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스가 가져올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화
4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주 최초의 팁스 운영사로 선정되었다. 제주의 강점을 살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속가능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이를 시작으로 제주 창업 생태계 전체의 볼륨을 키워나가기 위해 제주센터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까.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제주센터의 역할과 창업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김희정 창업육성투자팀장/수석심사역
기술기업을 자문하는 기술거래사, 특허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현재 초기단계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개인, 벤처투자조합 결성 및 운영하며 지역 투자생태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에어딥 김유신 대표
‘청정 제주, 클린 에어’라는 콘셉트로 AI 기반 공기질 측정기, 진단 제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주센터로부터 시드머니를 투자받고, 제주를 거점으로 해외 진출을 목표하고 있다
비전벤처파트너스 김샛별 대표
국내 엑셀러레이터인 ‘비전벤처파트너스’의 대표이자, 모회사 비전크리에이터의 Co-Founder/Partner이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확장에 강점이 있는 민간 투자회사로, 국내·외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김희정_제주센터가 4월 팁스 운영사로 최종 확정되면서 앞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주 지역의 팁스 운영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차근차근 팁스 운영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라는 지역은 테스트배드를 전략으로 삼는 기술기업 그리고 워케이션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곳이죠.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주의 창업 기업이 늘어났고,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상황을 보면서 제주의 창업 생태계가 한 단계 발전할 호기가 임박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제주 지역에서의 팁스 운영사 탄생이 투자사와 팁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샛별_AC와 VC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제주센터의 팁스 운영사 선정이 훨씬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저희는 스타트업 초기부터 중·후기, 프리 IPO(기업공개), 포스트 IPO(기업공개 이후 파이낸싱)까지 함께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더욱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초기 기업을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투자한 이후 R&D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팁스라는 루트 하나가 더 생겼으니까요. 애초에 투자할 기업을 발굴할 때 초기 아이디어와 경쟁력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투자 이후의 후속 프로세스와 작은 펀딩까지를 고려해서 투자할 기회가 만들어진 거죠. 새로운 검증 프로세스가 추가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팁스 운영사인 제주센터를 거쳐 사업을 진행한다면 R&D 자금을 지원받아 안정적으로 사업화를 이룰 가능성이 훨씬 높잖아요.
김유신_본격적으로 R&D를 진행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제주센터의 팁스 운영사 선정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일 것 같아요. 저희 역시 R&D를 진행할 때 제주 지역에서 시드머니를 받은 만큼 다음 단계인 팁스도 제주에서 신청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전에는 제주에 팁스 운영사가 없어서 다른 지역의 운영사를 먼저 알아봤죠. 만약 제주센터가 팁스 운영사였다면 시드머니를 지원받고, 자연스럽게 다음 프로세스로 팁스까지 이어졌을 겁니다. 에어딥처럼 제주에 기반을 두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에는 제주센터의 팁스 운영사 선정이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겠다고 생각합니다.
김희정_제주센터의 팁스 선정은 지난 몇 년간 제주 창업 생태계가 훨씬 발전하면서 함께 이뤄진 성과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약 3년 전부터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제주 지역의 창업 생태계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김샛별_저 역시 최근 제주 창업 생태계가 급진적인 도약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투자자 조합도 늘어나고 있고, 저희가 참여한 벤처 투자 조합도 순항 중이죠. 여기에 제주센터가 팁스 운영사로 선정되면서 시드머니부터 팁스까지 이어지는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커버력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아무래도 중·후기, 혹은 IPO까지 가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펀드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정책, 프로그램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제주 창업 생태계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에 최적화된 환경이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스타트업, 벤처 기업은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에 해외 진출이 필수입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에게 제주는 기회의 땅이 될 수밖에 없어요. 투자사든, 현지 협력사든 누군가를 초청하기에도 매우 좋죠. 실제로 제주도에서 미팅을 해본 이들은 수도권에서의 미팅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다고 하더라고요. 도시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잠깐 미팅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지만, 제주도에서는 체류하는 내내 가벼운 마음으로 미팅과 휴식을 함께 한다는 느낌이라고 해요. 비즈니스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죠. 게다가 지리적으로 일본, 동남아시아와도 가깝고 해외 자본이 들어오기 좋은 구조라서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될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유신_스타트업 입장에서 제주는 많은 장점이 있는 곳이지만, 가끔은 제주만의 특화된 이미지를 벗어나야 할 필요도 있어요. 예를 들어 에어딥은 공기 질을 측정하고 탐지해서 주위의 디바이스를 제어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처럼 제조 기술에 강점을 둔 기업은 수도권에 자리한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투자사 등에게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면 왜 제주에 본사가 있는지를 궁금해하더라고요. 제주에서 투자한 회사라고 하면 관광이나 로컬 산업과 관계된 비즈니스를 한다고 지레짐작하기도 하고요. 제주센터가 팁스 운영사가 되면서 앞으로는 그런 고정관념이 바뀔 것이라 기대됩니다.
김희정_예전부터 제주 지역에 팁스 운영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이번에 제주센터가 최초로 된 이유는 기업이 성장하는 전 주기에 걸쳐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중심의 축이 되고 있다는 평가 덕분입니다.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창업가를 발굴하고,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디딤돌을 통해 사업화를 지원하고, 로컬 크리에이터까지 포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죠. 여기에 더해 발굴, 보육, 해외 진출, 엑시트 등을 함께 도울 파트너십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샛별_제주센터가 공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팁스 운영사 중에는 일반 기업이나 액셀러레이터도 있는데,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있고 영역도 전문 분야로 한정되면서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제한이 있습니다. 제주센터가 창업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려는 소명의식을 가진 공기관이기 때문에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수많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이런 부분이 팁스 운영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아요.
김희정_김샛별 대표님 말씀처럼 15개 기관이 팁스 협력 기관으로 되어 있는데요, 다른 곳과 비교하면 많은 편입니다. 앞으로도 파트너십을 늘려가며 제주 창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무엇보다 관심을 쏟을 예정이고요. 이처럼 운영사로서도 팁스 운영에 큰 노력이 필요한데요, AC나 VC,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각각의 주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샛별_투자사 입장에서 팁스에 추천할 기업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평가하는 요소는 ‘개발 중인 제품이나 기술이 정말 경쟁력이 있는가’입니다. 기업이 어떤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을 기술력이 있는지, 실제로 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많이 봅니다. 두 번째로는 초기 벤처 투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창업자와 창업팀의 비전은 무엇인지, 기술 개발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평가하죠. 간혹 팁스나 시드머니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 범위와 과정 등을 잘 알아보지 않고, 선정만 되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에 아무거나 신청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스타트업이 내실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장 지금의 과제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이 과제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이고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인지, 조금 더 큰 그림을 놓고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지원에도 타이밍이 있어요. 지금 기업에 필요한 지원, 과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요.
김유신_팁스에 선정되는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면 현장에서 실제로 창업자의 생각과 운영사가 요구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팁스 선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영사와 이야기를 하며 사업 모델을 조금씩 수정할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많아 부담되는 것이 현실이죠. 경험 많은 팁스 운영사일수록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을 테니 팁스가 간절한 기업이라면 운영사를 믿으면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지켜가는 쪽으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희정_제주센터도 올해 처음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만큼, 앞으로 성공 사례를 잘 쌓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첫걸음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자는 의견이 많은데요, 팁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계획할 때 집중해야 할 포인트가 있을까요?
김샛별_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있다면 일단 해외시장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그 나라, 그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또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막연하게 나라나 지역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어떤 나라 어떤 지역에 진출해야 경쟁력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일례로 비전크리에이터가 투자하고 있는 체외용 인슐린 주입기 개발사 이오플로우의 경우, 첫 번째 타깃 시장을 유럽과 중국, 우리나라로 설정했어요. 북미가 가장 큰 시장이지만, 이미 막강한 경쟁사가 있는 상황이었고, 같은 시장에 진출에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먼저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자는 전략을 세웠죠. 전략 수립을 잘해야 성공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여기에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대비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기술력도 갖추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해외의 로컬 파트너도 필요합니다. 직접 진출을 선호하는 기업도 있는데, 생각보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고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로컬 파트너가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와 정보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김유신_해외 진출을 쉽게 생각하는 기업이 많은데, 글로벌 무대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미팅 한번 잡는 데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데, 비즈니스로 성과를 낸다는 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지난한 일이죠. 해외에서 러브콜이 온 것 아닌 이상 정확한 정보나 믿을 수 있는 파트너, 그리고 기술력 없이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창업 단계에서부터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반응이 별로 없었던 제품이라도 문화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거든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서든, 지원을 통해서든 개발 단계에서부터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글로벌 가능성을 검증해 봐야 해외 진출이 조금이라도 수월해질 겁니다.
김희정_제주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로컬을 무대로 활약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지역입니다. 반면 팁스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어요. 제주센터로서는 제주 지역에 있는 로컬 스타트업과 팁스에 참여하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함께 성장시키기 위한 고민이 있는데요, 팁스 운영사로서의 로컬 스타트업과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의 균형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샛별_조금은 어려운 질문인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로컬 스타트업들도 좀 더 규모를 키우고 사업을 확장하려면 결국에는 기술 기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IPO나 투자에 대한 그 판단 근거가 되는 건 기술 경쟁력이거든요. 하지만 모든 로컬 스타트업이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잖아요. 이 부분에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 개발에 대한 동기를 유발한다던가, 기술 개발의 길을 열어주는 건 제주센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유신_로컬 스타트업에 적합한 기술을 컨설팅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로컬 사업에 기술을 입힐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제주센터가 직접 검토하고 적합한 기술을 추천해 주는 거죠. 꼭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로컬 사업에서 간단하게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 발굴해서 과제로 선정해 주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김샛별_김유신 대표님 말씀처럼 기술 컨설팅은 굉장히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로컬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높아져 IPO에 이르기 위해서는 로컬에서 전국구, 전국구에서 글로벌까지 확장할 수 있을 만한 범용성이 필요하죠. 그리고 그 범용성은 결국 기술에서 나오니까요. 제주센터는 제주대학교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좋은 기술 역량을 보유한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으니, 기술 컨설팅 이상의 것들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김희정_마지막으로 팁스 운영사가 된 제주센터에 바라는 점이나 기대되는 부분, 혹은 첨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샛별_팁스를 진행하는 데 변리사와의 파트너십도 중요합니다. 기술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에 대한 부분은 기술 기반 기업의 생명과 다름없으니까요. 이런 부분을 잘 컨설팅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면 팁스 운영사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제주센터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여기에 다양한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보유한 제주센터의 인프라가 더해진다면 로컬 기반 스타트업을 다방면에서 서포트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팁스 운영사가 될 수 있겠지요.
김희정_소중한 말씀 감사합니다. 2015년 개소 이후 제주센터는 제주의 창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제주를 거점으로 하는 기업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큰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번 팁스 운영사 선정이 그 결실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많은 스타트업이 제주센터와 팁스를 거름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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