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이지태스크는 필요한 시간만큼 일을 맡기고, 가능한 시간만큼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서비스이다. 시간제로 직원을 고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긱워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나아가 긱워커를 대상으로 워케이션을 제공하는 등 근로 형태 관계없이 직장인, 프리랜서, 경력단절여성, 취준생의 노동과 경력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세상을 일궈가고 있다.
실시간 온라인 사무보조 플랫폼를 운영중이신데요. 이지태스크 사업을 시작한 계기와 서비스 이용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20대 때부터 스타트업 대표로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깊게 고민했어요.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를 수행할 때도 간단한 문서 작업에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많다 보니 중요한 일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한 거예요. 방법은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뽑아 간단한 일을 맡기는 거였죠. 그럼 저는 여유시간이 생기니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었죠. 추가 소득을 창출해 단순업무 인력에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도 가능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런 업무 수행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죠. 왜 그럴까 세심히 관찰해봤더니, 일을 맡기는 데 적합한 인력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으니 그냥 직접 모든 걸 처리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한 거죠. 이 과정만 해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순업무 인력에 대한 수요도 많았고요.
20대 창업 그리고 창업학 석·박사라는 이력이 눈에 띕니다. 창업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 해외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어요. 새로운 세상과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 너무 흥미로웠거든요. 여행을 즐기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졸업 후 취업하면 시간이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돈이 없으니 직접 창업의 길을 선택했어요.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대표가 되면 돈과 시간 모두 얻을 것 같았지만, 현실적으로 둘 다 얻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돈을 벌고 싶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다른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는지 궁금해 창업학 석사와 박사 과정도 밟았고요.
이지태스크는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맡기는 것보다 '시간 단위로 일을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강조하는데, 인력 사용자와 제공자에게 어떤 장점이 있나요?
'분업'과 '협업'의 차이인데요.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통째로 맡기는 분업은 나의 의견을 즉각 반영하거나 수시로 소통하며 작업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이지태스크는 '이루미(이지태스크에 등록된 사무보조 프리랜서)'와 시간을 맞춰 협업하는 시스템이에요. 미리 협의가 이뤄진 시간 동안 이루미는 고객의 일만 하는 거죠. 발표 자료를 만든다고 하면, '앞부분 먼저 작업해 주세요. 그동안 저는 뒷부분 마무리해서 넘겨드릴게요'라고 업무를 요청하거나, '두 시간 동안만 정리해 주세요'라고 하고 저녁식사 뒤 파일을 이어받아 마무리할 수 있죠. 한두 시간 정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죠.
이루미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겠네요. 무엇보다 인력 확보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루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검증 과정은 무엇인가요?
모든 것을 잘하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한 가지 잘하는 일이 있잖아요. 대학생 때 자료 조사나 PPT 만들기 좀 했다는 분들도 일할 수 있도록 이지태스크는 일을 세세한 단위로 쪼개 놨어요. 시장 조사, 자료 정리, 인포그래픽 제작, PPT 템플릿 디자인 등으로 나누는 거죠. 물론 자가역량 체크-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요. 내·외부 만족도 관리를 통해 최적의 이루미를 고객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력 연결뿐만 아니라 채팅, 화상회의, 파일 및 기존 업무이력 관리 등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같이 이용할 수 있답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많은 기능이 작동하고 있어요.
이지태스크에서 지난여름 이루미를 대상으로 '제주 워케이션 이벤트'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제주도 워케이션을 선택한 이유는요?
이루미는 이지태스크에게 고객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행복한 에너지가 이지태스크에서 맴돌 수 있도록 이루미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지난여름 진행한 '제주 워케이션 이벤트'죠.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워케이션 이벤트를 다녀온 사람 중 93.9%가 '일이 있다면 제주에 더 머물 의향이 있다'고 밝혔어요.
제가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누구나 꿈꾸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제주도만의 특별한 문화와 역사가 있잖아요. 시간이나 비용 문제만 해결된다면 누구라도 워케이션을 떠나고 싶어 하는 곳이죠. 제주도 내 커피숍, 코워킹스페이스, 숙소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할인과 제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고요.
이지태스크 직원들도 워케이션을 다녀왔다고 들었는데요.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여행보다 워케이션으로 다녀왔을 때가 더 좋았다는 반응이 인상적이었어요. 2박 3일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 직원은 관광을 즐기면서 업무까지 잘하고 왔으니 어느 때보다 알찬 시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제주에 거주하며 '이지태스크제주' 인스타그램(@easytask_jeju)을 운영 중인 이루미님도 직접 만났고요. 매번 온라인상에서만 만나다가 실제로 얼굴을 보니 더 반가웠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잠시 사무실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을 보며 일하니 리프레시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제주도 워케이션의 반응이 좋아 이지태스크팀은 강원도(태백, 삼척), 대구, 부산 등 여러 지역으로도 워케이션을 떠나고 있답니다.
워케이션으로 이지태스크는 일과 삶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어요. 일과 노는 것 모두 잘하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고객처럼 이지태스크 직원들도 '워라하(Work-life harmony)',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긱워커를 포함한 근로자들의 복지, 업무효율 등을 개성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이지태스크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제가 한때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정규직의 삶을 살면서 은근히 제약받는 일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단적으로 금융 활동에 불편함이 있죠. 이지태스크는 이런 불편함을 없애고, 모든 근로가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루미로 활동한 분들에게 일한 시간에 대한 경력증명서도 발급하고 있고요. 나아가 임금 관리, 은행권 연계, 복지 파트너 제휴 서비스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지태스크는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더 확대하고, '일하는 사람'과 '일을 맡기는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