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기업으로서는 거기에 맞춰가야 하죠. 우리가 사회적으로 윤리라는 것을 지키기로 합의했잖아요. 점차 법으로도 정해지고 있는 부분도 많고요.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단계에서 발목이 잡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코코넛사일로는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ESG경영을 실천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합니다. 어찌 보면, 코코넛사일로의 생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달려있다고 할 수도 있겠죠. 일각에서는 ESG를 실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도 하지만,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나중에 하면 되는 거예요. ESG경영이 현시대의 과제로 받아들여지는 상황 속에서 기업이 이를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와 남미 시장 진출 등 다양한 목표를 앞두고 있는데요이를 이뤄가기 위한 코코넛사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동남아 화물차 시장에 다양한 기술을 더해 물류체계를 디지털·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싶어요. 현재 남미 쪽으로도 사업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물론 이런 계획은 코코넛사일로의 안정적인 성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금 느리겠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 시장만 보더라도 많이 침체되어 있는 걸 체감해요. 이런 상황에서 퇴보하거나 아쉽게도 사라지는 스타트업이 많잖아요. 코코넛사일로는 충분히 자생하며 스스로 사업을 영위할 역량을 갖췄으니, 지금의 침체 상황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갈 계획입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 시즌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