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센터 시드머니 투자기업 / 안재민 제주미니 대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투자한 기업이 제주와 함께 그리고 제주를 넘어 성장할 가능성과 비전을 시리즈 코너를 통해 알아본다. 지난 8월 제주센터는 소셜미디어 기반 제주 관광 콘텐츠 스타트업 ‘제주미니’에 시드머니를 투자했다. 제주미니는 ‘제주도민이 알려주는 진짜 제주도’라는 슬로건 아래 로컬 콘텐츠를 만들며, 지역과 상생을 이루고 있다. 제주미니가 전하는 제주도의 숨겨진 가치와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미 제주미니는 소셜미디어 기반의 로컬 스타트업으로, 많은 이들에게 제주도를 알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현재 26만 명 정도의 팔로워가 있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이뤄가는 중인데,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안재민 처음부터 소셜미디어를 사업화할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수많은 팔로워를 확보한다면 어떤 사업 영역에서든지 분명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5~6년 사이에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잖아요.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업과 관공서도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시대이고요. 대표적인 게 인스타그램이죠. 자극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쉽게 팔로워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관심을 얻고 싶지는 않아서 제가 좋아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하기로 했죠. 자연이라는 게 돈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장소와 그곳에서 보고, 즐기고, 느낀 것을 하나하나 포스팅했습니다.
고미 처음부터 창업을 목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운영하신 게 아닌데,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고안하신 건가요?
안재민 제주도의 숨겨진 명소를 소개하다 보니 인스타그램의 DM(Direct Message) 기능으로 문의가 하나둘 들어오더라고요. ‘부모님이랑 가기 좋은 장소’, ‘반려동물과 갈 수 있는 곳’ 등 질문이 다양했어요. 근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제주도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고요. 제가 느낀 진짜 제주도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소셜미디어에 무료투어 공지를 올렸죠. 그냥 좋았던 곳을 데려가는 방식이었어요.
처음에는 4명이 모였고, 입소문이 났는지 금세 인원이 늘어났어요. 나중에는 이런 상황을 지켜봤던 기관에서 협업을 제안하더라고요. 무료투어로 사람을 모으는 일이 가능해졌으니, 제주시와 함께 자원봉사 개념인 ‘클린투어’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그때 사업자등록이 필요했고, 그렇게 제주미니를 시작하게 된 거죠. 광고 협찬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제주미니가 광고비를 받기보다는 참여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카페, 식당, 숙박 등 다양한 형태로 혜택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고미 7년 전 제주도에 내려와 정착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이유로 제주도에 정착하신 건가요?
안재민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좋아합니다. 대학생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며 아름다운 산, 바다, 국가 공원을 봐왔고,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매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어요. 한 번은 4박 5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렇게 자연이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 많은 곳에 살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제주도에 왔습니다. 그때부터 매년 추석이면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하고 있고요. 물론 처음 제주도에 가겠다고 주변에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죠. 하지만 자신감은 있었어요. 제주도에는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거든요.
강하현 ‘제주도민이 알려주는 진짜 제주도’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인데요, 소개할 여행지를 선정할 때 나름의 기준이나 철칙이 있나요?
안재민 흔히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카페, 맛집, 포토존 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소개하지 않아요. 스마트폰만 봐도 ‘제주에 가볼 만한 곳’이라고 하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저는 그런 곳보다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훨씬 좋았거든요. 맛집과 포토존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여행지는 좋은 추억을 얻어 마음속에 담아가고, 언젠가 소중한 사람과 다시 오고 싶을 만한 장소로 기억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제주미니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매번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게시물이 ‘가을에 꼭 가봐야 할 단풍명소’잖아요. 하지만 정작 제주의 단풍이 언제 절정에 이르는지, 지금은 얼마나 단풍이 남아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믿을만한 정보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는 그날그날 실시간으로 촬영한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여행객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사진을 업로드하죠. 이렇게 여행지에 대한 현장감을 전달하면서 정보의 신뢰도를 함께 높이고 있습니다.
고미 제주도의 멋진 장소를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면에는 제주도 가치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잖아요?
안재민 무료투어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재미 요소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좀 더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중 하나 정도는 우리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함께할수록 좋은 일이니 제주미니 혼자 하는 것보다는 기관이랑 함께하며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또 제가 걷는 걸 좋아해 시작한 프로젝트 ‘걷젠’, 해변 쓰레기 줍기 프로젝트 ‘줍젠’, 제주 마을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며 즐기는 1박 2일 로컬 체험프로그램 ‘백패커스’ 등이 있습니다. 모두 조금씩 주변에 도움이 되어보고자 시작한 것들이에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업도 있어요.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객이 줄어 도내 여러 농가에서 힘들다고 말하더라고요.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제주를 느끼고 싶어 했고요. 마침 홈파티 문화가 생겨나고 있었으니 각 농가의 상품을 판매하면 되겠다 싶어 ‘미니 박스’라는 이름으로 흑돼지고기, 멜젓(멸치젓) 등 제주 특산품을 한 세트로 구성해 택배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고미 대표님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주미니가 처음부터 추구해온 방향성은 ESG와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제주라서 이룰 수 있었던 지속가능한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안재민 제주이기 때문에 하고자 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제주이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처음 사람을 모아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우려고 했을 때 부가적인 수익보다는, 정말로 쓰레기 줍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자연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했죠. 그러다 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기관이나 기업과 함께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더 큰 가치가 창출되었잖아요. 함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거죠.
앞으로는 제주미니가 다양한 일을 하면서 얻어온 인적 자원과 노하우 등을 다른 로컬크리에이터들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게 제주미니가 제주도와 상생해 나갈 방법이죠.
강하현 투자 유치에 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지난 8월에 제주센터로부터 시드머니 투자 유치를 완료하셨잖아요. 이후 제주미니가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됩니다.
안재민 우선 투자는 제주미니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전까지는 저 혼자 제주미니를 운영하며 열심히 사업을 꾸려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는데,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제주미니와 함께할 능력 있는 직원도 얻었으니 제주미니는 더 좋은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일을 해나갈 수 것입니다. 제주더큰내일센터로부터 인력 채용에 대한 지원도 받을 예정이고요. 투자 유치는 제주미니가 정말 쓸모 있는 스타트업로서의 성장을 향해 출발했다는 신호탄인 셈이죠.
강하현 머지않아 제주미니가 제주도 대표 로컬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곳을 소개하고 있는 만큼 ‘제주도민이 알려주는 진짜 제주도의 가을 여행지’ 추천도 부탁드릴게요.
안재민 우선은 한라산 둘레길을 꼭 한번 가보시면 좋겠어요. 어느 계절 상관없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교통수단이 조금 불편하다는 점이 있지만, 멋진 자연을 볼 수 있다면 그 정도는 별거 아니죠. 또 가을에는 제주도의 억새가 정말 유명하잖아요. 대표적인 곳으로 새별오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서귀포시에 있는 대록산 큰사슴이오름을 추천합니다. 큰사슴이오름에서 유채꽃프라자까지 이어지는 넓은 대지에 억새가 흐드러지게 펴요. 단순히 사진 한 장 찍고 가시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을 즐겨야 합니다. 제주도 여행 계획이 있다면 꼭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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