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리.
지식 백과를 찾아보았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또는 번역하여 최소주의(最小主意)란 단순함에서 우러나는 미(美)를 추구하는 사회 철학 또는 문화·예술적 사조를 말한다. '최소한의~'라는 뜻의 'minimal'과 이념을 나타내는 접미사 '-ism'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최근 나의 관심사는 정리와 미니멀리즘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망설임 없이 달리고 왔다. 6Km를 달렸다. 정확히는 3km를 열심히 달리고 3km를 걸으며 사색하는 시간이었다.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거리에 레코드 가게가 넘쳐나던 시절 CD, LP판을 고르며 어떤 앨범, 음반을 구입해야 하나 한참을 망설이던 시절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이 맞구나!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에 온 세상이 들어있다. 필요한 모든 것은 손가락 터치나 클릭 몇 번이면 끝이 난다. 돌아보니 이 세계 생태계 교란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그 시절 낭만 속으로 들어간다. 거리에는 음악소리가 넘쳐 나고 리어카에는 비품 테잎, CD가 넘쳐 난다. MAX나 NOW 같은 옴니버스 앨범들도 있었다. 최신가요나 최신팝을 한 앨범에 모아놓은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플레이리스트가 될 것이다. 방송 횟수가 음악차트에 반영되던 시절이다. 그 시절 나의 직업은 학생이자 수습 DJ였다.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듣고 자랐다. 멘트가 좋아서 멘트마저 녹음해서 몇 차례씩 다시 듣기를 반복했다. 대학가에는 뮤직박스가 있는 라이브카페나 호프집이 즐비했다. 오디션 아닌 오디션으로 마이크 목소리 테스트를 간단히 본 다음날부터 출근했다. 출근이라기보다는 군입대 전 휴학생의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넘쳐나는 CD와 JBL 스피커가 여러대로 나뉘어 공간을 채운다. 그러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손님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들려준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라디오 DJ처럼 멘트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고 마시고 싶은 만큼 맥주를 따라 마실 수 있었다. 배고프면 주방에 이야기하면 식사도 제공해 주셨다. 이를테면 음악을 파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을 추억하며 운동을 끝마쳤다.
땀에 젖은 운동복을 세탁하고 샤워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는다. 너저분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듯한 책상공간을 바라보며 글 쓰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지려 한다. 하나씩 정리를 시작하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머물고 만다. 책꽂이 한편이 답답하게 보인다. 오래된 책들, 낡은 책들, 먼지 쌓인 책들을 보며 잠시 세월의 흔적을 바라본다. 나의 관심사와 정서 상태를 알게 만드는 증거 자료 같은 책들이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 사이의 내 모습은 나름대로 참혹했다. 길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방황을 거듭했다. 그 시절을 생각하니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안정기가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정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최근 들어 정리가 좋아졌다. 단순히 깨끗이 정리된 공간이 좋은 것보다는 뭔가 모를 정숙함과 차분함 속에 안정감을 찾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