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차 그림작가의 첫 이야기
나는 작가다.
정확히 말하면 그림작가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일러스트와 패턴과 캐릭터를 그리고 이모티콘과 상품을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하며 회화 페인팅작업을 하기도 하는 작가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막연하게 전방위 아티스트가 될 거라는 포부를 끄적이며 꿈을 꿔왔다. 그리고 지금은 전방위까진 아니지만 그림으로는 다양하게 작업을 해오고 있는 11년 차 혹은 15년 차 작가이다.
왜 11년 차 혹은 15년 차라고 말을 했는가 하면 내가 작가가 된 시점을 규정하는 게 아직도 애매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활동을 꿈꾸던 시절 난 운 좋게 아트피버라는 그룹에 막내작가로 마지막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이는 고작 22살. 아트피버 대표님이 나의 어떤 면을 보고 같이하자고 제안했는지 지금 와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도 신기한 아무것도 다듬어지지 않고 꿈만 가득하던 때. 2008년에 나는 유명한 작가님들과 함께 첫 그룹전에 참여하게 되었고 제제라는 이름으로 내 전시공간도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15년 전이다.
그리고 나는 졸업 후 2년 동안 잠깐의 회사생활을 했고 그 후 2013년부터 본격 전업 작가를 시작했다. 그렇게 쭉 작업을 해온지 올해가 11년이 된 셈이다. 그래서 대학생 작가로 첫 전시를 했던 때를 기점으로 하면 15년 차가 되고 본격적인 프리랜서 전업 작가의 시작을 기점으로 하면 11년 차 작가가 되는데 난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과 아직도 부족한 모습이 많기에 공식적으로 11년 차 작가로 말하기로 했다. (이렇게 글로 적으니 괜히 공식적이고 의미 있어 보인다.ㅎ)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그리고 그렸던 대학생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특별하다고 스스로 자부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졸업만 하면 시작만 하면 금방이면 유명해질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때의 생각만큼 유명해지지도 않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젠 겸손이 무엇보다 미덕이고 성실함을 내세워 가늘고 길게 작업하는 게 목표인 완전 다른 작가가 되어있다.
나 스스로를 작품이라고 보면 그래도 짧지 않은 세월과 시간 속에 많이 깎여서 이제는 조금 형태가 보이는 중인 그런 작품일 것 같다. 역시 작품은 계속 더 깎이고 깎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의 삶 또한 작가의 여정 또한 그렇게 깎여가는 중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작품뿐만이 아닌 작가로서의 삶도 생각도 다듬어가는 의미에서 요즘은 이런 글들을 남기는 중이다. 항상 어떠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며 살아왔는데 결국 나의 이야기가 가장 진솔되고 또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 도전과 시행착오와 성취를 겪어오며 변화해 온 11년 차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 어쩌면 누구도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만 10년을 자축하며 앞으로 더 오래 그려나갈 원동력을 다시 찾는 의미로 그동안의 작가로서의 삶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11년 차 그림작가다.
by.J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