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제주
어릴 적 칼라TV는 부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명암만 있는 흑백이 오히려 그립다.
제주에서 풍경사진을 주로 찍다 보니 흑백으로 사진을 찍을 일이 거의 없다. 디지털 사진은 언제든지 포토샵으로 흑백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러 흑백으로 사진을 찍는 시늉을 한다. 물론 많은 컷을 찍다 보면 흑백사진을 남기는 걸 잊어버리곤 하지만... 모노톤으로 사진을 찍으면 컬러로 찍은 후에 흑백으로 변환하는 것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특히 그저 지나쳤던 볼품없는 곳을 흑백으로 남기면 갑자기 예술사진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것도 나의 편견에서 기인한 거겠지만... 어쨌든 흑백사진이 주는 묘한 다름이 있다.
모노톤으로 보니 그냥 거대한 무덤처럼 보인다. 실제 저 아래에 우리가 모르는 고대의 비밀이 숨어있을지도...
색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흑백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최근엔 다른 의미에서 회색 제주가 되고 있다. 녹색 숲이 사라지고 회색 건물이 들어선다. 성북동 비둘기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