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미 (南, みなみ)
- 미나미 주조장, 코치현 야스다쵸
- 1869년 코치에서 창업하였으며 초기브랜드는 타마노이
- 대도시를 타겟으로 한 신규 브랜드로 1998년 가문의 이름을 걸고 성씨 그대로 브랜드화
- 연간 300석만 쥰마이슈 위주로 생산하는 입수곤란 사케의 대명사
일본의 시코쿠는 일본의 4대 큰 섬 중 하나이면서 아주 외딴곳으로 유배지역으로 분류될 정도였습니다. 4개의 나라가 있다고 해서 시코쿠(四国)가 되었고 시코쿠 내에서도 태평양에 접하고 있는 코치현(외래어 표기법상은 고치현)은 시코쿠 내에서도 산이 험해 완전 독립적인 현입니다.
이 지역은 워낙 외딴곳에 있는 데다가 어딜 갔다가 들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일부러 가지 않으면 좀처럼 들리기 힘든 곳입니다. 그렇다고 산업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뛰어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지금도 굉장히 가는 길이 험해서 전형적인 유배지의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코치현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근대 역사적 영웅인 사카모토 료마입니다. 탈번까지 감행하며 코치를 떠나 메이지유신을 이끌어낸 핵심 인물입니다. 그리고 나카하마(John) 만지로라고 일본인 최초로 미국으로 건너간 인물이자 페리제독이 흑선을 몰고 왔을 때 통역을 하며 일본의 개항을 이끈 인물이 유명합니다. 한국까지 전래된 ABC송을 전파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코치현은 시코쿠 타 3현에 비해서 사케의 주질도 상당히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카라구치 계열의 드라이한 사케가 메인입니다. 이를 일본에서는 탄레이카라구치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카메이즈미처럼 프루티 계열도 증가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잡미가 없고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며 스이게이(酔鯨), 츠카사보탄(司牡丹), 비죠후(美丈夫)가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가다랑어(카츠오)가 유명한 코치현은 그에 맞도록 사케의 주질이 형성되어오기도 하였습니다.
코치현의 사케카라구치의 식중주로서의 완성도가 높으며 한국인 애주가가 좋아하는 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현민의 특성도 한국인과 비슷하고 '헨파이'라고 하는 한잔 따라주고 그 잔으로 돌려받는 문화도 비슷합니다.
금번 소개할 사케는 이 코치현을 대표하는 미나미(南)라는 브랜드입니다. 한 글자의 한자로 된 브랜드가 자쿠(作), 타카(貴) 등 극소수인 가운데 미나미가 한 글자로 된 배경은 바로 창업가 가문의 성씨를 그대로 브랜드로 네이밍 했기 때문입니다.
미나미를 양조하는 양조장은 미나미 주조장으로 코치현 야스다쵸에 1869년 창업하였으며 현재 6대째 미나미 토모히데 씨 사장이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미나미 토모히데 씨는 2018년에 취임하였으며 당시 27세였습니다. 상당히 젊은 나이에 이어받은 만큼 젊은 감각을 사케에도 그대로 투영시키고 있습니다.
미나미 주조장 - 홈페이지 인용양조장의 옥호는 현지에서 '야마가타야'라고 알려져 있으며 에도시대 때는 화물선의 도매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미나미 주조장의 기존 브랜드는 타마노이(玉ノ井)라는 브랜드였으나 5대째 사장이 가문의 이름을 걸고 사케를 빚는다는 일념으로 1998년에 도쿄를 메인 타겟으로 해서 현외에 판매하는 사케로 미나미를 론칭하게 됩니다. 현내 판매용으로는 지금도 일부 타마노이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타마노이라는 브랜드는 하얀 구슬과 같은 맑은 물이 솟아 나오는 우물에서 길어다 양조하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미나미는 전량을 정미비율 60% 이하의 긴죠급만 양조하고 있으며 연간 300석으로 매우 생산량이 적어서 입수곤란 사케의 대명사입니다. 수작업을 기본으로 하는데 쌀을 씻는 세미작업도 일일이 손으로 씻고 누룩도 전통적인 목제 상자로 관리합니다.
미나미 주조장 - 홈페이지 인용거의 대부분을 양조알코올을 섞지 않은 쥰마이로 양조하고 있으며 메인으로 쓰는 주조호적미는 인근 에히메현에서 생산한 마츠야마미이(松山三井)입니다. 양조장이 있는 코치현 야스다쵸가 산이 대부분인 지리적인 문제로 쌀 재배지가 충분하지 않고 태풍이 항상 들린다는 태풍긴자라는 별명까지 있는 지역이라 현내에서는 쌀을 자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지역은 유자 생산량이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기 기술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코치현의 사케는 마치 니가타의 사케처럼 담려하고 드라이한 탄레이카라구치(淡麗辛口)의 성향이 아주 강합니다. 이 지역에서 주로 잡히는 가다랑어(카츠오)와도 상당히 궁합이 잘 맞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도 특징입니다. 코치현의 사케가 특히 뒷맛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주질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물에 있습니다.
시코쿠는 외딴곳에 떨어져 있어 유배지이기도 했던 섬이었는데 어느 일반 작은 아담한 섬의 이미지가 아니라 상당히 산세가 험하고 계곡이 험준합니다. 산이 깊을수록 계곡도 깊은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이 계곡에 흐르는 물이 너무나도 맑고 깨끗합니다. 특히 일본의 3대 청류(清流)중 하나이며 일본 최후의 청류라 불리는 시만토가와가 이곳 코치에 있습니다.
시만토가와와 친카바시 - 타비이로 인용196킬로의 길이에 해당하는 이 강은 댐이 없고 여름에 물이 불어나면 험한 산세로 인해 엄청나게 물이 불어나서 이 강에 걸쳐진 다리는 모두 난간이 없는 친카바시(沈下橋)로 건설되었습니다. 불어난 물에 떠내려오는 나무 등이 난간에 걸려서 다리가 압력을 받으면 하중을 못 버티게 됩니다. 그래서 다리가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잠겨버리도록 한 설계입니다. 총 47개의 친카바시가 건설되어 있으며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이 강은 은어, 민물장어 등이 많고 말 그대로 천연의 보고입니다.
이러한 시만토가와는 초연수로 미네랄 함유량이 극도로 적습니다. 이 물로 빚어지는 사케가 바로 탄레이카라구치인 것입니다. 하지만 미나미는 전혀 다른 주질인 호쥰우마구치(芳醇旨口)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기가 화려하고 감칠맛을 듬뿍 담았으면서도 단맛은 절제되어 있고 산미와 깔끔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쉽게 질리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맛의 차이는 단순히 일반적인 코치현의 사케는 서쪽의 시만토가와 수계의 물을 쓰고 코치현의 동쪽에 위치한 미나미는 야스다가와의 물을 쓴다는 것의 차이라기보다는 양조방법, 특히 누룩을 만드는 차이에 있습니다.
자동제국 기계와 하코코우지호 - 나다 사케 연구회 인용 미나미는 창업 이래 계속 대대로 이어진 '양보다 질'이라는 창업 이념과 하코코우지호(箱麹法)라는 독자적인 양조 노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코코우지호는 누룩을 만드는 제국(製麹)의 한 종류로 최근의 자동제국 기계를 이용한 방법이 아닌 전통적인 목제 나무통을 이용한 수작업으로 누룩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향기와 단맛, 그리고 감칠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냄과 동시에 깔끔한 뒷맛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미나미는 우리말로 하면 단순히 '남쪽'을 의미합니다만, 다행히 일본 전체로 보더라도 시코쿠 지방을 보더라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크게 헷갈릴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참고로 남부비진(南部美人)이라는 사케가 있습니다만 이름을 보면 남부 지방에 있어야 할 듯한데 실제로는 일본의 북쪽 이와테현에 있는 사케입니다. 남부는 이 지역을 지배했던 번주 이름인데 하필이면 남쪽이라는 의미의 남부와 한자까지도 같아서 많은 혼동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미나미 주조장의 미나미 - 홈페이지 인용제가 개인적으로 손님과 접대를 하거나 사케를 고르게 될 때 이 미나미가 자주 있지는 않지만 보이면 바로 추천을 하는데 그 이유는 아재성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손님에게 이 사케를 추천하는 이유는 사케이름도 손님도 미남이라서요'
그럼 미나미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미나미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주조호적미의 최고봉인 효고현산 야마다니시키를 40%까지 정미한 화려한 향기와 고급스럽고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일품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