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과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글감이다

[일상 기록] 작은도서관 어린이 글쓰기 과정 두 번째 시간

by 제주껏

내가 학생으로 수강하는 ‘어린이 글쓰기 지도자 과정’은 전체 8강 중 절반까지 끝냈다. 이 수업에서는 매주 주제를 나눠 모두 7개의 글감을 내고, 이와는 별도로 온라인 카페에서 매일 글쓰기 미션을 이행해야 한다. 물론 글감 개수를 다 채우지 못해도, 매일 글쓰기를 하루 이틀 하지 못해도 별다른 벌칙은 없다.


모든 것은 자율에 맡긴다. 이 밖에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주기, 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기보다 해낸 부분을 칭찬해 주기, 할 수 있는 만큼 해낸 성과를 진심으로 인정해 주기, 쓴 글에 대해서 공감하고 응원해 주기 등은 수업 때마다 강조되는 부분이자 우리가 직접 그러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요소다. 이 원칙들은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어린이 글쓰기 반을 운영할 때 필요한 선생으로서의 자질을 학생의 입장에서 경험하고 그 가치를 체감함으로써 실제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실천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도서관 수업 두 번째 시간. 이번에는 어떤 글쓰기를 해볼까, 첫 시간이 끝난 직후부터 내내 고민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무겁기보다 즐거웠다. 아마도 매주 7개, 하루 하나 꼴로 글감을 내는 훈련을 한 달 동안 하다 보니, 글감을 대하는 두려움은 줄어들고 글감을 다루는 실력도 조금은 유연해진 것 같다.


지도자 과정 수업에서 이론적 도움을 받는다면 현장 수업에서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영감을 얻는다. 이번 글쓰기 현장 때의 글감이 바로 그렇다. 첫 시간 자기소개를 할 때,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좋아하는 것으로 언급한 것이 바로 ‘게임’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글감을 만들었다.



글감 1. 여러분이 게임 개발자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보아요.



게임을 소재로 글감문을 만들어 과제로 제출했다. 선생님은 그걸 보시고 “아이들이 진심 좋아하는 주제”라고 환호하셨다. 피드백에 힘을 얻어 실전에서 적용해보고 싶었다.


“자, 눈을 감고 지금부터 각자 게임 개발자라고 상상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게임 또는 잘 알고 있는 게임 하나를 정해 봐. 실제 없는 게임을 만들어도 돼. 그리고 게임을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 게임의 사용법을 자세히 안내하는 설명글을 써보는 거야. 글을 읽는 것만으로 당장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말이지. 게임의 특징이나 효과를 적으면 더 게임을 하고 싶어 지겠지? 지금부터 시작!”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역시나! 내 말이 끝날 때쯤 어떤 게임으로 글을 쓸까 표정에 잔뜩 장난기가 어리더니, 바로 연필을 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 게임 이미지부터 그려나갔다. 스케치를 하고 색칠을 하는 내내 글쓰기 방식에 대한 몇 가지 질문만 오갈 뿐, 모두 자기 글쓰기에 집중했다. 노트에 코를 박고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나 진지했다. 마치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만 같았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2~3차례 시간을 더 달라고 졸랐다. 얼마든지!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편견이었나. 아이들에게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글감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에 잠긴다.


전쟁 게임, 마을 지키기 게임, 동물 키우기 게임...... 각자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적고 친구들 앞에서 낭독했다. 내가 ‘게알못’이어서인지 아이들의 설명이 부족해서인지, 그 설명만으로는 게임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면 어떠랴. 아이들이 한 편의 글을 써냈음에 스스로 성취감을 느꼈으면 충분하다.


게임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진 탓에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간단히(?) 시 쓰기 글감을 던졌다.



글감 2. 좋아하는 과자 이름을 제목으로 정하고 시 한 편을 쓰세요.



‘과자’ 역시 게임 이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과자 동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몇몇 시를 함께 낭독하며 시 쓰기 초점을 맞췄다.


고래밥, 오징어 땅콩, 양파링, 허니버터칩, 베베. 과자 이름 옆에 과자 봉지를 정성껏 그리고 시를 썼다. 아이들은 예상과 달리 시를 뚝딱 쓰고는 자신만만하게 노트를 덮었다. 시라고 해서 무조건 짧게만 쓰는 걸까, 우려했지만 한 편씩 낭송을 듣고는 내 생각이 고리타분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에 짧은 시를 쓰면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그 내용이 내 마음에 길고 오래도록 남아 있으면 그게 좋은 작품 아닌가.

수업을 끝내고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감이 하루 남은 글감 과제를 위해 동시집을 찾아야 했다. 동시집 코너에는 십수 권의 책이 책장을 채우고 있었다. 어른들이 쓴 동심 어린 여러 시들을 훑어보았다. 순수하지만 논리적으로 짜 맞춘 듯, 위트 있지만 계획적으로 보이는 시들에 나는 머물지 못했다. 그러다 그날 본 시집들 중 가장 신선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학급 문집인 듯 보이는 ‘2학년 0반’ 학생들의 작품을 모은 시집이었다. 아래는 그중 한 편. 역시... 아이들은 타고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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