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ding-driven Life
** 중동 (이란) 전쟁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지난주와 오늘 매우 당황스럽지만 장기적인 투자 방향과 전략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일반 직장인에게 은퇴란 생산형에서 소비형으로, 즉 소득 주도 삶에서 지출 기반 삶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직장인은 계약된 월급만큼, 자영업자는 그 달에 얻은 수익만큼의 범위 내에서 한 달 소비를 하면 된다. 월 300만 원을 벌면 300만 원에 맞춰서 생활 수준을 정하면 되고 500만 원을 벌면 500에 맞는 삶을 살면 된다. 직장인은 어차피 들어올 월급에 맞게 이번 달을 계획해서 살면 되고, 자영업자는 이번 달에 번 액수만큼 다음 달을 산다. 각자의 소득에 맞게 소비 규모나 패턴을 정하면 되기 때문에 소득이 주도하는 삶을 사는 거다. 반면 은퇴 후에는 정한 소득이 없기 때문에 역으로 내가 소비하는 규모에 맞게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또는 가족이 한 달에 200만 원이 필요하면 어떻게든 200만 원 이상을 만들어야 하고 500만 원이면 500만 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지출 규모에 기반해서 소득을 상계하는 삶을 산다. 지출 기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예외 상황 없이 계획대로 일정하게 생활하는 거다. 은퇴의 시작은 이런 관점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은퇴 시기가 정해지면/다가오면 가장 먼저 나 또는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최소 금액이 얼마인지를 산정하는 게 필요하다. 불필요한 소비는 모두 제하고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등에 필요한 금액을 산정한다. 일론 머스크가 하루에 식비 1달러로 살 수 있는지를 검증한 후에 창업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극단적인 최소 비용은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한 비용을 계산한다. 대략 주택비 (대출금, 월세, 관리비 등), 식비, 꾸밈비 (의류, 화장 등), 유틸리티비 (전기, 상하수도, 교통, 통신 등), 취미 및 사회 생활비, 세금성 (세금, 의료보험, 국민연금, 투자/보험 등), 기타 비상금 (의료비, 자동차/핸드폰 등 간헐적 장비 구입 등)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어떤 항목이 필요하고, 최소/적정 비용을 구한다.
일반인보다 소비 성향이 낮은 나를 기준으로 대강/대신 생각해 봤다. 주택 관련 비용을 제외하면 매달 최소 100만 원 정도가 필요해 보인다. 주택 비용을 더하면 최소 1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미래 투자와 취미까지 고려한다면 월 200만 원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 액수는 현재 시점 최저 시급으로 계산한 한 달 총액과 비슷하다 (주 40시간, 월 209시간 = 2,156,880원). 부부를 가정한다면 공통 비용이 있으니 월 300만 원 정도, 3인 가족이라면 400만 원 정도가 최소 지출로 가정할 수 있다. 소비성향이 낮은 본인 기준으로 가정한 값이기 때문에 각자 성향과 구성에 맞게 미리미리 계산하거나 지난 가계부를 펼쳐놓고 불필요한 걸 제외하며 확인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은퇴를 준비하면서 또는 은퇴 후엔 생활/소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최소/적정 비용을 계산했으면 이제 그에 맞는 소득을 얻을 방법을 설계한다. 편의를 위해서 세후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먼저 금융/이자 소득으로 (세후) 월 300만 원을 얻는 방법을 생각하자. 년 투자 수익으로 10%를 얻을 수 있다면 시드 자금으로 5억 원이 있으면 월 세후 300만 원 조금 넘는 이자 소득(정확히는 350만 원 이상. 세율이 15.4% 일 때 —> 세후 300만 원은 원금 4.25억 원)을 얻을 수 있다. 1970~80년대의 산업화 시대였다면 은행 이자만으로 10% 넘게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커버드콜 ETF가 10% 넘는 배당금을 주지만 상방은 제한적이고 하방은 뚫린 구조라서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만을 되돌아본다면 미장의 주요 지수 추종 ETF들의 수익이 10%를 넘었기 때문에 잘 선택하면 5억 원으로 매달 세후 300만 원 이상을 얻을 수는 있다. 다양한 헷징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안전하게 년 5% 정도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이때는 10억 원의 시드 자금이 있어야 세후 월 300만 원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안전하게는 2026년을 기준으로 은행 예금으로 세후 월 30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대략 20억 원이 필요하다. (현시점 퇴직금 계좌인 IRP의 현금성자산 금리는 대략 2.5x% 임. 예금 금리는 3% 전후임.) 소비성향을 낮추거나 추가 노동소득이 있어서 (세후) 월 200만 원만 필요하다면 같은 금리에서 3/6/12억 원이 있으면 평생 원금 손실 없음 (오히려 조금씩 늘어남). 참고로 최근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약 6.8%다. 투자가 쉽지 않지만 무턱대고 피할 상대도 아니다.
그런데 위의 월 300만 원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로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안정기에도 대략 2%가 넘지 않는 선에서 인플레이션을 정책적으로 조정/관리한다. 지금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면 10년 후에는 단순 계산해도 월 36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제시한 이자율 또는 원금에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수익이 필요하다. 현재 5억 원이 있다면 년 12% (또는 6억 원에 10%)의 수익을 얻어서 2% 수익은 원금에 적립해야 한다. 별도의 개인연금/보험, 그리고 퇴직금 IRP는 보통 55세 이후부터 수령 가능하니 (국민연금은 65세) 이것도 고려한다. 퇴직금은 애초 없다고 가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게 일단 속이 편하다. 55세/65세 이전 은퇴자라면 개인연금(55+세)과 국민연금(65+세)으로 보충되는 금액을 단순히 인플레이션 보정치로 넣으면 계산이 편해진다. 정확한 퇴직금 규모는 각자 회사에 알아보면 되지만 대략 (40대 중반에 기본 연봉 1억 받았다면) ‘1,000만 원 x 근무 년수’ 정도로, 2~30년을 근속했다면 2~3억 수준이다. 중소기업을 다녔다면 0.5배, 일부 고액 연봉 기업/직군이라면 1.5배 하면 얼핏 추정할 수 있다. 퇴직 IRP는 기본 현금성자산으로 운영되는데 2026년 2월 기준으로 년 2.55%로 운영된다. 70%까지는 다른 투자 상품으로 이전 가능하니 미리 투자 공부 및 상담을 통해서 더 많은 수익을 얻기 바란다. 은퇴에 관심 있고 보상이 충분하면 희망퇴직이 나쁜 선택이 아니다. 그리고 은퇴 나이도 중요하다. 어린 FIRE 족이라면 원금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지만, 충분히 노년이라면 대략 2~30년 동안 원금을 까먹는다는 걸 전제한다면 시드 금액이나 수익률이 다소 낮아도 된다. (주택이 있으면 주택 연금도 가능)
만약 위의 계산으로 세후 월 300만 원을 채울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노동 수익을 얻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법은 나도 모르겠다. 애초에 자영업 등의 경제 활동에 별로 관심도 없었지만 딱히 돈을 위해서 아등바등 살고 싶지도 않다. 현재 은퇴 자금만으론 살짝 아쉽지만 시골 내려가면 좀 더 미니멀하게 살 것 같다. 어쨌든 월 100만 원을 벌 수 있으면, 앞서 제시한 수익률이나 시드 머니보다 낮아도 된다. 단순 알바가 아니더라도 평생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취미 활동을 미리 준비한다면 돈과 건강을 함께 얻을 수 있으니 은퇴 전에 미리 생산형 취미를 얻기를 바란다. AI가 나오면서부터 단순 사무직들이 할 수 있는 소일거리 알바가 많이 사라졌다. 예전에 책 번역 알바가 장당 1만 원 정도여서 나중에 은퇴하면 1~2달에 한 권씩 번역하면 밥은 먹고살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불가능해졌다. AI나 데이터 기술 또는 은퇴 생활 관련 강의 자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ㅎㅎ
부동산 이슈는 늘 시끄러웠지만, 내가 만약 서울에 30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다면 당장 팔고 시골까지는 아니더라도 병원 인프라와 서울 접근이 편한 경기도 외곽 소재의 5억 (최대 10억) 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고, 나머지 20+억 원은 위에 적은 대로 예금/투자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거다. 물론 사람마다 사정이 다 다르고 무턱대고 귀촌하는 건 쉽지 않다. 이글 때문에 혹 할 사람은 없겠지만 도시 사람이라면 전원주택보다는 그래도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할 것을 권한다. 나도 당장은 시골집으로 이사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골집 근처의 아파트를 구입해서 입주할 예정이다.
개인 페이스북에도 적었지만, 귀촌해서 1) 최저 또는 적당 생활비 확정, 2) 생활 루틴 완성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등), 3)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에 중단기적으로 집중할 거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퇴직한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일도 아니다. 어차피 지능혁명의 시기에 누구의 직업도 안전하지 않다. 오히려 힘 있을 때 다른 삶의 방식을 찾고 시도해 보는 것이 늦게 은퇴하는 것도 낫다고 본다. 당장 은퇴를 앞에 두고 있지 않더라도 각자 최소비용, 생활루틴, 현금흐름을 미리미리 확인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