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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껏 Jun 26. 2024

숲을 헤매며 버섯을 채집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세계 끝의 버섯』_ 매달 함께 읽기 6월 @아무튼책방

모임명: 매달 함께 읽기 6월

모임기간: 24. 6. 5.~24. 6. 26.

모임장소: 아무튼책방(제주시 간월동로 12)

참여자: 책방지기+6명



도서명: 세계 끝의 버섯

지은이: 애나 로웬하웁트 칭

옮긴이: 노고운

출판사: 현실문화

발행연도: 2024년

분량: 544쪽


 내가 즐겨 찾는 동네 서점 '아무튼책방'에 가면 책방지기 님께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신다. 5월 말에 책 함께 읽기를 해보지 않겠느냐며 제안한 책이 바로 『세계 끝의 버섯』. 순간 살짝 소름이 돋았다. 바로 그날 아침, 내가 눈독 들여 보고 있던 어느 인문학 공동체에서의 함께 읽기 책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다니.


 잠깐 고민하고 바로 함께 읽기를 신청했다. 4주 동안 일주일에 '1부'씩 읽어온 다음 각자의 소감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1주일에 읽기에 부담 없는 분량이어서 완독은 성공했지만 3주 차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솔직한 심정으로 '뭐 이런 책이 다 있지?'였다. 책의 부제가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인데 난데없이 버섯 이야기다. 도입지 고는 버섯에 너무 깊게 들어가는 거 아냐? 그래서 버섯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며 저자를 다그쳤다. 아니 나를 다그쳤다. 그러니 점점 몰입이 힘들고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는 끝까지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심호흡을 했다. 긴장을 풀었다. 책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지 말자. 힘을 빼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계속 되뇌었다.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힘이 빠지고 나는 책에 스며들듯 문자 사이를 산책했다.


 어느덧 마지막 모임 시간. 책 속에 나오는 버섯 채집인들과 문자를 사이에 두고 교류했다. 나는 한 달 내내 그들의 삶의 터전인 숲을 헤맨 기분이었다. 송이버섯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겨우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먹지 못하는 버섯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달까. 이렇게 한참 숲을 헤매고 나니 어느덧 출구가 보인다.


 아쉽다. 숲에 더 머물고 싶다. 수확물이 하나도 없지만 너무나 황홀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노고운 번역가의 해제는 내가 길을 잃고 헤맨 숲에 대한 가이드북 같았다. 먼저 읽었더라면 책에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랬을 수도 아니었을 수도 있다. 다시 또 숲에 들어가면 처음처럼 헤매겠지만, 그때는 이전보다 나의 감각이 살아난 상태이니 더욱 능숙하게 헤맬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함께 읽기를 한 모두가 이 책의 매력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말했다. 완독을 기념하며 마음 같아서는 송이버섯이라도 나누어 먹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핑계로 옥수수를 돌렸다. 책을 덮고 나니 어디선가 강좌 안내 톡이 왔다. 평소 같으면 보지 않고 넘겼을 내용인데, 이 날따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이게 웬일?? 이 책을 번역한 노고운 교수의 강의가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닌가? 또 한 번의 소름이 지나갔다. 이렇게 폐허 속에서 우리의 얽힘과 연결은 계속되어 간다. 독서모임에 이 강좌를 얘기하고 공구하자고 제안했다.(5명 이상 등록 시 20% 할인되니까) 다들 관심을 보였다.

https://gofeminist.tistory.com/450


 함께 읽기 모임은 오늘 끝났지만 우리의 세계-만들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저자 칭이 마지막 챕터 제목 '끝맺음을 반대하며'라고 단 것처럼 말이다.



 순간적인 상호성이 없다면 송이버섯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상호성 없이는 어떤 자산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인들이 상품의 소외 과정을 통해 사유재산 추적에 전념할 때조차도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채 얽혀 있는 것에서 끊임없이 뽑아낸다. 사유재산 소유가 주는 짜릿함은 지하에 존재하는 공유지의 열매다. (p.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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