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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17. 2023

로컬에서 글로벌로 향하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라이콘

중소벤처기업부 이대희 소상공인정책실장,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병선 센터장

소상공인 및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한 정부정책의 패러다임이 ‘보호’와 ‘지원’에서 ‘육성’과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각 주체가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로컬 창업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라이콘(LICORN, Lifestyle & Local Innovation uniCORN)이란 비전을 내세웠다. 이러한 정책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이대희 소상공인정책실장을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만나 그 배경과 정책 방향을 들어봤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병선 센터장 & 중소벤처기업부 이대희 소상공인정책실장


육성과 성장이 중심이 된 소상공인 정책

이병선  작년에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이 시범 사업을 거쳐 올해 본격 론칭되었고, 립스(LIPS)라고 불리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매칭융자 사업’도 시작되었습니다. 각 사업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대희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은 소상공인을 기업가로 성장시키는 육성 사업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과 혁신 역량을 갖춘 파트너와의 협력, 사업화를 지원해 말 그대로 ‘강한’ 소상공인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죠. 소상공인이 기업가 정신을 갖추고 비즈니스를 전략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매칭융자 사업, 이른바 립스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민간 운영사가 역량을 갖춘 유망 소상공인에게 선(先) 투자한 후, 이와 연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별도의 신용평가 없이 정책자금을 매칭하여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신설되었으며 소상공인 육성과 지원의 주체가 민간이라는 특이점이 있죠.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의 아이디어를 빌린 형태이지만, 팁스가 테크 기업을 중점으로 하는 것과 달리 립스는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테크 기업처럼 바로 투자가 일어나기 어려운 탓에 융자 매칭이라는 형태로 진행되죠.

이병선  최근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은 육성과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이라고 하면 지원과 보호가 기본 콘셉트였는데,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대희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시대적 변화입니다. 과거, 산업혁명이 야기한 대규모 생산체계로 인해 많은 대기업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로 산업의 상당 부분이 분산화되고 있어요. 이에 따라 소상공인들도 얼마든지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다변화하면서 다양성이 강점인 시대가 되었어요. 천편일률적인 제품이 아닌,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독특한 제품이 사랑받으면서 이런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상공인의 존재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이 등장하는 거죠. 코로나19 팬데믹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전부터 조금씩 소상공인들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모든 논의는 지원과 보호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됐습니다. 그 탓에 소상공인 관련 사업이 지난 2~3년간 지원과 보호 쪽으로 치우쳐진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를 정상화하고 향후 소상공인들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성장과 육성에 중점을 둔 사업들이 필요하다는 공감을 얻게 된 것이죠.

중소벤처기업부 이대희 소상공인정책실장

     

상권기획자를 통해 로컬의 가치를 높인다

이병선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400억 원 규모인 관련 사업 예산을 내년에는 1,000억 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반적으로 정부 세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기존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이 소상공인 정책으로 수렴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양 사업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이대희  확정 예산안은 아니지만 그만큼 소상공인 육성에 대한 의지가 크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 정책의 관계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정책이 로컬크리에이터를 포함하는 거대한 우산처럼 기능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라는 게 소상공인이 가진 가치를 로컬에서 찾아 발전시키는 형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중기부의 소상공인 정책이 로컬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로컬을 아우르는 좀 더 큰 개념의 정책인 거죠. 생활 혁신 기업들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만들 기회로 볼 수도 있겠고요. 생활 혁신 기업들 역시 성장 커브가 조금 다를 뿐이지, 성장 가능성 자체는 굉장히 높은 편이거든요. 더불어 너무 로컬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로컬 기업이지만, 로컬을 넘어서는 기업들도 많거든요. 로컬과 비욘드 로컬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병선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기존의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사업들을 소상공인 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바라보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육성 정책을 살펴보면 ‘상권기획자’라는 개념이 눈에 띕니다. 여기에 소상공인 액셀러레이터도 따로 지정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나요?

이대희 소상공인도 스타트업의 하나로 본다면 이들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 고민을 정부나 유관기관이 모두 커버할 수 없으니, 교육이나 투자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상공인 액셀러레이터를 두자는 거죠. 상권기획자는 소상공인의 특징을 반영한 제도입니다.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하나의 지역에서 같이 움직일 때 새로운 시너지가 생겨납니다. 이처럼 단독으로 기능하는 것보다 지역이나 마을, 상권의 개념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이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상권기획자가 필요한 겁니다. 아직은 구상 단계이지만, 앞으로 법제화되도록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병선  소상공인 육성 정책은 결국 소상공인들의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을 텐데요. 관련해서는 어떤 정책을 세우고 계신가요? 

이대희  기본적으로는 벤처 분야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스케일업 시스템을 가져오는 형식입니다. 스케일업이라는 것이 결국은 투자와 지원을 받아 관련 분야의 규모를 키우는 것인데요. 벤처에서 개인과 기업에 관한 투자를 모색하던 방법을 소상공인 분야에서는 개인과 상권 쪽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상권 투자 펀드도 계획하고 있고, 동네 펀딩이나 크라우드 펀딩처럼 다른 형태의 펀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생활 혁신형 기업으로 구성된 소상공인은 대부분이 B2C 기업이라 소비자 친화형 기업이 많습니다. 이런 특징을 생각하면 소비자들이 스케일업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구상 중이지만, 조각 투자나 크라우드 펀딩처럼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스케일업 방식이 주를 이룰 것 같습니다. 글로벌 진출의 경우에는 소상공인들에게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굳이 글로벌을 지향한다기보다는 로컬 콘텐츠 안에 글로벌 요소를 집어넣어 로컬이 발전하고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진출이 수월해지도록 하는 거죠. ‘가장 로컬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로컬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녹여낸다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진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병선 센터장


중앙부처와 로컬을 이어주는 제주센터

이병선  다양한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로컬크리에이터 지원과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제주센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이대희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장과 정부 부처의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나름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인력이나 시간을 비롯한 현실적인 한계 탓에 모든 지역을 세세히 살피기가 어렵다 보니, 저희도 제주센터를 비롯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긴밀하게 도움을 주고받는 상황이죠. 소상공인 육성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계속 보완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므로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특히 제주도에는 눈에 띄는 로컬크리에이터가 많은 만큼, 제주센터가 더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지역 최전선에서 소상공인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인식을 바꾸고 지원을 도맡아 소상공인들의 인식과 육성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고, 중앙부처와도 원활한 소통으로 큰 변화를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선  소중한 말씀 감사합니다. 정부의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비전을 들을 수 있었고, 현장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로컬 창업생태계를 선도해 온 제주센터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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