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물에 말아먹었다

관계는 '맛'이다

by jelluda



타인들의 기억 속에 중심으로 자리하려는 질투로 가득 찬 마음의 쓰레기들.

이것이 문제다

질투를 했던 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면서 쌓아두었던 관계의 흔적과 기억들이 굳어서 삶의 응어리를 만들고 있었다

관계의 변비.

바로 그거였다

해결책은 없다

배출이 유일한 답이다

배출을 하기 위해서 나는 딱딱하게 굳은 내 안의 돌덩이들을 녹여야 한다

관계의 중립을 위해선 한쪽이 아닌 양쪽의 말을 들어야 한다

양쪽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쪽에만 치우쳐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에 무게가 실려 가끔은 또 다른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그럴 땐 시간이 답이다

흐르는 시간은 관계를 수평으로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딱딱했던 돌덩이들이 몰랑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몰랑해진 기억과 흔적들이 물렁해지고 물컹해져서 질척거리는 같은 느낌.

이러다가 나도 모르게 아무 데나 배설해버릴 것 같은 위기감.

이건 아니다

모름지기 관계란 너무 굳어도 너무 질척거려도 안된다

경계의 모호함.

때론 묘한 매력까지 뿜어내는 관계의 경계가 가지고 있는 이 애매함 때문에 사람들은 관계라는 단어를 평생 짊어지고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서 돌이었다가 물이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관계의 배설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나는 그동안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끔 입맛이 없을 때나 입안이 깔깔할 때 고추 간장 하나 놓고 밥을 물에 말아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조선 시대 임금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속이 시끄러울 때 물에다 밥을 말아 수라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걸 보면 이 개운함이 나만의 느낌은 아닌가 보다

오늘.

밥을 물에 말아먹었다

며칠 전 사 둔 명란을 쪄서 반찬으로.

깨소금 약간, 청양 고추 송송, 참기름 한 방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아무것도 넣지 않고.

짭조름한 알의 식감과 물에 만 밥은 의외로 참 잘 어울렸다

비릴 줄 알았는데..

선입견이었다

밥 한 끼 먹는 데도 선입견을 가졌었다니...

막상 먹어 보면, 가 보면, 해 보면 될 일들을 생각만으로 접어두고 그동안 내 안에 돌을 만들었던 거였구나

맛이란 입 안에 뭔가를 넣고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보기만 하거나 듣기만 해서는 그 맛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맛'이다

밥 한 숟가락을 떠서 그 위에 명란을 올렸다

뭔가 질척 거렸던 마음이 보송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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