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 원물오름
그냥 민둥오름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주와 서귀포/중문을 연결하는 평화로를 타고 제주시로 넘어올 때면 동광사거리를 지나서 왼편으로 민둥오름이 하나 있다. 그 오름을 볼 때면 항상 언젠가 한번 올라가 봐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하곤 했다. 내비에 오름 이름도 찍혀있지 않아서 이름조차 몰랐는데 늦기 전에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특별한 계획도 없던 어느 일요일 오후에 더디어 찾아갔다. 원수악이라고도 부르는 원물오름이라고 한다. 보통 산에 '악'자가 들어가면 험한 산이라고 하는데, 제주에도 '악'자가 들어가는 오름이 몇 있지만 (삼의악, 금악오름 등) 별로 험했던 오름은 보지 못했다.
이름이 알려진 주요 오름들은 많이 올라봤고 추천할 오름이 몇 있는데, 그 목록에 원물오름도 추가했으면 한다. 이유는 아래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상에 오르면 남으로는 산방산이 보이고, 동으로는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서로는 금악오름과 정물오름이 보인다. 북으로는 멀리 새별오름도 보이지만 바로 앞에 공사장이ㅠㅠ 제주에서 권역별로 주요 오름은 올라가볼만하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봐야지 주변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물오름이 서쪽 권역에 그런 오름에 속한다. 오름이 험하지도 않기 때문에 안덕 충혼묘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볍게 오르면 된다. 원물오름에 오기 전에 먼저 찾아갔던 새별오름에 이젠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그냥 발길을 돌려서 원물오름에서도 가을 억새를 살짝 기대했었는데, 억새도 없는 거의 민둥오름이다.
오름에서 내려다보면 평화로 건너편에 오래된 테쉬폰을 볼 수 있다. 테쉬폰은 성이시돌목장에만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평화로를 타고 제주로 돌아오면서 오른편으로 테쉬폰이 있는 걸 발견했다. 한두 달 후에 다시 찾아가 봤는데 오랫동안 방치돼있어서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 후에 안내판도 세워져 있지만 제주를 잘 아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찾아오는 이들이 거의 없다. 성이시돌목장의 테쉬폰은 요즘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그리고, 회사 근처 영평동에서도 테쉬폰을 하나 발견했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제주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