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메달 양제현 대표
주로 간식과 디저트로 즐기는 감귤류, 즉 시트러스(Citrus)를 취향과 개성이 담긴 라이프 스타일 동반자로 격상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가 있다. 고품질의 제주 시트러스 과일과 100% 착즙주스, 트렌디한 푸드와 굿즈로 사람들의 삶을 한결 싱그럽게 만들고 있는 귤메달 양제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귤메달이라는 브랜드명이 트렌디하면서도 재미있는데,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어떤 기업인지도 소개해 주세요.
제주에는 ‘○○농원’이나 ‘△△농장’이라는 상호에 농장주 이름 혹은 얼굴을 더해서 감귤류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소비자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전략이지만, 제가 그리는 사업과는 다소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접했을 때 재미있으면서도 시트러스(감귤류) 특유의 싱그러운 느낌을 전할 수 있는 이름을 고심했고, 귤과 금메달을 접붙여서 최고의 시트러스를 판매한다는 의미를 담은 귤메달로 브랜드명을 정했죠.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저희 회사는 단순한 감귤류 판매를 넘어 소비자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맞춘 ‘시트러스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감귤·한라봉·천혜향·카라향·레몬 등 15종에 이르는 제주산 시트러스와 7종의 100% 착즙주스를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취향 테스트와 테이스트 노트(Taste note)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트러스 특유의 상큼한 이미지를 활용한 굿즈와 레몬딜버터 등의 파생 푸드류도 개발·판매합니다.
홈쇼핑 MD로 일하다가 돌연 제주로 내려와서 2020년 10월 귤메달을 창업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그해 8월 형과 함께 귤 농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부랴부랴 제주로 내려온 뒤 가족과 상의 끝에 아버지가 한결 수월하게 회복하실 수 있도록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죠. 나만의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결심에 한몫했어요. 홈쇼핑 MD(상품기획자)로서 5년 동안 수많은 기업의 대표님들을 만나면서 남몰래 사업의 꿈을 키우고 있었거든요. 원래는 카페를 차릴 생각이었는데 당장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도와드려야 하니,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1년만 하자는 마음으로 2020년 10월 귤메달을 세웠는데요. 일을 하다 보니 상품성이 뛰어난 제주 시트러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지금껏 귤메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창업 직후 직원을 2명 채용했는데, 영업이나 회계 직군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사진작가였다고 들었어요. 출발이 흥미롭네요.
단순한 과일 판매로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주 귤은 상품성이 참 좋은데 가치가 여러모로 저평가돼 있어요. 귤 농사를 짓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감귤류 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는 데다가, 껍질에 약간의 상처라도 나면 박스 단위로 헐값에 팔거나 감귤주스 공장에 넘겨야 하죠.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어떻게 이겨 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브랜딩에 힘쓰기로 했어요. 이런 이유로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를 가장 먼저 채용했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곧바로 만들었는데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에 매달려 있는 귤의 이미지가 우리가 추구하는 시트러스 라이프 스타일과 결이 맞는다고 생각해 특이하게 하늘색을 브랜드 메인 컬러로 정한 뒤 글꼴·패키지 규격 등의 디자인 언어를 정해 홈페이지와 상품에 속속 적용하며 귤메달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했어요.
고객의 입장에서 과일을 바라보기 위해 장화 대신 구두를 신고 농장에 들어서신다고요.
브랜딩을 좋게 해도 정작 받은 과일이 맛없거나 상품성이 낮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런데 저희 집은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 보니, 별생각 없이 농장에 가면 해오던 대로 농부의 마음으로 귤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잘 익었지만 상처가 있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을 보면 ‘사실 이런 것도 정말 맛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전체적으로 상품성이 좋은 과일을 찾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농장에 갈 때는 불편하지만 구두를 신어요. 고객에게 보낼 과일을 고객의 입장에서 선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아울러 저희가 파는 과일은 일부러 보통의 수확 시기를 넘긴 뒤에야 따요. 사실 과일을 오랫동안 매달아 놓으면 해거리를 해야 하니 농가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과일은 후숙된 만큼 맛있어지죠. 그래서 우리는 농가와 계약할 때 후숙 조건을 반드시 설명해 드리고, 농가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더 높은 값에 과일을 수매해요. 이런 노력과 우리만의 브랜딩이 잘 어우러졌기에 온라인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과일에서 출발해 100% 착즙주스, 나아가 굿즈와 푸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시트러스를 사계절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과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과일의 본질에 충실하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모색했는데요. 감귤 농가와 연구소를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시트러스 15종의 당도·산미·바디감 등 세 가지 기준을 보기 좋게 정리한 테이스트 노트를 작성해 판매에 활용했고, 저온창고 후숙을 통해 맛을 끌어올린 7종의 100% 착즙주스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이와 함께 최신 패션 트렌드에 시트러스 특유의 싱그러운 이미지를 접목한 티셔츠·필름카메라·주스 전용잔 등도 개발했어요. 최근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화제가 된 레몬딜버터를 제주산 레몬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시장 반응이 괜찮아요. 이게 다 ‘시트러스 라이프 스타일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이뤄진 일들이죠.
최근 현대백화점 목동점, 더현대 서울 등 유명 백화점에서 연이어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제주에 착즙주스를 중심으로 한 카페형 매장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 전에 먼저 매장 운영 경험을 쌓아 보자는 생각으로 팝업 스토어를 추진했어요. 원래는 성수동 쪽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려고 기획 중이었는데 때마침 현대백화점 측에서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메시지)으로 제안을 주셨고, 6월 첫 판매 행사에 이어 7월 더현대 서울에서 단독 팝업 스토어를 개최했는데요. 목동점에서 제품을 사간 고객들이 더현대 서울로 원정 구매를 올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덕분에 타 백화점에서의 팝업 스토어도 연말까지 순차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 향상은 물론 내년 초 오픈 예정인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시트러스 라이프 스타일 구축 및 확산’이라는 사업 방향성을 꾸준히 이어 나갈 계획인가요?
사실 사업 초창기에는 썬키스트, 제스프리 같은 기업을 꿈꾸기도 했는데, 대규모 농장을 기반으로 삼은 이들의 사업 형태는 우리에게 맞지 않았어요. 결국 우리 회사의 비전은 ‘시트러스 라이프 스타일’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껏 해 온 것처럼 시트러스를 일상에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도전에 나서야 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인데요. 최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투자기업으로 선정되어 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LIPS(기업가형 소상공인 매칭융자 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의 도움도 받을 예정이에요. 이한 발, 한 발 조금씩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 제주의 시트러스가 많은 분들이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지 않을까요? 제주의 감귤 산업이 레드오션이 아니라, 블루오션이 되는 날까지 저와 귤메달은 앞으로도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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