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제주MBC PD
제주만의 독특한 로컬 문화가 '머무는 제주'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김지은 PD. 제주센터의 '로컬브랜딩스쿨'에도 직접 참여할 만큼 로컬에 대한 열의와 제주 사랑이 남다른 그가 최근 관찰 다큐멘터리 '나는 제주로 출근한다'를 기획·제작했다. 워케이션이 사람과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지은 PD의 프로그램 제작기를 들어보자.
제주 워케이션을 주제로 한 제주MBC의 '나는 제주로 출근한다'가 총 12부작의 다큐멘터리로 방영 중입니다. 기획 배경과 의도를 소개해 주세요.
사실 처음에는 워케이션보다 '어떻게 하면 죽어있는 제주도의 원도심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브랜딩스쿨'도 직접 신청해 참가하기도 했고요.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됐죠. 이런 자원이 제주에 오는 사람들을 제주에 머물게끔 하는 요소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머물 수 있는 제주'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마침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뜨기 시작했고, 워케이셔너들이 제주에 머물며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역과 소통하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죠. 지난 7월, '나는 제주로 출근한다' 1기 참가자부터 모집했어요. 자유로운 형식의 자기소개영상을 받았고, 얼마나 워케이션에 진심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출연자를 선정했습니다. 교통비나 숙박 등을 제공해드렸죠. 일주일 간 이 분들이 제주에 머물면서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곳을 가는지 전부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변화를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프로그램을 만든 강길웅 PD와 이혜원 PD가 정말 고생했고, 잘해줬기에 좋은 결과나 나온 것 같아요.
'나는 제주로 출근한다' 참가자 모집 열기가 뜨거웠다고 들었어요. 주로 어떤 분들이 지원하셨고, 또 출연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출연자 모집부터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어요. 1기부터 3기까지 각각 3명을 선발하는데, 매번 80여 분 정도가 지원해주셨죠. 대부분의 지원자가 자타공인 워커홀릭이에요. 막상 제주도에 내려올 때가 되니까 밤새워서 해야 할 일을 미리 끝내 놓고 오실 정도였어요. 본인들도 그런 생활을 바꾸고 싶어서 지원했더라고요. 촬영도 촬영이지만 무엇보다 편하고 재밌게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각 출연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숙소와 여행지를 추천해 줬고, 무엇을 하나 관찰했죠. 신기하게도 모두 만족해하셨어요. 1기 참여자인 양말업체 대표 홍정미 님과 함께 간 무지개해안도로에서는 정말 예쁜 영상을 담을 수 있었어요. 홍정미 님도 무지개색으로 칠해진 방호석을 보고는 알록달록한 양말과 잘 어울린다며 제품 촬영도 하셨고요.
출연자들이 제주 워케이션에 차츰 적응해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출연자들의 제주 적응기를 소개해 주신다면?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춰 여유 있는 삶을 보내는 방법을 찾았다고 하셨죠. 그런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아름다운 영상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웹기획자로 일하며 팀을 이끌고 있는 2기 출연자 조인호 님은 파도가 거센 바다의 방파제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변화가 생긴 거예요. 또 앞서 말한 홍정미 님은 마지막 날에 '우리 직원들도 워케이션을 보내줘야겠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9명으로 시작한 워케이션이 18명, 36명으로 늘어날 것을 생각하니 저희도 나름 뿌듯했죠.
서로 누군지 몰랐던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일과 삶에 대한 소회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이런 만남을 통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나요?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로그램을 넘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서로 다른 요소가 만나 더 가치 있는 것들이 만들어졌다고 봐요. 1기 출연자인 시인 김연덕 님의 시 발표회 때 흘러나온 음악은 밴드음악을 하시는 유병덕 님이 만든 것이고, 또 김연덕 님이 쓴 시에 유병덕 님이 멜로디를 붙여 하나의 곡이 탄생하기도 했죠. 단순한 인맥 확장을 넘어 상승효과를 발생시킨 거죠.
영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워케이션에 최적화된 숙소 및 코워킹스페이스입니다. 공간 선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정말 많은 곳에서 도움을 주셨는데요, 숙소에 관해서는 제주패스와 다자요의 도움이 컸습니다. 저희가 봐도 공간이 너무 예쁜 거예요. 특히 2기 출연자가 머물렀던 다자요 숙소의 인기가 많았어요. 출연자가 독립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쉽게 관찰할 공간, 또 세 명이 한 곳에 모일 공간이 필요했는데 딱 다자요 숙소가 적당했죠. 워케이션에서 숙소나 코워킹스페이스 같은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 간에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때문이에요.
프로그램 방영 후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들었어요. 현재 2기까지 방영되었는데, 시청자들에게 방송 내용을 조금만 예고해주신다면?
모든 촬영은 다 끝난 상태예요. 이달(2022년 12월) 말쯤 3기 방영분이 송출될 예정입니다. 미리 소개하자면, 3기에서는 어촌에서 진행되는 워케이션을 볼 수 있어요. 요즘에는 제주도로 귀어귀촌을 하는 청년도 많이 있잖아요. 제주해녀 문화와 어촌의 삶뿐만 아니라 멋진 바다를 보면서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모습도 촬영했어요. 서울산업진흥원이나 한국어촌어항공단 등에서 숙소나 차량 등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도움을 주셨죠. 어촌 워케이션만의 재미와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제주MBC에서 볼 수 있으니 꼭 시청해보시길 바라요. 유튜브 채널 'STUDIO JEJUMBC _ 스튜디오 제주MBC'에서 다시 보기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들을 들으면서 PD님이 제주에 큰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번 '나는 제주로 출근한다'와 같이 시청자들이 좋아하면서도 제주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제 고향은 서울이에요. 제주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벌써 20년째 여기서 머물고 있죠. 제주MBC에 입사하면서 내려왔는데, 처음에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답답했어요. 비행기나 배가 없으면 내 마음대로 오갈 수 없다는 생각에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과 외로운 감정이 들더라고요. '내가 과연 얼마나 이곳에 머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바로 다음날 용담 해안도로 쪽에 촬영을 갔다가 우연히 돌고래 떼를 봤어요. 〈그랑블루〉(1998, 감독 뤽 배송)라는 영화를 좋아했던 저에게는 엄청나게 감동적인 장면이었죠. 우리나라 어디에서 그렇게 멋진 돌고래 떼를 보겠어요. 그때부터 제주도에만 볼 수 있는, 제주도만의 가치가 하나씩 눈에 띄더라고요. 저는 이런 것들을 더 알라고자 제주에 머물면서 많은 사람에게 제가 발견한 제주도만의 것들을 영상으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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