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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책 함께 읽기 모임을 제안하는 글을 써서 동료 선생님들에게 보낸 뒤 어제까지 열 분 남짓한 선생님이 함께하시겠다는 말을 하시거나 메시지를 보내 주셨다. 우리 학교 선생님의 3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책이라는 물건에 들러 붙어 있는 묵직한 이미지와, 책 읽는 행위를 바라보는 이런저런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선생님들이 떠올릴 불편함과 조심스러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하시겠다는 선생님들의 메시지를 보면서 머릿속이 말끔해졌다.
교사로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책이었다. 다양한 학생들과의 만남과 관계, 학교 안팎에서 여러 가지 교육적 사태를 겪으면서 접했던 경험들이 나머지 이 할을 채웠다. 그 이 할을 매조져 정리하고 가슴에 저장하는 데 책이, 책에 담긴 다른 이들의 생각과 경험이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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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에게 책은 최고의 무기다. 책이, 책 속의 언어가, 교육(자)의 처음과 끝을 채운다.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교과교육과정의 유구한 전통을 생각해 보라. 교육자에게 권위 있는 교육을 담보해 주는 요소가 책만은 아니지만 책 없는 교육의 권위는 어지간해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프랑스 중등학교 출신 작가 다니엘 페나크는 에세이집 《소설처럼》에서 "책을 읽지 않을 권리"를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 열 가지 중 첫 번째에 놓았다. 나는 그 영 순위 자리에 당연히 "무슨 일이 있어도 책을 읽을 권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