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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Apr 27. 2018

제주에서의 마지막 봄

철 지난 제주의 꽃놀이 사진 모음, 그리고 굿바이.

제주도를 떠나온 지도 벌써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떠나기 전에는 배에서 마지막으로 한라산 사진을 찍으면서 'Leaving Jeju'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글을 적으려고 했으나 막상 그 시간이 되니 모든 게 귀찮아졌다. 그래서 제주의 마지막 포스팅을 미뤘고, 그게 한두 주 흐르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금요일 늦은 밤에 퇴근하고 나서 그래도 마지막 사진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제주에서 보낸 마지막 이른 봄의 사진을 꽃을 중심으로 모았다. 앞으로 영원히 제주 땅을 다시 못 밟을지 아니면 다른 기회로 밟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10년간 품어줬던 제주에 대한 마지막 애틋함을 표현하고 싶다.

돌담의 개나리

성산일출봉이나 산방산 등의 유명 관광지는 겨울부터 노란 유채꽃을 피웠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아직 유채가 제대로 핀 곳이 없다. 대신 이른 봄 어쩌면 늦은 겨울부터 개나리가 먼저 봄을 반겼다.

매화

서귀포 칠십리 공원이나 휴애리 또는 노리매 등에 갔더라면 늦은 1월이나 2월부터 매화꽃을 봤겠지만, 막상 제주를 떠날 날을 거의 잡아둔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덜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래서 매화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는데, 조금 늦은 시기에 여전히 동네 한 모퉁이에 매화꽃이 펴있길래...

유채와 갯무

작년에 중문의 엉덩 물 계곡에 유채꽃이 폈던 게 기억나서 다시 찾았다. 작년에도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못했는데, 올해는 아애 유채꽃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다고 봐도 무방해서 큰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버려진 공터에 나름 넓은 유채꽃밭이 있어서 사진으로 담았다.

항몽유적지 토성을 걷는 청청커플
전농로의 벚꽃

마지막으로 벚꽃을 보지 못하고 제주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나마 출도 전날 지대가 낮은 곳에는 벚꽃이 제대로 폈다. 글을 적으려는데 '전농로'가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벌써 육지 사람이 된 걸까? 아직 주민등록 상으론 제주도민인데...

수산저수지의 벚꽃

처음 수산저수지를 찾았을 때도 벚꽃이 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위의 사진을 찍었던 포인트에서 봤던 장면이 상당히 몽환적이었다고 기억돼서 다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여러 번 찾았었는데, 첫 방문 기억의 장면과 많이 달라서...

평화로에서... 몇 년 전만해도 이런 뷰는 아니었는데...
녹산로의 벚꽃과 유채

제주의 봄을 대표하는 곳이라면 역시 녹산로다. 제주시 쪽에서 오면서 유채꽃도 제대로 안 폈고 특히 유채꽃축제를 하는 대평원의 유채밭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어서 실망했었는데, 그래도 가시리 쪽으로 넘어오니 유채꽃도 폈고 큰 기대도 없었던 벚꽃도 나름 펴있었다.

꽃 소식에 찾아온 상춘객을 또 도촬... 몹쓸 버릇...
벚꽃과 유채꽃
평화로의 저녁

낮에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밤 (사진보다 더 늦은 시각)에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라는 기회가 없는 떠나기 전날이어서 일몰 시간에 맞춰서 카메라를 챙겨서 나왔다. 생각했던 뷰는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한다. 양쪽의 신호등의 시간차가 생겨서 길게 이어진 빛의 이어짐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른 아침의 제주대학교 교정

제주를 떠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지막으로 제주대학교 교정과 전날 갔던 녹산로를 둘러봤다.

녹산로... 전날보다는 더 폈지만... 안녕.
사라봉의 새삭

제주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근처 사라봉 산책로를 걸으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제주항에서 본 사라봉
제주를 떠나는 배에서 본 한라산

마지막 사진은 제주를 떠나는 배에서 한라산을 찍고 싶었었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서 낮에는 한라산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라산을 볼 수가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미세먼지가 더 심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날씨가 흐렸을 수도 있었는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주는 내게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벚꽃 그리고 녹산로의 유채꽃과 벚꽃, 그리고 배에서 본 한라산까지...

아, 그리고, 예약이 잘못돼서 여수 가는 배가 아니라 완도 가는 배 위였다는 점은 비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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