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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 Mar 02. 2024

일과 여행, 두마리 토끼를 잡다

워케이션 in 제주

 

혜성처럼 나타난 남편의 1년 휴가에 우리는 완전 무방비 상태였다. 더구나 나는 남편 일정과 상관없이 수업을 이어가야했다. 항상 꿈꿔왔던 세계여행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그동안 함께한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1년후 돌아왔을 때 다시 맨땅에서 시작해야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이 시간을 그저 일만하며 보내자니 너무 아까웠다. 인생에 1년의 휴가가 언제 또 올까?  


결국 나는 수업과 여행,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로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형태가 반반씩 섞여있었다. 나는 과감히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집으로 오던 아이들을 전부 줌 수업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어머님들은 선생님의 밀착지도가 가능한 오프라인 수업을 선호하셨다.


수업이 확 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갈등도 되었지만 그때마다 소탐대실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돈은 언제든 벌수 있지만 세계여행은 지금 아니면 다시는 못할지도 모른다. 돈을 쫓다가 둘도 없을 기회를 잃었다고 후회하기는 싫었다.


드디어 어머님들께 전화를 돌리고 몇일간 생각할 시간들을 드렸다. 그 몇일동안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탄것 마냥 휙 날았다 쿵 떨어졌다 아주 난리법석이었다. 일은 저질렀지만 소심 성격은 그대로니 두근두근 가슴을 부여잡고 어머님들의 연락을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전원 그대로 유지! 그동안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 진심을 어머님들께서 알아주셨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믿고 맡겨주신다는 말씀에 마음이 찡했더랬다. 언제 올지 모를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평소에 성실히, 진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한다는 깨달음을 다시한번 마음에 새겼다.


어찌 되었든 이제 이동의 자유가 생겼다.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지구 끝이라도 갈 수 있다. 깊숙이 봉인해 두었던 여행 욕구가 해제되자 마음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때가 6월 말. 남편의 휴가는 7월 1일부터 시작이었다. 


1년휴가가 결정난 후 남편과 집앞 공원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설렘과 행복, 약간의 긴장까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우리는 마음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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