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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Nov 16. 2022

‘내가 좋아하는’의 공유 경제 그 다음

제주미니 안재민 대표 인터뷰 뒷이야기

- 글. 고미 제민일보 선임기자

강하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주임 | 고미 제민일보 선임기자| 안재민 제주미니 대표

이 계절 습관처럼 훑어보는 시 하나. ‘노랗게 물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다. 다음을 이어가보자. ‘애석하게도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었다 / 몸이 하나이기에 한참을 서서 / 한쪽 길을 따라 되도록 멀리 바라보았다’

몇 행을 넘겨 ‘…그러다가 다른 길을 택했다 / 똑같이 아름답고 / 어쩌면 더 나은 듯한 / 풀이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원하는 길이었기에 / 사람 발길로 닳은 건 / 두 길이 정말 비슷하기는 했지만….’ 숨을 좀 고르고 ‘…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고 /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해시테그 제주 그리고

소셜미디어 기반의 로컬 스타트업이란 영역도, 제주 토박이는 아니지만 제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도민’의 애정 담긴 콘텐츠와 이를 바탕으로 한 연결이란 상품도 어쩌면 ‘가지 않은 길’이었는지 모른다.

제주미니 안재민 대표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 생각은 점점 굳어졌다. 제법 발을 구르고 자전거나 아니면 시속 30㎞ 정도로 차를 움직이기에 적당한 길이 났다.

제주미니에 대해 처음 들었던 말이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26만 명, 제주 관련 콘텐츠 계정 중에는 가장 많은 수의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에 솔깃했다. 그리고 이내 제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했다. ‘해시테그(#) 제주’에 따라오는 기본 반응에 요즘 세대에 맞는 핫플레이스 정보가 가득하지 않을까. 마켓 파워가 큰, 영향력 있는 ‘흔한’ 인플루언서를 연상했던 것은 이내 반성으로 이어졌다. 시에서처럼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풀이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원하는 길’을 낸 흔적을 살폈다.


#구글 지도보다 섬세한 제주 정보

‘제주도민이 알려주는 진짜 제주도’란 슬로건 아래 제주 지역 고유의 문화와 콘텐츠를 발굴하여 새로운 사업 가치를 만들어내는 로컬 크리에이터 영역과 자체 인스타그램 팬덤의 연결이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사정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특히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먼저 붙는다.

안재민 대표는 “제주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들 아는 얘기인데도 다르게 들린다. 안 대표는 “원래 자연을 좋아하기도 했고, 언젠가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뭔가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서울에서 하면 자극적이거나 남들과 다른 게 있어야 했지만 제주에서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라고 말했다.

의도하지 않은 업로드에 조금씩 반응이 나타났고 팔로워 수도 늘어났다.

“왜 구글 지도를 펴면 레스토랑이나 작은 가게 정보 같은 게 다 나오잖아요. 다들 편하다고 사용하고. 그런 기업이 있고 없고에 따라 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구나, 제주미니도 제주여행을 하는 데 있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제주미니의 인스타그램에서 핫플레이스나 포토스팟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느 시기면 뭐’ 하는 식의 유사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제주미니가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소소한 제주 정보를 알려주는 창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었다. 가끔 장소를 물어보는 DM이 오면 친절하게 답변해 주던 것은 ‘같이 다니지 않겠냐’는 제안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다시 제주의 것들을 소개하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제주를 찾을 이유가 붙고. 이렇게 점점 영역이 넓어졌다. 그동안 제주미니가 기획한 것들이 다 그랬다. 하루 일정으로 제주의 ‘어디’를 함께 둘러보기도 하고, 홀가분하게 몸만 왔던 사람들이 제주미니가 소개한 ‘메이드 바이 제주’를 사거나 챙긴다. 같이 플로깅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제주미니에 대해 설명하는 안재민 대표(가운데)

#흔한 지역의 확장, 사람의 확장

그렇게 별도 마케팅 비용 없이 상품을 판매한 경험을 쌓으며 제주를 소개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럴 수도 있을까 싶지만 이미 주변에서 보고 사용하고 있는 하이퍼로컬 서비스 영역의 확장이다. 한정된 지역 기반 교류와 연결에 ‘그 이상’이 더해진다. 역시 제주라서 가능한 일이다.

지역 기반 정보를 활용하지만 대상은 지역에 한정하지 않는다. 접근성을 고민하지도 않는다.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신 제주미니 플랫폼을 통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계속해서 낸다. 갈치, 고등어, 애플망고 등 제주 특산품을 홍보·판매하거나 어촌계와 연계한 ‘해녀와 함께하는 스노클링 프로젝트’ 같은 관광 콘텐츠 등으로 지역 또는 마을에 편익을 제공한다.

대부분 플랫폼 사업의 초기 상황이 앞으로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될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전망에 대해서만큼은 ‘밝다’고 강조한다. 팔로워가 많아서 무작정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비스 도입과 실행 과정에서 사용자 검색을 통해 목표 고객과 성향을 꼼꼼히 살폈고 방향성도 분명하다.

안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대부분 20대가 주류를 이룰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40·50대 여성 팔로워 수가 많다”며 “혼자 또는 마음 맞는 몇 명이 제주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특별한 지출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경제력과 실행력이 있는 타깃이다.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DM을 받다 보면 생각보다 제주를 잘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왜 관광객들이 ‘제주 정보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온라인에 올라온 ‘좋다’는 정보만 보고 애월에서 저녁을 먹고 성산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는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짜는 경우도 있어요. 가족 구성이나 목적에 따라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 하는 조언을 하죠. 그럼 다음에 또, 아니면 아는 지인을 연결해주고 하는 방식으로 사람이 늘었죠. 내 정보를 원하는 사람만 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필요한 영역도 생겨났어요. 그 중심에 제주 미니가 있죠.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할 일이죠. 다만 요즘은 먼저 법률 자문을 받아요. 특산품을 팔든 여행 상품을 팔든 어떤 콘텐츠를 하든 룰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안재민 대표의 지도 앱에 표시된 제주도의 명소

#연결 그리고 감성을 파는

그래서 다시 궁금해졌다. 스타트업으로 제주미니의 ‘상품’은 과연 무엇일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강조하고 투자 유치를 받았는지를 캐묻고 싶었는데 순간 보였다. ‘연결’, 네트워킹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속도로 무너졌지만 대신 중요성이 급부상한 것들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묶고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촘촘하고 넓은 망을 짜는 것으로 제주 관광 시장에 경쟁력 있고 회전율도 높은 ‘새’ 상품을 만들어 판다.

역시 왜 제주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안 대표의 대답은 심플했다. ‘좋아하니까’. 유학파가 왜, 더 큰 시장이 있는데 하필 같은 주변의 평가 대신 좋아하는 자연을 따라, 뭘 하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제주의 장점으로 꼽았다.

어느 쪽을 향해 서던 뜻이 맞으면 손을 내밀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으면 뒤를 지켜주는 ‘사람’의 힘 역시 제주여서 가능하고, 그래서 더 제주가 좋다는 말이 따라온다.

안 대표는 “‘그 생각 좋은데’ 하고 격려나 칭찬을 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같이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다음을 열어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에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라는 특수성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서울 같은 대도시보다는 훨씬 경우의 수가 높다. 원하는 일을 구현할 때 이만한 동력은 없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지금도 틈만 나면 걷거나 자전거로 제주의 구석구석, 가능한 속살을 살핀다. 그리고 많이 듣는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세상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경험치가 많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고 /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시 한 편을 이렇게 긴 호흡을 읽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여운이 길다. 감성적인 것 같은 걸음은 사실 스타트업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내가 판단하기에 좋은’이 아니라 ‘시장이나 고객이 원하는’이 선택지라는 점이다. 비슷해 보이는 두 길이지만 도착점은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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