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5회 TREND TALK
[본 콘텐츠는 제주팟닷컴 고재일 기자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국내 대표적 렌터카 예약 플랫폼 ‘제주패스’를 안착시킨 (주)캐플릭스 윤형준 대표가 9월 13일 W360 인근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3 JEJU STARTUP WEEK ‘스윜아일랜드’〉 2023 제5회 트렌드 토크 연사로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덥고 습한 날씨 속에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경험한 비즈니스의 접근법과 생존 전략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냈다.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첫걸음
혁신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국 애플은 시장조사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제품과 서비스가 충분히 혁신적이라면 시장을 굳이 ‘바이어(buyer)’에 맞추기보다는 ‘셀러(seller)’가 주도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어디까지나 애플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무엇을 팔아야 하나?’는 현실의 많은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그래서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핵심이자 첫 고민거리다.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는 “의외로 돈이 안 되는 일에 매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스타트업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일’을 선택하고 솔루션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 누군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조금 더 좋은 방식으로 개선해 주는 ‘비타민’ 방식의 접근 대신, 누구도 생각하거나 내놓지 못했던 불편을 없애는 ‘진통제’ 즉, 페인 킬러(pain killer)’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비즈니스 아이템이 비타민이냐, 진통제냐를 끊임없이 연구하십시오. 지금도 진통제가 될 만한 것들이 꽤 널려 있거든요. 그 길에 스타트업의 빠른 트래픽과 스케일업이 있습니다.”
렌터카 업계서 찾아낸 ‘페인 포인트’
막 걸음을 뗀 스타트업 꿈나무들에게 한 수 전수하겠노라 나선 윤 대표이지만, 그 역시 모든 여정에서 ‘진통제’만을 영접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세워 본 회사가 13개에 달할 만큼 고배를 마시기도 부지기수였다. 어느 날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분야는 바로 렌터카, 고향 제주에서 전국적으로도 가장 큰 스케일의 비즈니스가 경쟁을 펼치고 있기도 하고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늘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진 영역이기도 하다. ‘렌털료 하루 1,000원’이라는 미끼에 넘어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십만 원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일로 늘 원성이 이어졌지만, 누구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제도적인 한계 또는 누군가의 외면으로 수백, 수천만 명의 불만과 분노가 방치되고 있는, 말 그대로 ‘페인 포인트’였다. 공교롭게도 업계의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렌터카 플랫폼 역시 전 세계 이용객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 ‘SUV를 예약했는데 정작 다른 차량이 나왔다’거나 ‘벤츠를 주문했는데 시트로앵이 기다리고 있었다’처럼 이용객들의 불만의 아우성이 가득했다. 렌터카 약관 한구석에 박힌 마법의 문구 ‘or similar(또는 유사한 대체품)’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항공권이나 호텔은 이런 사례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왜 유독 렌터카 업계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런 불만이 발생할까? 고민한 끝에 내린 진단과 해법은 이렇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가 없어서 그랬구나, 그래서 제가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통이 사라지니 비즈니스가 성장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의 약자로 기업 경영에서 흔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회계나 조달, 재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프로그램의 종류다. 호텔과 항공권인 경우 수억 명의 수요자와 수백만 개의 공급자를 연결하는 중간 ERP 제공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고객은 그 많은 공급사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정확한 제품과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거짓말처럼 렌터카는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중간 ERP가 없었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 윤 대표는 두 개의 대기업 계열사 렌터카와 중소규모 업체의 렌터카 재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한 트랜드 토크 계단형을 보이는 기업의 성장 그래프 관리를 묶어 이를 공유하도록 했다. 야놀자, 인터파크와 같은 여행사와 제휴해 B2B 플랫폼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고객의 요구와 다른 차량 배차나 오버부킹 등 기존 업계의 고질병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동시에 회사의 성장도 발을 맞춰가는 게 눈앞에 보였다.
“고객들에게 저희 ERP는 안 보이죠. 하지만 저희가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패는 반드시 온다. 참고 기다리자
윤 대표는 현재 또 다른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한 진통제를 개발 중이다. 그러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의 10배에 달하는 일본, 또 그 10배인 미국 시장을 차례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데스 밸리’를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안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무대에 스스로를 던지고 있는 반복적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결승선이 또 다른 출발선인 셈이다.
성공한 기업의 성장 그래프를 멀리서 보면 한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가까이서 보게 되면 구간과 구간 사이를 점프하는 계단형 구조가 있다고 윤 대표는 강조한다. 괴테의 말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을 한번은 겪어 봐야 다음 레벨로 올라간다는 것. 아무리 시간과 열정을 투입해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정체기가 역설적으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이유다. 직원 한 명을 두고 1,000만 원의 매출을 내던 시기나, 대규모 투자에 성공한 지금이나 그 구간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CEO의 강인한 체력과 멘탈 관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어차피 적자생존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잘 버티고 변화에 적응한 개체가 이기는 것 아니겠는가.
“중요 단계마다 실패는 반드시 옵니다. 이때 발생하는 실패의 사이즈도 더 클 수밖에 없어요. 스타트업 창업가라면 이런 흐름을 잘 알고 실패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걸 즐기는 것이 창업가의 DNA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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