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올바른 농부학교 5기 입학식
#. 농사 2년 차, 우리들은 2학년
2월, 2025년 ‘올바른 농부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우리 가족은 올해 2학년으로 승급했다. 지난해 농부학교에서 1년 동안 농사를 배운 경험을 인정받은 것이다. 2학년들은 따로 모여 당근 씨앗과 씨감자를 받았다. 간단한 설명 후에는 각자의 텃밭으로 돌아갔다. 뭘 해야 하지? 입학식 날 엄마를 찾는 아이처럼 맨땅에서 멀뚱거리고만 있었다. 말만 2학년이지 머릿속은 백지와 같다.
막막하기는 다른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감자 두둑 나누고 당근 씨앗을 뿌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호미질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감자 두둑을 다지고 구멍을 파서 씨감자를 깊게 묻는다. 그 위로 감자 크기의 두 배만큼 흙을 올린다. 심은 자리에서 호미 하나 길이만큼 30cm 간격을 두고 다음 씨감자를 심는다. 내가 땅을 파면 딸아이가 감자를 쑥 집어넣고 둘이 같이 흙을 덮는다.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다.
다음은 당근. 당근은 씨앗이 깨알 같아서 호미로 흙 윗부분을 홈을 내듯 긁어낸 위에 깨 뿌리듯 솔솔 뿌린 후 손으로 흙을 흩어주면 끝난다. 혼자 시작할 수는 없지만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제법 스스로 해내는, 딱 2학년만큼의 농사 실력이 몸에 배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
팻말 앞쪽에는 여리한 대파 모종을 옹기종기 심어 놓았다. 텃밭 중앙에는 뭘 심을까? 초보 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상추나 샐러드 종류를 가득 심는 것이다. 주변에 한참을 퍼줘도 넘쳐나는 수확물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텃밭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2학년의 별도 미션은 모종을 직접 키워보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구입한 모종을 받아 심기만 했는데, 이 작업 역시 새로운 경험이다. 이 날 우리는 제주도 토종씨앗인 ‘울릉초’ 애기모종을 10개씩 입양했다. 이와 함께 말린 울릉초 하나도 받아왔다. 그 안에 있는 씨앗을 심어 모종으로 키워내는 것이 과제다. 고추나 가지 모종은 3개월 정도 키워 5월 초순쯤 밭에 옮겨 심어야 하니, 지금부터 키워야 한다.
모종은 추위에 약하다. 따뜻한 동시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 필요하다. 그나마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안방뿐. 결국 쓰지 않는 침대 한 편에 돗자리를 깔아 모종들을 놓았다. 말 그대로 모종 베드가 된 셈이다.
#. 무엇이 되었든 1년 함께하기
농사는 신비롭다. 그래서 늘 두렵다. 과자 부스러기만큼 작은 씨앗을 뿌리고 여리디 여린 모종을 심을 때만 해도 한껏 의욕에 넘친다. ‘이 정도면 농사지을 만하지’라는 희망과 즐겨 먹는 작물들을 다 길러보고 싶은 욕심에 종류별로 한아름 모종을 사 온다.
내 기대만큼 모종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동시에 잡초들도 무럭무럭 자란다. 잡초 따위 뽑아주면 되지. 어릴 때는 잡초들도 귀엽게만 보인다. 여유를 부리다 보면 날은 어느새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귀엽던 잡초들은 성난 기세를 뽐내며 억세어진다. 작물을 지키려던 나의 의지는 밭을 뒤덮는 잡초에 잡아먹히고 더위에 녹아내린다. 텃밭 관리고 뭐고 서둘러 후퇴다.
올해 나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미우나 고우나, 죽으나 사나 텃밭과 1년을 함께 살아보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