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18강_자기돌봄 하브루타 마지막 시간
어느덧 자기돌봄 하브루타 마지막 시간이다. 그동안 관계와 문제, 친구, 내면아이, 자기 연민 등의 키워드를 통해 스스로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함께 얘기 나눠왔던 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전까지 '자기 돌봄'이란 말은 나에게 '힐링'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피상적인 단어였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내면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훈련이 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3개월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틈틈이 진행한 자기돌봄 하브루타 덕분에 생활은 더 풍성해졌다고나 할까. 뭔가를 많이 경험하거나 즐길거리가 넘쳐나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잘 알게 되니 그것으로 충만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수업이 끝났다고 자기돌봄도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평생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다짐'을 적어보았다. 나는 세 가지를 적었다.
1.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고 지속적으로 돌보는 일을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겠습니다.
2.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겠습니다.
3. 나는 나의 선택을 언제나 믿고 응원해 주겠습니다.
바로 이어 노래 한 곡을 함께 들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부른 '말하는 대로'.
https://www.youtube.com/watch?v=N77IUZvYoVY
어? 갑자기 이 노래를 듣게 되다니! 눈을 감고 노래를 듣고 있으니 한 소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울컥하는 감정이 솟구쳤다. 내가 적은 마지막 다짐과 노래에서 연결 지점이 와닿았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나는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인생의 사명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이 노래를 고르셨지? 싶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눈물을 겨우 삼키고 눈을 떴더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을 살짝 흘기며 "마지막 시간이라고 작심하신 거 아니냐"라고 말을 던졌다.
노래를 세 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며 가사에서 울림 문장을 찾고 떠오르는 질문들을 적어 내려갔다. 가사 여러 부분이 다 좋았지만 나는 가장 뜨끔했던 문장을 골랐다.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나 자신을
그래.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그 일에 미쳐본 적이 없었다. 이런저런 사회적 시선과 편견을 핑계 삼아 그저 남들이 말하는 길로만 걸어왔다. 이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기돌봄을 하고 난 이후로는 이제 핑계 뒤에 숨지 않으려 한다. 실패가 두려워 무료한 인생을 받아들였던 과거를 버리려 한다. 집에 와서도 계속 노래가 입에서 맴돌았다. 버전별로 바꿔가며 계속 틀어놓고 감정이입해서 따라 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원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이렇게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 원하는 대로 말을 하고 말하는 대로 해 보자! 가사야 어찌 되었건.
이 날은 그림책 『마음먹기(자현 글, 차영경 그림, 달그림, 2020) 』를 읽었다. '먹는다'는 말에 착안해 먹는 음식을 요리하는 행위와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선생님은 '먹는' 행위는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고 보니 자기 의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먹을 때 남의 도움을 받지, 먹는 것만큼 내 의지가 반영된 행위가 또 있을까 싶었다. 마음먹기도 요리와 같아서 내가 먹고 싶은 마음을 결정하고 그 마음을 먹을 수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좀 더 유연해졌다. 어떻게 요리할지는 나의 의지에 달려 있다. 매일 먹어야 한다면 더 맛있고 건강한 마음을 요리해서 즐겁게 먹어야겠다.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며 두 가지 문장을 강조하셨다. 위에 적은 나의 다짐과 함께 늘 떠올리고 싶어 여기 기록해 둔다.
- 오늘 먹은 나의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모두 바꾼다.
- 단지 비교해야 할 것은 오직 '어제의 나'뿐이다.
이 수업을 통해 덤으로 얻은 수확이라면 나만의 '오은영 선생님'을 얻은 것이다. 평소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금쪽 상담소>를 즐겨 보는데 화면 속 오은영 선생님이 아닌 우리 동네에 늘 옆에서 언니처럼 지지해 주는 자기돌봄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참고로 나의 오은영 선생님 이름은 '강소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