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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27. 2024

왕경태의 럭키 편의점은 없다

웰컴투 삼달리가 남긴 것_3

2. 독수리 5형제의 아지트 _ 럭키편의점


현실에서 럭키편의점은 없다.


럭키 편의점은 독수리 5형제가 자주 만나던 가게로, 등장인물 간의 여러 일들이 많았던 장소다. 드라마에서는 돌로 지어진 편의점이 있었고, 좌우에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와 버스 정류장이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앞에는 항상 빨간 테이블과 파라솔이 있었다. 뒤에는 조그만 동산이 있고, 앞에는 탁 트인 바닷가다. 경치 좋은 전형적인 어촌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예전 구멍가게의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그럴만한 장소가 아니다.

럭키 편의점이 컨셉인 곳은 마을에서 바닷가로 깊숙이 들어간 마지막 위치, 막다른 곳인 오조리 양어장에 있다. 편의점 돌집은 1960년대 만들어진 오조리 양어장 관리사 정도로 보인다. 문이 닫혀있고 사용을 안 한 지는 오래다. 버스는 들어올 수도 없는 곳이라 버스정류장은 당연히 없고, 공중전화 부스도 필요 없는 곳이다. 그외 자연환경은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것과 동일하다.  


일주동로를 따라가다가 오조리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오밀조밀한 마을 안길을 따라 오조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현수막과 입간판이 보인다.


주민의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좁은 마을 안길이 차량이 넘쳐서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고심 끝에 마을에서 이렇게 안내판을 설치하고 주변에 차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서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회관에서 촬영지까지 가는 길은 좁아서 차량이 교행을 할 수가 없다.


차라리 걸어가면서 고즈넉한 어촌의 풍경을 눈에 담아 가는 것이 더욱 기억에 남을만한 아름다운 곳이다.  

마을입구 안내문과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마을회관 주변


오조리 종합복지회관 주변에 주차하고 오조리 80번 길로 들어섰다. 이미 여러 무리가 삼삼오오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다.


바닷가로 가는 길, 초반 100여m 구간 길 좌우에는 낮은 스레이트집들과 올래, 안밖거리 집, 우영팟 등 전형적인 제주 촌락의 모습이다. 길이 약간 높은 듯 주변의 집들이 내 눈높이에서 다 보인다. 집안 마당까지 훤히 보인다. 모두 다 문을 굳게 닫아 놓았다. 고개를 들어야 돌담 너머로 마당을 엿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대로 한눈에 들어온다. 60여 년을 제주 토박이인 나도 보면서 김탄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미지의 모습이다.



이 길을 지나면 앞에 커다란 오름(식산봉)이 불쑥 나온다. 널따란 호수(?) 같은 바다가 나온다. 마치 호수 같다. 군데군데 칸막이를 한 모양 낮은 둑들이 있다. 바다에는 철새들이 수도 없이 잔뜩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기가 1960년대 만들어진 오조리양어장이라고 한다.

해안에서 아주 깊숙이 들어 온 만이다. 제주에서 대표적인 제주의 겨울철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양어장을 중심으로 식산봉과 해안 습지가 있어서 겨울철이면 천연기념물인 황새, 고니, 물수리,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흑기러기, 원앙 등 희귀한 종들을 비롯하여 가마우지류, 백로류, 물닭류, 섭금류 및 갈매기류 등이 물가를 찾아와 겨울을 보낸다. 양어장 안쪽에서는 수전물, 주군디물, 족지물 등 용천수가 솟아난다.


오조리 양어장은 제주 최초의 현대식 양어장이다.
1961년 7월에 오조리 청년․부녀회가 재건국민운동의 일환으로 자조, 자립, 협동을 내건 잘 살기 운동 깃발 아래 마을 공동 소득을 위한 개발사업으로 정부에 건의, 채택되어 1962년 10월에 착공하였다.
지원금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박정희) 하사금과 농어촌 진흥 자금으로 마을 주민의 피와 땀으로 1963년 6월에 완공하였다. 제주일보(141020)에 따르면 착공 시기가 1963년이고 1964년 보리흉작으로 춘궁기가 닥쳐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67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마을주민 연인원 2,500명이 식산봉의 흙과 돌을 날라다 석축을 쌓고 성토를 하여 제방을 만드는 노력 봉사를 하였다. 둑길이 182미터, 높이 4.5미터, 너비 4미터, 수문 2개소에 면적은 약 8만여 평이다.
주 어종으로는 뱀장어, 숭어, 우럭이 있다. 지금도 밀물 때 수문을 열었다가 썰물 때 닫는 옛 방식대로 숭어와 뱀장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적으로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숭어가 아닌 비린내가 심한 개숭어가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어서이다




오조리포구로 가는 길 왼쪽은 양어장이고 오른쪽은 농사를 짓는 밭들이다. 

길가에는 철 이른 유채꽃도 피었고, 수확하다 만 양배추밭도 있다. 바닷가에는 몇 가락 남지 않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흔들 운치를 더해준다. 길은 구불구불 좁은 시멘트 포장이고 볼거리들이 있어서 600여m라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시골길, 바닷가를 따라서 오조 포구까지 만들어 놓은 길이다. 딱 트인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거침이 없다. 때마침 바람이 센 날이다. 머리는 금방 사자머리가 된다.


길 아래는 탁 트인 양어장과 식산봉 오름이 보인다. 바닷가에 있는 오름이다. 흔한 모습은 아니다. 말 그대로 제주의 한적한 어촌을 거니는 모습이다. 올레길 2코스다. 양어장에는 철새들이 무더기를 이루어 놀고 있다.

 


극중 럭키편의점은 이길 막다른 지점에 나온다.

금방 보아도 오랜 세월을 견뎌냈음 직한 돌로 지은 집이다. 돌집 앞에는 세월을 머금은 2개의 벤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누가 있어서 물어 볼 수도 없고, 안내판이 있어서 읽어 볼 수도 없는데 여기가 양어장이었던 것을 짐작하 건데 양어장 관리사이거나 창고였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제주에서 이런 형태의 돌집은 주로 감귤 과수원의 창고로 많이 만들었다. 창고는 든든하고 별다른 장식이 필요 없어서 제주에서 많은 돌을 이용해서 심플하게 만들었다. 요새는 이게 제주의 이색카페나 음식점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고개를 들고 멀리 보면 성산 일출봉의 온 모습 그대로 보인다. 일출봉은 높다지만 가까이에서는 건물에 가려서 전체의 모습을 다 보기가 힘든데 여기는 잔디밭까지 하나도 가려지지 않은 아주 그대로 보인다. 양어장의 잔잔한 바닷가와 일출봉의 모습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이런 곳을 찾아내는 작가들의 안목도 대단하다.


오조포구에서 보는 일출봉과 식산봉까지 연결된 양어장 둑, 올래 2코스다
극중 럭키편의점과 실제 모습
럭키편의점으로 그려 졌던 돌창고 모습


돌아오는 길이다. 갈 때 보는 모습하고 올 때 보는 모습은 다르다.

길가 낮은 돌담 너머로는 오래된 농가들과 우영팟들이 보인다. 여기서 돌담은 아무런 가림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단지 경계일 뿐이다.


지금은 오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피해 보려고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아마 지난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러닝차림으로 상방(제주어:마루)에 앉아서 밖에서 불어오는 자연 바람을 맞이했을 거다. 조금 무더위가 가는 오후 늦은 시간에는 웃통을 벗고 우영팟에서 일을 하다가 수둣가에서 등물 했었을 거다. 그러다 돌담 너머로 문을 열고 한가히 앉아 있는 이웃을 부르고 무뚱(제주어:마당)에 있는 평상에서 막걸리 한잔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했을 거다.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밤낮으로 이들을 보면서 지나가는 낯선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집안 모습을 감춰야 하기에 문도 닫아야 하고, 벗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없기에 러닝만 입은 채로 돌아다닐 수도 없다.


이들은 이제 모두 전시장에 진열해 놓은 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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