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문화해설 로봇 '큐아이' / 미래 도슨트 역할 재정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유물 및 작품 해설에 도움을 주는 도슨트가 있습니다. 도슨트(docent)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서 전시된 예술작품을 설명하고 관람객을 이끌 수 있는 지식을 갖춘 사람으로 1845년 영국에서부터 처음 도슨트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세기 초 미국 보스턴 미술관을 이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도슨트 프로그램의 목적은 전시된 예술작품에 대한 해설을 제공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이해를 돕는 것으로 특히 현대예술의 모호성과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도슨트의 작품 해설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작품의 배경과 의미, 작가의 의도 등 작품 전반에 대해 훨씬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4년 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큐아이라는 인공지능 도슨트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큐아이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동행 서비스는 로봇 몸체 앞뒤 화면을 통해 관람객이 실시간으로 작품을 체험하고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큐아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의 1층 역사의 길에서 2층 기증관까지 ‘큐아이’와 함께 더욱 풍부하고 상호 직관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시각 약자를 위한 수어 문화해설과 음성 안내 자막, 그림 해설 및 문화해설 서비스와 이동 약자를 위한 동행 안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큐아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등 주요 문화 공간과 전시 시설 전국 13곳에서 비대면 해설자로 활동하며 문화해설 서비스와 다국어 인공지능 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박물관 및 미술관의 오디오 앱을 뛰어넘는 큐아이의 활동이 기대됨과 동시에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도슨트 신규 양성교육에서 앞으로 도슨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슨트의 역할은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을 제공했습니다. 작품의 의미, 제작 배경, 작가의 의도 등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관람자는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도슨트 프로그램에 관람자와의 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구체적 감상을 이끌어내며 작품을 새롭게 해석해나가는 대화는 드물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미래의 도슨트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전달은 인공지능에게 그 자리를 넘기고 작품을 해석의 대상이 아닌 체험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작품 그 자체가 일으키는 감상을 중시하고 해석에 대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둔 주도적인 감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앞으로 도슨트는 관람자의 경험에 주목해야 합니다. 영국의 미술관 및 박물관 연구자인 후퍼 그린힐(Hooper-Greenhill)이 언급한 ‘포스트 뮤지엄’ 처럼 교육보다는 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담론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제 박물관 및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이 확대되면 관람자들의 대화를 이끌고 참여를 유도하는 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도슨트는 산재된 의견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구성하고 적절히 배치할 만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중요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mcst.go.kr/kor/s_notice/press/pressView.jsp?pSeq=2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