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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울 Jun 02. 2023

언제나, 맑은 뒤 흐림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자.

 문 밖을 나설 때의 날씨가 언제나 맑은 날일 수는 없다.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읽는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니까. 당연한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까먹고 불행해 지곤 한다. '오늘 날씨가 흐리다고' 말하며.


 햇빛 비치는 쨍한 날이라도 먹구름이 내 머리 위에만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며칠 내내 나에게만 내리는 장마처럼 우울한 감정은 조리개를 조여 내 마음에 빛을 쬐지 못하게 만들곤 한다. 빛을 쬐지 못하는 내 마음은 맑은 날이라도 시야를 가려 흐린 날로 만들어 버린다.


 매일의 날씨에도 감정은 흔들린다. 더 나아가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손쉽게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빗대어 해소하거나 세차게 흔들리곤 한다.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것들이 사실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내 흐림의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은, 머리 위 먹구름을 점점 커지게 만들어 내 주변까지 세찬 비를 맞게 할 때도 있다.


 그냥 우산을 쓰자. 매일 흐리지 않는 것처럼 맑은 날은 무조건 찾아온다. 곧 개일 것을 알고 있으면서 손톱을 들어 스스로의 마음을 긁을 필요는 없으니까. 조용히 지나갈 먹구름을 자신의 저기압으로 키워 태풍을 만들 필요 또한 전혀 없다.


 우산을 들 힘이 없어도 걱정을 내려놓자. 누군가 자신을 위해 기꺼이 들어주려 하는 이가 있을 테니까. 남이 아닌 나에게, 온전히 스스로 집중해 보자. 날이 개일 때까지. 누군가 우산을 들어주어 당신이 비를 피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이제는 당신이 움직일 차례이다. 저기 우산 들 힘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우산을 들어주는 용기를 가져보자. 맑은 날이 세상에 조금 더 많이 찾아올 테니까.


노들섬 @mamadonot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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