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빈 슈퍼파머스 대표
슈퍼파머스 이성빈 대표는 제주도에 정착 후 직접 농업에 종사하며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몸소 체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슈퍼파머 스를 설립하고 농업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못난이 농산물 업사이클링과 팜코밍(Farm combing) 등의 신개념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센터 보육기업 슈퍼파머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슈퍼파머스는 농업회사법인이면서도 스타트업에 정체성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농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슈퍼파머스는 농산업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며 농촌지역에 도움이 되어보고자 만든 스타트업입니다. 농업 현장의 혁신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도전과 기술 적용을 통해 농촌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산하에 농업회사법인 ㈜제주청년농부를 운영하며 농산업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의 귀농·귀촌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농민과 상생하고 환경보호도 실천하는 프로젝트 ‘팜코밍’, 농산물 판매장 운영, 못난이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업은 농지 등 여러 기반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전혀 기반이 없었던 제주에 정착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농업 관련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주에 정착한 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대구에서 관광업에 종사했어요. 좀 더 여유 있고 편안한 삶을 찾아 막연히 서귀포시 대정읍에 자리를 잡았었죠. 주민 중 60~7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니, 저도 자연스럽게 농업을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 3~4년은 마을 이장님의 밭일을 돕고,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증도 취득하면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반대로 사업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는 등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도움을 드렸죠. 하지만 농촌의 현실을 알면 알수록 농업 현장에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젊은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거나, 현재의 유통구조에서 농민이 불리한 입장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 등의 문제를 바꿔보고 싶었죠.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들이지만 팜코밍 프로젝트나 지역 내 농업인들, 관련 기관, 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슈퍼파머스가 진행하고 있는 못난이 농산물 업사이클링이나 팜코밍(Farm combing)이 제주 농업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농업 현장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문제 중 대표적인 게 바로 파치, 즉 상품성이 낮은 못난이 농산물이죠. 심지어 팔리지 못해 재고로 남아 있는 것도 파치로 분류합니다. 이런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슈퍼파머스는 여기에 더해 트렌드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한 후 상품 기획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합니다. 생산된 가공품은 주로 C2M(소비자와 생산자 간 거래)으로 판매하죠. 송악산 쪽에 있는 ‘알뜨르 농부시장’을 포함해 여러 곳에 농산물 매장을 운영하면서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기도 하고, 전문 업체와 MOU를 맺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은 자연환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밭에 그대로 놔두면 부패하면서 탄소와 악취가 발생하는데, 이걸 한 농가가 혼자 처리하기에는 최소 하루 이상의 긴 시간과 많은 체력이 소모되니 그냥 밭에 버려두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10명 정도의 노동력이 있다면 한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모아 다 같이 버려진 못난이 농산물을 주워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 팜코밍(Farm combing)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해변의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beachcombing)처럼, 농장을 뜻하는 팜(Farm)과 빗자루질(Combing) 합성한 프로젝트입니다. 장소를 해변에서 농촌으로 바꾼 거죠.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농촌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일정 부분은 청년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에서부터 기인한 것 같습니다. 슈퍼파머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을 농촌에 정착시키기 위한 활동도 하신다고요?
게스트하우스식으로 캠프를 운영합니다. 주로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각지의 청년들이 제주도의 농촌에서 한 달간 함께 지내고, 팜코밍이나 일손 돕기에 참여하며 농업을 경험해보는 거죠. 단순히 여행을 목적으로 온 청년들이 아니기 때문에 농업 이해도와 관심도가 높습니다. 농업에 대한 의지와 뜻이 있다면 저희가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도 돕고요. 굳이 정착하거나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소한 이곳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니까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캠프를 운영해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청년들이 ‘농촌에 있으려면, 농업에 종사해야 해’라는 오해를 하더라고요. 저희는 농촌에서 꼭 농업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농업이든 혹은 그 외의 활동이든, 다양한 것을 하길 바랍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으니까요. 각자의 재능을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되 다른 분야로 확장하며 부가가치를 높일 대안을 고민하고, 농민들과 상생할 방법을 강구하는 게 청년들의 역할이죠.
대표님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지역공동체, 청년과 상생하는 일을 동시에 실천하고 모습이 엿보입니다. ESG의 실천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농촌에서 ESG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 예정인가요?
제가 제주에 정착하고, 농촌과 농민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결론은 제가 잘 되려면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지속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모두가 잘살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슈퍼파머스의 기반이 만들어지는 데 지역 주민분들이 큰 도움도 주셨고, 늘 걱정과 응원의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사회 혁신이나 상생이라는 말이 좀 거창하게 들려 부끄럽지만, 그냥 나 혼자 일해서 돈을 벌고 사는 것보다 어떤 일을 하든지 지역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뿌듯하지 않을까요.
제주도 농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점점 영향력이 커질 텐데요. 스타트업으로서 슈퍼파머스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을 더 구체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선 팜코밍은 활동에 동참할 농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점차 확대해 진행할 생각입니다. 농산물 가공 분야에서는 현재 가공 업체 5곳과 MOU를 맺었어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서 원물을 확보하고 더 다양한 가공 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신한 스퀘어브릿지 사업에 참여로 지원을 받아 서귀포시 강정동에 농산물 신선마켓 & 업사이클링 카페도 열었습니다. 녹차 파치를 이용한 말차라테와 디저트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와서 커피와 디저트도 즐기고, 제주의 농산물도 많이 구매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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