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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Jan 19. 2019

제2의 참교육 선언을 꿈꾸며

제18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참교육실천대회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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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부터 1월 18일 사이에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18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전국 참실)에 참여하였다. 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여서였을까.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여전히 법외노조 벌판에 서 있는 전교조에게 창립 30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가 특별한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이번 전국 참실 주제에서 우리가 올해 기대함직한 바람과 다짐을 읽었다.    

 

“학교 민주주의와 교육 체제 전면 개편으로 교육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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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전국 참실에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nversation) 분과와 학교학 주제마당을 선택하여 참가하였다. 비폭력 분과에서는 총 9시간 동안 성찰하고 대화하고 토론하였다. 경남 김해 지역 초등학교 선생님과 전교조 경남 지부를 중심으로 힘차게 활동해 온 경남비폭력대화연구회 선생님들의 감동적인 교육 활동 사례들, 경기도 노시구 선생님이 이끈 비폭력대화 강연과 실습 활동 들이 분과에 함께한 30여 명 각자의 9시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나는 비폭력대화 분과 뒤풀이 자리에서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마지막 절을 인용하여 건배사를 제안하였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나는 우리 모두가 ‘님의 침묵’을 노래한 화자의 마음과 같았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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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 주제마당은 둘째날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학교학 주제마당의 대표 주제는 “학교 문화와 학교 언어”였다. 발표는 6명이 맡았다. 나는 학교학 주제마당을 운영하면서 3시간 안에 발표를 마치고 전체 토론을 알차게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발표 내용에 몰입하는 선생님들이 만들어 내는 뜨거운 분위기에 눌려 시간을 통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아쉽게 전체 토론은 30여 분밖에 진행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온 이야기들은 정말 뜨거웠다. 교권과 인권을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대한 반성적 회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질문, 민주시민 양성과 관련하여 학교생활교육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질문, 이들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법치와 자치, 교육과정의 상세화와 다양화, 청소년문화를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 변화 필요성 들을 공유하였다.     


또 수업 기술이나 방법에 관한 전체 교사 연수 이전에 교사들이 서로 깊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함으로써 혁신학교 시작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경험을 나누었고, ‘우리를 살려 주세요’ 하고 외치는 특수 교사들의 특별한 사정 등을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살피면서 함께해 달라는 간곡한 외침도 들었다. 학급자치와 학생생활운동과 학생생활연구회 등 전교조 출발기의 참실 활동을 전향적으로 재개하면서 제2의 참교육 선언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해 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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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주제마당을 준비하면서 참가 신청을 한 선생님들께 온라인 사전 설문지를 돌렸다. 학교학 주제마당에 참여하게 된 이유나 계기, 학교학 주제마당에서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이야기, 향후 이어질 올해 학교학 집단 연구 모임에 동참한 것인지 여부, 함께 연구하고 싶은 주제 들에 걸쳐 4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질문과 관련해서는 학교학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신청하신 분이 제일 많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들 속에는 급변하는 우리 교육 생태계의 실상과 이에 대한 조합원 선생님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환경(제도, 정책, 현장)이나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학교 내 관계, 소통 문화, 언어의 변화 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10명 가까운 선생님들이 공동연구 활동에 함께하시겠다고 답변해 주셨다. 마지막 질문에서는 교사 정체성과 교직 사회학(8명), 학교 권력과 교육 정치(7명), 교무실과 교실 문화의 동학(5명) 등의 답변들이 주로 나왔다. 우리는 이들 설문 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4월 초에 집담회를 열어 올해 공동연구 활동 방향과 주제, 일정 들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학교학회는 전교조 내 평조합원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공동 집단연구 단체다. 교사 중심의 현장 친화적이고 전문적인 연구 공동체를 지향한다. 학교학에서는 학교 제도를 둘러싼 안팎의 거시적‧미시적 정책과 환경을 분석함으로써 학교와 학교교육의 본질과 실상을 탐색하고, 학교의 일상을, 생활사나 인류학적인 관점을 입각점 삼아 섬세하게 조명하고, 이를 통해 학교제도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주체(학생, 교사)들의 내면과 영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는 일에 관심을 둔다. 요컨대 학교학은 학교에 관한 ‘실학(實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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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화가, 우리가 사유하고 실천하는 진정한 주체임을(주체여야 함을) 가장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교육자’ 파울루 프레이리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나는 프레이리가 말한 대화가 대화자들이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사랑과 겸손과 희망과 신뢰와 자신감을 통해 자기 갱신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 이번 전국 참실에서 나눈 수많은 대화가 그런 것이었다고 확신한다.  

   

내가 이번 전국 참실에서 얻은 또 다른 경험은 자부심과 자신감이다. 나는 전교조의 전국 참실을 우리나라 교육 생태계의 숲과 나무를 동시에 깊이 보게 하는 집단지성의 경연장에 비유하고 싶다. 나는 이번에 전국 참실에서 함께한 선생님들이 각자 살아가는 특수하고 구체적인 ‘땅’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하늘’을 꿈꾼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나는 분과 마당 첫날 비폭력대화 공부를 하면서 함께한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든든하다’라는 형용사를 떠올렸다. 또한 나는 학교학 마당에서 선생님들의 발표를 듣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내가 꿈꾸는 학교, 내가 사랑하는 학교 교실의 상상 속 이미지를 그려 보았다. 나는 그것이 전교조 전국 참실의 힘이라고 다.  

    

이번 전국 참실에는 700여 명의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이 참여했다. 우리 학교학 마당만 해도 애초 신청한 32명(부득이한 사유로 불참한 7명 제외) 외에 추가로 7~8명이 더 오셨다. 40명 가까운 선생님이 강의실 뒤쪽이나 옆쪽에 앉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내년 전국 참실에는 더 많은 조합원 ‘동지’, 선생님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 학교학회의 집단연구 활동에도 관심과 응원 보내 주셨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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