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서 좋았던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저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걷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실행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워낙 경쟁적인 상황에서 살아왔던 저로서는 순례길에서조차도 남들보다 빠르게 걷거나 적어도 남들에게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보니 당연히 빨리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주위 경치나 마을의 고즈넉함 등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 걸어가도 도착함 숙소에서 저보다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순례자들을 만나니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천천히 걸어보자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2가지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먼저 다른 순례자들을 신경 쓰지 말아야 했고 또 하나는 최대한 천천히 걷자는 다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 가지 결심이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천천히 저만의 속도로 걷다 보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순례길이 재미있고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기간 저의 속도대로 걷기를 계속했습니다.
빠르게 걷는 사람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인사하고 안전히 갈 것을 기원하니 마음도 좋았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타의에 의해서 또는 환경 때문에 자신의 속도보다 빠르게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가다 보면 처음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누려야 할 즐거움을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잠시 멈추어 나의 속도로 걸어보는 것도 먼 길을 가야 하는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모두 행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