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는 섬 속의 또 다른 섬 비양도를 가다.
제주 서쪽 바다에 그림같이 자리 잡고 있는 비양도는 여행자들에게 그리 낯선 섬은 아닙니다. 조금 오래되기는 했지만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봄날'이라는 드라마의 촬영지이며,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인 협재해변에서 언제나 바라볼 수 있는 비양도는 제주 서쪽 바다의 상징 같은 곳이지 때문이죠.
물이 빠질 때면 본 섬과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비양도는 제주 본 섬과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비양도 역시 제주도처럼 화산활동으로 생성되었다고 해요. 역사 기록에는 고려시대에 화산활동이 있어 생겨났다고 하는데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훨씬 더 오래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비양도를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배를 타야 합니다. 배편은 하루에 4회 운행되는데요. 상황에 따라 증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승선 절차는 간단합니다. 한림항 도선 대합실에서 승선 신고서를 작성한 후 왕복 배표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배 시간 20분 전까지 대합실 바로 앞 선착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 되는데요. 현장에서 표를 구입했다고 해도 98명 정원이 차면 배를 탈 수 없다고 하니 표를 샀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 이상한 시스템이긴 한 것 같아요.
비양도에 도착하면 작은 공터가 보이고 바로 앞에는 드라마 촬영지였던 비양도 보건소를 볼 수 있습니다. 큰 볼거리는 아니니 잠깐 둘러본 뒤에 본격적인 비양도 트레킹을 시작하면 되는데, 섬 자체가 작고 길들이 모두 이어져 있기에 표지판만 잘 따라 걸으면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마을 이장님께서 직접 과광 안내를 해 주셨어요. 이장님은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는 멋진 여성분이셨는데,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친절한 안내를 해주시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비양도 트레킹 코스는 크게 비양봉 맨 위 등대까지 오르는 코스와 비양봉을 중심으로 섬 둘레를 걷게 괴는 둘레길 코스 두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두 코스 모두 한 시간이면 와주할 수 있으며 가벼운 운동화만으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비양봉 정상코스
비양봉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뒤 두 개의 분화구 둘레의 길을 따라 가파른 경사를 두 번 정도 오르게 되니 참고해 주세요. 정상에서 분화구 둘레를 다 돌아야 비로소 등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등대에서는 멀리 한라산과 협재, 금능 해변의 모습이 보입니다. 본 섬에서 보았던 모습을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비양봉 둘레길 코스
비양도는 유네스코에서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신기한 돌덩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멘트로 포장된 평지를 약 40분가량 걷게 되는 비양도 둘레길을 걷다 보면 호니토 코끼리 바위 등 멋진 자연의 예술품들을 원 없이 감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평지를 계속 걷게 되니 정상코스보다 조금 지루한 편이니 참고해 주세요.
*호니토(honito):용암 내의 가스 분출로 인해 화산쇄설물이 화구 주변에 급경사로 쌓인 소규모 화산채
비양도에는 원래 H식당 한 곳이 유일했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더 많은 식당과 카페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뉴는 주로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 요리인데요 제가 먹었던 in섬 식당의 보말죽도 비리지 않고 꽤 맛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장님 인심이 최고였어요.
제주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보기 좋은 곳을 찾아가면 언제나 번잡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죠. 하지만 비양도에는 아직 평화롭고 조용한 제주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비양도의 이 평화로운 아름다움이 부디 영원히 간직되길 바라봅니다.
비양도 가는 법
한림항 도선 대합실에서 티켓 구입
064-796-7522(배 시간 문의만 가능 전화 예약 불가)
왕복 9000원
운행시간(변동 가능)
한림항→비양도 09:00/12:00/14:00/16:00
비양도→한림함 09:16/12:16/14:16/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