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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Nov 11. 2022

이제는 스타트업도 ESG경영이다

글. 신지현 스타트업 웰로 CSO,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저자

ESG경영은 새로운 것이 아닌, 기업이 이미 당연히 해야 했던 것들이다.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마땅히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ESG는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소비자 역시 이를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한다. ESG경영에 스타트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신지현 스타트업 웰로 CSO,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저자


ESG를 몸으로 느끼고 있는 스타트업들

한 스타트업 대표가 ‘2022년도 창업도약패키지 창업기업 모집공고’ 일반 과제 중 ‘ESG 경영 실천계획’을 작성해야 한다면서, 도대체 뭘 써야 하는 건지 물은 적이 있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있는 경우도 ESG경영 실천 계획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과연 이뿐일까? 작년까지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ESG에 관한 개념 설명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ESG를 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접목하는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투자사, 협업하는 대기업, 임직원들과 소비자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출자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투자기업 발굴·심사부터 투자액 회수까지 전 과정에 ESG 요소를 고려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강제성 없는 일종의 권고사항이지만, 운용 펀드 규모가 7조 2,775억 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고,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어 이 가이드라인은 국내에서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해당 가이드라인은 한국벤처투자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 그리고 투자를 받아야 하는 스타트업까지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올해 7월 중순 ‘ESG 벤처투자 표준지침(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 내용에는 ‘중소기업 ESG 점검표(체크리스트)’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단계를 고려한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


ESG: 비즈니스 모델 vs 지속가능경영

ESG 대유행은 ESG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는 스타트업에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식량 가격급등으로 애그테크(AgTech)에 유입된 전 세계 벤처투자금이 2019년 221억 달러에서 2년 만에 두 배가 넘는 517억 달러로 늘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로봇 등 첨단 기술을 농작물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공공성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ESG경영을 잘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친환경 기업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못 한다는 이야기이다.

스타트업의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 있지 않더라도 창업 초기부터 ESG경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측면에서 특히 중요한데, 첫째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ESG에 대한 비재무적 지표를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져 해당 투자 자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상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공시의무에 대한 준비도 미리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에 대한 공시의 의무를 지게 되는데, 스타트업의 경우 성장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창업 초기부터 미리 알고 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해외 시장으로의 확대, 혹은 해외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스타트업의 경우 해당 시장의 ESG 기준과 규제 등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글로벌 기업과 거래를 하는 경우 원청이 요구하는 ESG 기준도 있기 때문에 ESG를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 그런데 소수의 인원으로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 초기부터 ESG에 대한 폭넓은 요소들을 챙기기란 절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시작해야

필자 역시 올해 1월 스타트업에 CSO(최고지속가능성책임임원,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 조인하긴 했으나, 기업의 매출과 영업도 책임을 지고 있는 터라 당장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수익창출’이 ‘지속가능성’ 이상으로 중요한 상황이어서 우리 기업에 맞는 단계별 ESG 추진이 필요했다.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 관리 등 법과 규정 준수처럼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을 우선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조직문화와 관련된 윤리 경영과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ESG경영에 관련된 사안은 최종 의사결정 전 ESG경영의 방향성에 맞는지 감시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설계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무리 바쁜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법정의무교육* 등 비즈니스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작은 규모일 때 간과했던 것들이 기업의 규모가 커졌을 때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미리 체계를 갖추어 확장하기를 바란다.


Tips 법정의무교육

기업에서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으로, 일반적으로 산업안전보건교육,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퇴직연금교육 등이 해당한다.


K-ESG 가이드라인


스타트업의 ESG경영의 흐름

한 지자체 소재의 식음·기념품·숙박 등 공간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컬 스타트업 대상으로 ‘로컬비즈니스도 알아야 할 ESG’가 주제인 발표 자료 만드는 중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조직문화, 지배구조 체계, 정관 등 스타트업의 창업 초기부터 ESG경영을 위한 기본을 잘 세우면 정부와 대기업, 금융기관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인재 유치에도 유리하다.

과거로부터 미래까지 기업의 변천사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필자가 재직했던 글로벌 IT 기업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어서, 흑인·장애인·여성의 최고 고용 회사였다. 해당 기업이 존재하기 전에는 여성이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기업문화의 변화, 사회혁신이 일어나며 여성의 사회참여가 당연해졌다. ESG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마치 숙제처럼 억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 ‘ESG’란 기업이 창업과 동시에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와 기준들이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도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앞으로 생기는 기업들은 대부분 소셜벤처의 성격을 가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인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상냥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기나긴 이별》에 나오는 사립탐정 필립의 대사다. ESG경영을 알아갈수록 ‘기업’이 ‘사람’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을 법인(法人, 법에 의하여 권리·의무의 주체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인간이 태어나서부터 완벽할 수 없는 것처럼 기업 역시 창업과 동시에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 성장하면서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고 사랑받고 존중받기를 바라는 것처럼 기업도 소비자와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한다. 혹은 외부 강제적인 요인 때문이라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간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성장하듯이 기업도 자의든 타의든 더 나은 조직문화, 내부 규정,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을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지현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 저자이자, 스타트업 ‘웰로’의 CSO(최고지속가능성책임임원)를 역임 중이다. 20여 년간 글로벌 IT기업 등에서 마케팅과 지속가능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ESG·CSR·SDGs와 같은 키워드에 집중하며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찾아 알리고, ESG를 비즈니스 벨류 체인 전반에 걸쳐 적용하는 방법론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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