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를 바쁘게 보내던 도중, 학교 홈페이지에 한 학기짜리 해외인턴쉽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만약 하게 된다면 졸업전시 커리큘럼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일 년을 휴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졸업을 일 년 늦출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남들보다 일 년 늦게 대학에 입학했는데 휴학까지 해도 괜찮은 걸까 싶었다. 심지어 해외 인턴은 2018년 1-2월까지 시애틀에서 경험을 했는데,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기 어려웠었다.
"엄마.. 난 나중에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어. 근데 학교에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공고가 올라왔는데 괜찮을까? 이게 돈도 많이 들 거고 나 일 년 휴학도 해야 하는 건데..."
"그래~ 저번에도 잘 갔다 왔으니까 이번에도 잘할 거야~"
내가 예상하던 대답은 뭘 쉬냐, 졸업하고서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아버지 정년퇴직 전에 졸업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는데, 보기 좋게 빗겨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어서, (한국학교 등록금+미국 학교 프로그램비+항공권+생활비) 여기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턴쉽이 미국 학교 (미주리대학)에서 진행하는 거고, 여전히 한국 학교에다가는 등록을 하고 가야 하는 방식이었다. 다행히 한국학교 등록금은 400만 원까지 장학금으로 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다른 과는 몰라도 미대는 특성상 다른 친구들보다 등록금이 100만 원가량 더 비싸서 어쨌든 손해가 난다. 그래서 성적장학금을 타서 등록금을 줄인 후 지원금으로 나머지 등록금을 메꾸는 전략을 세웠다. 덕분에 정말 열심히 노력해 학교 다니면서 처음으로 등록금을 70%나 지원해주는 성적장학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약 320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미주리 대학의 학생으로 가서 인턴쉽이 있는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이름은 I-LEAP였고, 주 2회는 영어수업, 3일은 인턴쉽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정보가 많이 없었지만 다행히 작년 겨울에 같이 시애틀로 인턴을 갔던 언니가 이 프로그램을 해봤어서 여러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당시 제일 걱정했던 건 무조건 내가 원하는 직무의 인턴을 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작년 시애틀 인턴의 경우 학교의 취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하여 무조건 직무에 관련된 곳이 1순위였는데, 지금은 유학생센터(구 국제교류팀)에서 진행하는 거라 자리가 없으면 내가 원하지 않는 직무를 하게 될 수도 있게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 전공은 디자인이라 디자인 직무가 없을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 생각하고 별 신경 쓰지 않았다.
학점이나 어학 같은 경우 별 문제없었고 자기소개서도 충분히 잘 썼고 면접도 무난하게 잘 봤다. 학교 프로그램 몇 번 해보니까 각 부서마다 어떤 식으로 공략하는 게 좋은지 감이 잡혀서 어렵지 않게 서류 통과를 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스카이프 인터뷰다. 토익 800점이 넘으면 인터뷰가 면제지만 아쉽게도 5점!! 약간 모자라서 인터뷰를 봐야 했었다. 우리 담당자는 Lesley라는 여성분이었는데 미국 시간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나는 아침보다는 밤 12시에 진행하는 시간을 택했다. 이때 정말 준비를 많이 해갔다. 영어면접은 두 번째지만 현지 미국인과 하는 것은 처음이라 더 걱정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니.. 마침 그때 다른 영어면접을 준비하던 동아리 오빠랑 같이 7시간씩 도서관에서 같이 면접 준비하고 서로 봐주었다. 걱정했던 것보단 더 가벼운 분위기, 하지만 깊은 질문들이 많았다. 결론은 최종 합격!
스카이프 인터뷰에 합격해서 DS-2019도 받고 SEVIS FEE도 납부하고.. 관련 내용은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까 절차 등은 패스. 대사관 면접날 예약증을 미리 출력하지 않아서 입구서부터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참고로 비자는 J-1 비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다시 미국 땅을 밟게 되었다. 반년~일 년마다 미국을 오는 거 같은데 매번 '이젠 다시 올 일 없겠지' 싶으면서도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내 욕심 때문에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계속 오게 되는 거 같다. 단순히 여행처럼 즐기다 오는 시간을 갖고 싶진 않기에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