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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 Jun 04. 2020

영화 <써클>, 단 한 사람만 살아남는 게임

"누가 죽을지는 우리가 정하는 거예요"


* 본 글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가 죽을지는 우리가 정하는 거예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자, 누구인가?


 아론 한 감독의 영화 '서클'은 한 공간에 모인 50명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각자의 작은 원 안에 놓인 사람들은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은 주어진 1~2분 동안의 시간 안에 한 명씩 죽을 사람을 정해야만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이다. 그들은 다음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동정을 호소하고, 각자의 사연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들 앞에 죽음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숨겨왔던 이기심과 욕망은 자꾸만 드러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억누르고 있던 우리 내면과 동시에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가 끝으로 갈수록 남아있는 자들은 백인이다. 흑인과 동양인은 알게 모르게 그들의 게임에서 배제된다.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선택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나아가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도 다르지 않다. '곧 죽는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보다 먼저 죽어야하고, 몸이 성치 않으므로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누군가는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택된다.


 영화 초반은 분명 지나친 이기심이 곧 죽음으로 직면하던 상황이 있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각자의 몫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암묵적으로 약자가 희생당하길 원한다.


 그 안에서도 물론 윤리적인 선택을 따르는 이들이 있다. 각자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타인을 위해 자신의 죽음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곧 이름도 모르게 잊힌다.


 게임이 벼랑 끝으로 몰릴수록 인간의 추악한 내면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며 관객에게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이때 관객은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상기해야한다. 주어진 자리는 단 하나, 오직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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