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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an 05. 2023

지속가능한 가치의 마중물이 될 워케이션

전정환 커뮤니티엑스 대표(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워케이션 열풍이 불고 있다. 기업가 지방정부가 너도나도 동시에 뛰어들고 있으며 일부는 과열 경쟁의 양상도 보인다. 잠시 멈춰서 호흡을 가다듬고 질문을 던져보자. 워케이션 트렌드는 왜 시작됐을까?

전정환 커뮤니티엑스 대표


워케이션 이전의 다양한 근무 형태

원격근무와 디지털 노마드 

워케이션이 확산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기업과 지역에 가져올 긍정적인 기대효과는 무엇이고, 또 어떤 한계가 있을까. 워케이션은 잘 활용한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단, 유행이라는 흐름에 맹목적으로 동참해서 경쟁한다면 부작용만 남을 수도 있다.

워케이션은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원격근무(Remote work)'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의 흐름이 있었다. 원격근무는 1990년대 후반 IT와 인터넷 발달로 출퇴근 없이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자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주로 작가나 프리랜서가 원격근무를 했다. 기업이 직원의 근무 형태로서 본격 적용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다. 실리콘밸리의 주거비용이 상승해 IT 인재 채용이 어려워지자 전 세계에서 인재 채용 후 원격으로 일하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늘어나자, 코워킹스페이스가 전 세계 각지에 생기고 디지털 노마드가 등장했다. 일하고 살아가는 장소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여행하면서 일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의 출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시작했을까

워케이션 확산을 주도한 제주센터

워케이션은 2017년경부터 일본 정부가 주도해서 확산한 용어다. 일본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을 맞닥뜨리자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워케이션에 주목했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먼저 이에 호응하고,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워케이션을 유치하면서 현재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전 세계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많은 이들이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밖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워케이션은 점차 중요한 용어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워케이션 열풍은 미국과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2020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원격근무는 극소수에게만 적용되는 업무 방식이었다. 초창기에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주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원격근무 문화를 확산하고자 했다. 2015년 설립 때부터 2019년까지 진행했던 스타트업의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 '제주다움'은 우리나라 워케이션의 원조격이다. 또한 제주센터는 2016년부터 '디지털 노마드 밋업', '리모트워크 밋업'을 꾸준히 열면서 원격근무 문화를 확산에 노력했다. 2019년에는 《리모트워크로 스타트업》이라는 책도 출간하고, 지식 콘텐츠 플랫폼인 퍼블리에 〈리모트워크로 일하는 기업들〉이라는 콘텐츠를 연재하기도 했다.

제주센터 체류지원 프로그램 ‘제주다움’
《리모트워크로 스타트업》(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2019년)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근무 형태 확산 

직원 복지와 지역문제 등을 해결

2020년 초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 사회에 원격근무와 워케이션의 급격한 확산을 가져왔다. 먼저 변화를 시작한 것은 기업들이었다. 부득이하게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선언한 후 상황이 장기화했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꼭 기업 소재지에 머물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점차 제주, 강릉 등 원하는 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펜데믹이 장기화하자 입사 때부터 원격근무를 한 2년 차 직원이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방역 기조가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일부 회사가 다시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자 이에 반발한 직원들이 퇴사하는 일이 생겼다. 특히 퇴사와 이직을 자유롭게 하는 MZ세대의 특징도 한몫했고, 기업은 인재 확보를 위해서 다시 원격근무제를 시행하거나 워케이션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의 워케이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우선 국내 휴양지를 중심으로 워케이션 사업의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기업은 마이리얼트립과 같은 여행 플랫폼 회사에 워케이션 상품을 문의했고, 여러 지역에 워케이션 공간 사업이 시작되었다.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고심하던 지자체들은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너도나도 워케이션의 활성화 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워케이션은 MZ세대의 변화라는 사회문화적 요소,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의 경제적 요소, 지역 부흥이라는 지자체의 정치적 의지가 만나 점차 확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워케이션은

기업과 지역 변화의 마중물 역할

여기에서 잠깐 던져보아야 할 질문이 있다. 기업의 워케이션 도입이 인재채용과 업무 경쟁력 상승에 도움이 될까? 워케이션 도입만으로 지역이 부흥할까?

우선 워케이션의 유형과 목적 등이 다르므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마다 워케이션으로 얻고자 하는 니즈가 다를 수 있다. 첫 번째, 하나의 팀이 함께 내려와 휴양지에서 일주일 이내로 워크숍을 하듯 일하는 경우다. 이러한 유형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워케이션 흐름에 맞춰 고도화되고 있다. 둘째, 회사 내 다양한 부서에서 각자가 워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각자 팀과 떨어져서 일하므로 원격으로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셋째, 기업이 체류 비용 전액을 부담하지 않지만, 직원 개개인이 다양한 장소에서 워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며 부분 지원하는 것이다. 직원들 모두가 원격근무를 할 때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첫 번째 워크숍 형태의 워케이션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두세 번째의 경우는 다르다. 팀과 홀로 떨어져 있는 구성원은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원격으로 협업해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가 기업 내에 체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지역은 어떠할까? 워케이션을 관광산업의 하나로 본다면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유의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유행하는 관광 트렌드 중 하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휴양지에 일주일 이상 머물면 고립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먹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해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그리워진다. 그래서 장기 체류하는 경우는 외곽 휴양지보다 동네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동네에는 사람, 먹거리, 즐길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네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곳의 '관계인구'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것은 다양성의 커뮤니티가 있으며 걸어서 다니며 일과 삶을 즐길 수 있는 좋은 '15분 도시'를 곳곳에 만드는 것과도 통한다. 

동네에 머무는 원격근무자들은 그곳에 대한 정보와 네트워크가 없다. 이것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동네의 커뮤니티와 원격근무자 커뮤니티를 연결해주는 매개자다. 동네에 이런 커뮤니티 조성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워케이션은 그 지역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그냥 마을 관광 사업에 머물지가 결정된다.


1 제주센터 글로벌 체류지원 프로그램   2 제주센터 디지털노마드 밋업


이주민과 지역민이 어우러진 일본 '카미야마'

"워케이션장기적인 생태계 관점으로 봐야"

'관계인구' 기반의 커뮤니티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기간의 커뮤니티 조성자의 역할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일본의 워케이션의 성지라고 말하는 카미야마의 경우를 보자. 정부가 워케이션의 성지라 부르지만 카미야마는 워케이션을 목표로 만든 마을이 아니다. 그곳에는 20여 년 전부터 마을의 이주민과 지역민이 어우러진 커뮤니티를 키워가는 커뮤니티 리더가 존재했다. 수십 년에 걸친 다양한 이들의 노력으로 인하여 마을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커져갔으며, 10여 년 뒤에 한 스타트업이 위성 오피스를 이곳에 두게 되었다. 그렇게 장기적인 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카미야마가 되었고 이제는 혁신 학교까지 만들어졌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거나 기업이 단기간에 워케이션을 추진해서 현재의 마을이 된 것이 아닌 것이다.

워케이션은 마중물일 뿐 목적이 아니다. 워케이션을 통해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기업과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을 체험하고 그 지역에 관계인구가 되어가는 인재와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높아져서 일하며 살기 좋은 지역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워케이션으로 시작된 변화의 성공 여부는 대규모 자본의 투입과 측정이 용이한 단기적 사업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생태계의 관점으로 서로 다른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연결자, 매개자인 커뮤니티 리더가 존재하는지, 그 리더를 지지하는 기반이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일본 카미야마 마을의 코워킹스페이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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