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juGrapher Sep 19. 2022

달고나 56. 인피니트 게임

Book: The Infinite Game by Simon Sinek

데이터나 알고리즘에 관한 글은 아니다. 그저 책 소개라기보단 그 속의 개념을 내 방식으로 좀 풀어보려 한다. 넓게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것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니 정말 무관한 주제도 아니다. 어쩌면 특정 알고리즘이나 기법을 소개하는 것보단 이런 개념을 공유하는 게 더 나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개발자/기획자/경영자 또는 그냥 인간이 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저자 사이먼 시넥 Simon Sinek은 꽤 유명하다. 거의 10년 전에 그의 TEDx 영상이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소셜 미디어에 계속 퍼 날라졌다.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이란 제목의 TEDxPugetSound 영상은 이미 6천만 번 조회됐고 1.7백만의 좋아요를 받았다 (TED 공홈 기준).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당장 사람이 건강해지지 않듯이 좋은 생각이 전파되더라도 사람이 바로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 영상을 본 이후로 생각하는 그리고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에 조금의 변화는 있었다. 어쨌든 2019년도에 나왔지만 국문으론 2022년에 출판된 그의 신간 <인피니트 게임>을 소개한다. 우연히 접한 기사를 본 후로 책을 구입했고 단숨에 다 읽어 내려갔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8022393


책에 기술된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그리고 뼈대가 되는 생각에는 깊이 동의한다. 책에 소개된 몇몇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그는 ‘무한게임 vs 유한게임’으로 설명했지만, 어떤 사건을 하나의 시선으로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사회과학 분야의 논쟁은 쉽게 실험하고 재현하기 어렵다. 어떤 기업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서 실험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A회사에서 성공한 개념을 B회사에 접목한다고 바로 효과가 나는지의 재현성도 확인하기 어렵다. 이미 같은 회사 또는 사례에 대해서 다른 분석이나 설명글도 많은데 이전의 분석이 모두 틀린 것도 아니다. 다양한 측면의 분석이 상호 보완해서 좀 더 나은 이해를 도울 뿐이다. 데이터 분석도 그렇다. (<— 달고나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다고 굳이 연결점을 만들었다.ㅠㅠ)


사이먼의 생각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 기사 (한번 1등으로 끝나지 않다, 기업도 인생도...)를 참조하고 직접 책을 구입해서 완독 하길 바란다. 독자를 특정 인이나 계층에 국한한 것은 아니지만, 책에서도 반복했듯이 회사의 경영진을 포함해서 리더급들은 당장 읽어보고 어렵지만 실천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하고, 주니어라면 자신의 앞길을 어떻게 설계하고 향후에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미리 훈련한다는 각오로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 제목 <인피니트 게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인생은 무한게임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기에 순간순간에서 한 번의 시도로 승패가 결정되는 유한게임으로 접근하지 말고, 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무한게임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전투에서 한번 승리한다고 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역으로 한번 실패가 최종 실패도 아님), 한 번의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역사책에 영원한 승리자로 기록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친일파들은 그들의 일생동안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었겠지만 사후에 해방이 되고 그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뤄졌다.


단판승부는 짜릿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결정되지 않는다. 스포츠가 대표적인 유한게임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각 이벤트는 그저 긴 무한게임 속에 아주 짧은 한 유한 지점에 불과하다. 특정 스포츠팀의 팬이라면 그 팀에 매번 경기에서 이기기를 바란다. 본인도 FC 바르셀로나의 팬으로서 전날 경기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패하면 하루 종일 언짢다. 각각의 게임은 유한게임이지만 한 경기의 승패가 곧 전체 시즌의 결산은 아니다. 그냥 한 경기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그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또 다른 경기가 있다. 유한게임이 계속 이어지는 무한게임인 셈이다. 어떤 경기를 잡겠다고 무리하게 에이스를 투입했는데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그 시즌 전체를 날릴 수도 있다. 한 시즌도 유한게임처럼 보이지만 더 긴 흐름의 한 점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면 모르지만 내년에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이번 시즌에 우승해도 시즌이 바뀌면 모든 숫자는 다시 초기화된다. FC바르셀로나는 ‘라 마시아’라는 유스 시스템이 잘 갇춰서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길러지고 또 남미의 유망주들이 많이 거쳐간다. 그렇지만 또 많은 선수들은 리그 내의 다른 중소 클럽에서 이적해온다. 만약 한 경기 또는 한 시즌만을 생각해서 특정 구단과 무자비하게 경기를 치러서 관계가 틀어진다면 다음 시즌부터 그 구단으로부터 유망한 선수들을 수급할 수 없어진다. 한 경기, 한 전투에서의 승리보단 전체 시즌과 전쟁을 생각해야 하고, 더 긴 미래와 역사를 기억하며 때론 전략적으로 지는 것도 필요하다. (승부조작은 아님)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이다. 단기에 전쟁이 끝날 것 같았지만 몇 달을 이어오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초반 1~2주 내에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점령하고 전쟁을 끝냈다면 러시아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전쟁이란 유한게임에서 승전보를 울렸을진 몰라도 이후에 주변국들과 불편한 관계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더 긴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적 마찰이 이어질 거고 결국 일반 민중들만 피해를 입는다. 만약 이 전쟁으로 천년의 기틀을 잡는다면 모를까 불과 수십 년이 지나기 전에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거다. 역사가 말한다. 아직 천년을 번성한 국가는 없었다. 겨우 수년에서 수십 년 정도의 전승기가 있었을 뿐이다.


추석에 <킹메이커>가 TV에 방영됐는데 설경구 (김운범 역)가 이선균 (서창대 역)에게 ‘준비가 됐는가?’라고 종종 묻는데, 김운범은 역사를 바꿀 무한게임에 임할 준비가 됐는지를 묻는데 서창대는 당장의 선거 (또는 자리)라는 유한게임에서 이길 준비가 됐다고 이해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적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모든 유한게임에서 승리한 서창대는 김윤범의 마지막 무한게임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물론 역사를 되돌아보고 연결하니 무한게임이었음을 알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한게임의 한 부분임을 의식하고 늘 현재를 임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 지난 글에서 적은 정의하기, 또 그 전의 질문하기 연습/역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인생은 길다. 모든 순간을 유한게임으로 접근하면 순간의 쾌락과 짜릿함을 느껴볼 수는 있지만 그게 과연 좋은 인생일까? 유한게임의 연속이 무한게임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틀린 건 아니지만 전략적으로 힘 조절하거나 질 수 있는 쉬어가는 게임을 넣어야 한다. 한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 기여하는 인생이 돼야 한다. 나라는 유한게임을 우리라는 무한게임으로 확장해야 한다. 평소에 20대에는 성장하고, 30대에는 성과를 내고, 40대에는 보상을 받고, 50대에는 베풀어야 한다고 종종 말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당장 손 안의 작은 것 때문에 남에게 인색하지 않길 바란다. 유한게임에서 빛나는 성과와 큰 보상이 있길 바라지만, 무한게임에선 성숙해야 한다. ... 각자 자산의 무한게임을 잘 정의해보시기 바랍니다. (정의가 중요하다는 건 이전 글 참조ㅎㅎ)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은 늘 유혹을 받는다. 숫자 하나만 그냥 지긋이 고치면 논문을 낼 수도 있고 KPI를 만족시킬 수도 있고, 두둑한 성과급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숫자 하나가 나의 전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사람들이 유한게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결국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일 거다. 일보 후퇴가 이보 전진으로 이어질 것을 안다면 굳이 현상을 유지하거나    나가기 위해서 아등바등 기를 쓰지 않을 거다. 지금  보가 미래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근시안이  수밖에 없다. 불안,  스트레스를  다뤄야 한다. 무한게임에 참가하라는 것이 현재를 대강 보내라는 의미도 아니다. 우린  순간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만  최선이라는 것이   안목에서의 전략적 최선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무가내는 아니다. (추가) 불확실성의 다픈 표현은 정보의 불완전, 불균형 또는 비대칭이다.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우린 특히 단기전에선 단편적 정보만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가장 유명한 게임이론의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도 서로 정보가 차단된 상황에서 비협력 게임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기다리며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아야지 단기 유한게임에서 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한게임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건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기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고나 55. 영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