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 배러댄서프 대표
해외에서 서핑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은 서핑에서 재미뿐만 아니라 여유와 삶의 균형을 찾는다. 배러댄서프 김준용 대표가 우리나라에서 서핑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러댄서프는 서핑을 통한 여유와 휴식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배러댄서프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배러댄서프는 서핑을 하나의 큰 문화로 만들어가는 브랜드입니다. 반복되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서핑을 즐기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가길 바라고 있죠. 많은 사람이 캠핑을 통해 자연과 여유를 즐기듯이, 서핑을 레저 스포츠의 하나로만 볼 것이 아니라, 파도가 좋은 곳을 찾아가 보드를 타면서 여유와 휴식이 있는 삶을 누리길 바랍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 해외에서는 이미 일상적으로 서핑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요. 남녀노소 상관없이 파도를 타죠. 배러댄서프도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꼭 보드를 타지 않아도 좋아요. 서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배러댄서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의류, 커피, 잡화 등 다양한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드는 해외 유명 서프보드 브랜드인 데드쿡스(Deadkooks)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어요. 내년쯤에는 배러댄서프 자체 모델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서프보드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라니 신기한데요.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업 전에는 현대카드에서 카드 디자인을 담당했었고,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라인의 브랜드 디자인 리더로 있기도 했어요. 그때 브랜딩에 관해서 많이 배우고 고민할 기회가 많았죠. 하지만 일이 많아지다 보니 제 일상이 사라지면서 결국 번아웃을 겪었어요. 진짜로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회사를 그만뒀어요. 배운 것이 있으니 좋아하는 분야를 소재로 창업한 거죠. 지금은 배러댄서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랙팅, 제품 디자인, 마케팅, 제품 기획과 제작 등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어요.
서핑의 매력에 끌려 창업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서핑의 매력을 자랑해 주신다면?
사람마다 자신의 스타일이 있어서 각자가 느끼는 서핑의 매력이 다양합니다. 보통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하는데요. 묵직한 느낌의 SUV나 세단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SUV나 세단 같은 클래식 라인의 롱보드를 즐기지만, 저는 화려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숏보드를 주로 탑니다.
각자 선호하는 서핑 스타일은 다르나, 하나의 공통된 매력은 있어요. 서핑은 파도가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잖아요. 파도 하나를 기다리는 데 대부분 시간을 보내죠. 파도를 타는 건 십 초 정도 될 거예요. 그 순간을 위해 때로는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해변에서 기다려야 하죠. 그 과정에서 여유와 휴식을 경험하는 거예요. 그러다 파도 한번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죠. 저는 바다에 오고, 해변에서 휴식하고, 사람을 만나는 모든 과정이 서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보면 서핑은 삶에 변화와 자유를 가져오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서핑과 글로벌 IT기업 간 연결고리는 무엇이었나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친환경 제품으로 구성된 ‘Work & Clean Set’를 선보였어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션플라스틱 마우스와 배러댄서프의 오가닉비누, 대나무 칫솔 등이 들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쪽에서 먼저 제안한 협업이었는데, 저희도 처음에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의 목적과 배러댄서프가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자연을 보호하고 건강한 일상과 미래를 이어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죠. 서핑을 즐기려면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일과 여가가 균형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라이프를 추구합니다. 역시 배러댄서프가 서핑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과 다르지 않아요. 그렇게 협업이 이뤄졌고, 제품에 대한 반응도 상당히 좋았어요. 현재는 완판된 상태죠.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제주에디션(모슬, 다랑쉬) 제품도 선보였습니다. 제주에 정착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브랜드에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제주도 남서부 지역의 항구인 모슬포와 제주도 동부의 다랑쉬오름을 바탕으로 ‘모슬(Mosule)’과 ‘다랑쉬(Darancie)’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모슬과 다랑쉬는 제주도 방언으로 각각 모래와 높은 산봉우리를 뜻합니다. 방언을 사용한 이유는 제주도에서 배러댄서프를 시작한 이유와 맞닿아 있어요. 제주는 정말 좋은 기회와 다양한 요소가 있는 곳인데, 생각보다 그런 것들이 충분히 브랜딩화되어 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배러댄서프가 제주의 브랜드로서, 제주의 아이덴티티를 브랜딩 요소로 사용하면 신선한 느낌을 선사할 것 같았어요. 또 발음이 언뜻 다른 나라의 말처럼 들리기도 하잖아요. 제주를 새롭게 해석해보자는 의도도 담겨있습니다.
서핑 문화를 확산해 가고, 삶의 여유와 휴식의 가치를 알리고 있는 배러댄서프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가시적인 계획은 곧 제주에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매장 콘셉트나 운영 계획은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정해왔어요. 적당한 장소만 찾으면 됩니다. 그곳에서 배러댄서프의 보드와 의류를 구매하고, 커피를 마시며 휴식도 취할 수 있게 만들 예정입니다. 가능한 크고 예쁘게 만들고 싶습니다.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ESG경영을 바탕으로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 나가려고 합니다. 배러댄서프가 성장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영향력이 생긴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자연보호도 생각할 것이고, 가치 있는 우리의 삶의 계속 이어지도록 지속가능성에 관한 고민을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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