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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un 02. 2018

두 달만의 방문

제주 워크숍 이틀째

당분간 제주에 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제주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상반기 워크숍은 제주로 가자고 얘기가 나오더니 얼렁뚱땅 승인이 나고 비행기랑 렌터카를 예약하고, 어느 순간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첫째 날은 회의실에서 회의만 했고 둘째 날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습니다. 이미 시간은 지났지만 (내년 이후로) 5월 말경에 제주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글을 적습니다.


카카오는 제주에 오피스 (및 회의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피스 내에 직원을 위한 워크숍룸과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특수한 경우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날 (목요일).

첫째 날은 회의 중심의 업무를 봤기 때문에 사진이 없습니다.

직원들의 공항 접근성이 모두 다르므로 조금 늦은 10 시대의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서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았습니다. 첫날은 공식적인 플레이샵이 아니므로 점심은 구제주/이도동 산방식당에서 간단히 밀면과 수육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스페이스 닷투로 이동해서 회의 및 제주 오피스를 처음 방문한 동료들을 위한 오피스 투어로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회의가 잘 진행돼서 6시 30분경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도두항에 있는 길촌회집 (예전 다음 시절에는 회식으로 종종 들렀던 곳인데...)을 7:30으로 예약해놔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근처 이호해변의 말등대에 들러서 오랜만에 제주 일몰을 봤습니다. 카메라를 숙소에 놔두고 와서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횟집에서 간단히 (?) 회를 먹고 이마트에서 다과를 준비해서 닷투 워크숍룸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첫째 날을 보냈습니다.


둘째 날 (금요일).

둘째 날은 온전히 플레이샵입니다. 원래 계획은 늦게 일어나서 10시경에 성미가든에 가서 아점으로 시작하려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한라산 영실에 가겠다느니 낚시를 하겠다느니라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어차피 못 할 거를 다 아니까...) 그런데 성미가든은 11시에 오픈한다기에 급하게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그냥 9시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아침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때운 후에, 렛츠런팜의 양귀비를 구경하고 성미가든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교래리로 이동하면서 한라산 마방목지에 잠시 정차해서 제주마를 보며 사진으로 기록.

마방목지
마방목지와 제주마

렛츠런팜.

제주에서 중문으로 가는 평화로를 타고 가다 보면 렛츠럼파크가 있습니다. 그곳은 토요일마다 경마를 하는 곳이고, 렛츠런팜은 동쪽 교래리에 위치한 경주마와 시수마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일전에도 글을 적었지만, 북쪽 목장은 일반에 개방돼있습니다 (월요일 휴무). 마사회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계절마다 다양한 꽃을 심어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한 곳입니다. 지금 (5월)은 한참 양귀비 (마약 성분이 없는 것)를 심어놨습니다. 5월 중순에는 양귀비꽃 축제도 했었는데, 지금은 끝물이라 다소 아쉽습니다. 입구의 꽃밭 외에도 걷거나 자전거, 또는 트랙터를 타고 목장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고 상반기에는 말을 교미하는 것도 볼 수가 있습니다. 지금 양귀비는 끝물이지만 해바라기를 심어놨기 때문에 6월 하순에 해바라기 꽃으로 노랗게 물들 테니 6월 하순에 가보셔도 좋습니다.

끝물이지만 양귀비가 붉게 폈다.
데이지 가운데 핀 양귀비

11시가 돼서 성미가든에서 닭샤브샤브를 먹었습니다. (샤브샤브 --> 라면 --> 닭백숙 --> 닭죽) 유명해진 후로 호불호가 좀 갈리는 곳이지만 제주에 여행 와서 한번 정도는 가볼만한 곳입니다. 아점을 먹고 성읍의 보롬왓으로 이동했습니다. 몇 해 전부터 메밀밭을 만들어서 메밀꽃 축제를 하던 곳인데, 지금은 옆에 카페도 짓고 허브도 심어놨습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작년까지는 무료로 개방했는데 (샛길로 들어갈 수도 있음), 올해부터는 3,000원짜리 입장권을 구매해서 라벤더 아이스크림과 교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5월 말에는 (봄) 메밀꽃이 한참 필 무렵입니다. 그리고 잉글리쉬 라벤더도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보롬왓이 잘 알려진 이유 중에 하나는 파란 수국이 예쁘게 핀다는 점인데, 불행히도 수국은 6월 말에 핀다고 합니다. 6월이면 메밀꽃은 다 져서 검게 변하겠지만, 잉글리쉬 라벤더가 절정에 이르고 수국길도 예쁘게 만들어질 테니 시기를 맞춰서 찾아가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가을에 메밀밭 가운데 건물 한 채를 짓고 있었는데, 정미소로 이용할 곳이었습니다. 그 건물 옥상에 오르면 메밀밭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습니다.

하얗게 핀 메밀꽃
정미소 옥상에서 내려다 본 메밀밭 (카페 반대편)
누렇게 익은 보리밭... 올해는 보리도 심었는데, 4월 말에서 5월 초에 방문하는 고객을 위한 전략인 듯...
잉글리쉬 라벤더
어린이를 위한 트랙터 기차 (이용료는???)

제주까지 왔는데 그리고 날씨가 좋은데 바다를 보지 않고 그냥 갈 수가 없습니다. 지난 저녁에 이호해변에서 일몰을 보기는 했지만, 에메랄드빛 제주 바다를 보지 않는다면 아쉬울 듯합니다. 그래서 점저 전에 함덕서우봉 해변에 잠시 들렀다가 제주시에 있는 대원가라는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바다는 벌써 여름을 준비중...
함덕에서 좋아하던 사진 스팟.

짧게 함덕에서 바다를 보고 3:30 경에 대원가에 도착했습니다. 해물탕은 중짜로 시키고 갈치구이를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렌터카를 반납하고, 티켓팅을 마쳤습니다. 5월 말의 금요일 오후에는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들이 많아서 공항이 다소 붐볐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어김없이 지연이를 만나서 예정보다 50분 늦게 탑승해서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주를 여행하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제주에 잘 알려진 여행지는 뻔합니다. 최초에 제주를 여행해서 유명한 곳을 모두 가봐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즉 제주 여행을 종종한다면) 요즘 젊은 애들처럼 새로 생긴 카페를 투어 하는 것도 좋지만,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서 여행지와 식당/메뉴를 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4월 초/중순에는 벚꽃과 유채꽃을 중심으로, 5월 초에는 보리밭, 5월 말에는 메밀꽃과 양귀비, 6월에는 해바라기, 6월 말부터 7월 초에는 수국, 7월 중순부터 코스모스,... 가을에 억새와 핑크 뮬리, 그리고 겨울에는 동백 (+ 한라산 눈꽃) 등으로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서 꽃피는 장소를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짜면 계절에 맞는 제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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