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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Oct 22. 2023

20 - 왜 한국에선 정종이라 부르는가?

데자토(デザート) 

소주韓잔 사케日잔 - 1

청주를 한국에서 정종이라 부르는 이유



내가 처음 접한 청주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던 어린 시절로, 그 당시는 모두가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백화수복


명절에 차례를 지낼때나 친척 제사때 아버지가 1.8리터 큰병으로 가져가시면서 알게 된 술이었다.


보통 때는 막걸리, 맥주, 소주를 드시는데, 왜 선조께 인사드릴 때는 정종을 올리는지 알지를 못했고, 왜 항상 데워서 상에다 올리는지 지금도 그 의문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역사학자도 아니며, 문화전문가도 아니기에, 지식의 깊이가 얕아서 정보의 오류가 있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라며,


상기 의문들 중 왜 청주를 정종이라고 불리는지에 대한 것만 살짝 끄적여볼까 한다.


먼저 일본에서의 상황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현재 고베(神戸)의 남부 항만쪽에 해당하는 효고현(兵庫県)의 나다(灘)지역에서 야마무라 타자에몬(山邑 太佐衛門) 이 1717년 청주 양조장을 창업하게 된다. 그 당시의 양조장은 청주 브랜드를 대부분 그 당시의 유명한 배우의 이름을 쓰고 있었으며, 이 양조장도 신스이(薪水)라는 브랜드로 유통시키고 있었다.  


나다(灘)지역의 청주 양산체제의 기폭제가 된 미야미즈(宮水)라는 명수<名水>를 발견하기도 한 6대째 야마무라 타자에몬이 기존 브랜드는 어감이 여성적이라, 주로 남성이 메인 고객인 소비자들의 분위기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시대에 맞는 개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출처:耳寄りな話題

(참고로, 야마무라 타자에몬은 세습명으로 자손이 계속 같은 이름을 쓰는데, 현재 2021년에도 같은 이름으로 11대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전부터 교류가 있던 즈이코지(瑞光寺)라는 절에 방문하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책상위에 놓인 경전에 쓰여있는 임제정종(臨済正宗)이라는 글자를 보고, 청주(清酒、せいしゅ、세이슈)와 정종(正宗、せいしゅう、세이슈)이 음율이 비슷한점을 발견한다.


요즘말로 하면 아재개그일 수도 있는데, 이를 따서 세이슈(正宗)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든다.


게다가, 정종이라는 의미는 한국에서도 종가집이라는 표현을 쓰듯 오리지날 원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경전의 임제정종의 의미도 중국에서 건너온 임제종이라는 종파의 정통 종가 사찰이라는 의미도 지니는 것이다.


즉, 이 술의 브랜드는 원조 양조장이라는 의미도 부여하는 것이 되니, 상당히 잘 이루어진 네이밍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正宗라는 브랜드의 발음을 상기의 이유로 음(音)읽기인 세이슈(せいしゅ)로 명명하였으나, 세상엔 훈(訓)읽기인 마사무네(まさむね)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최고의 명검을 만들던 도공(刀工)인 마사무네가 正宗라는 한자였고, 그 유명도는 일본도(日本刀)의 대명사로 알려질 정도였다.


사무라이가 권력을 잡은 일본이라, 그 마사무네라는 브랜드의 인지도는 상당해서 의도했던 세이슈보다 마사무네로 읽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고, 전국에 무수히 많은 술들이 마사무네로 명명되는 붐이 일기 시작한다.

사쿠라 마사무네

이에 에도(江戸)시대에서 메이지(明治)시대로 변하면서 상표등록제도가 생겼고, 야마무라는 당연 자신의 마사무네를 등록하려고 하나, 이미 너무 많은 양조장이 마사무네라는 상표를 쓰는 등, 보통명사화 되어버리는 바람에 등록이 거절되어, 어쩔수 없이 일본의 국화(国花)인 사쿠라(櫻、さくら)를 붙여서 사쿠라 마사무네(櫻正宗)로 등록을 하게 된다.


즉, 현재도 149개의 마사무네가 붙는 브랜드가 유통되고 있는데, 이의 원조는 사쿠라 마사무네(櫻正宗)인 것이다.


일제시대 전후로 일본의 청주 제조업체가 한국으로 진출하게 되는데, 광복이 되던 1945년에 “조선 청주 주조 조합원(朝鮮清酒酒造組合員)”의 데이터를 보면 총 119개의 양조장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 메이저급의 청주제조업체는 키쿠 마사무네(菊正宗), 사쿠라 마사무네(櫻正宗) 등이 있었고, 중소 업체들도 여러 마사무네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이 때의 마사무네(正宗)를 한국에서는 음읽기 밖에 없었기에, 정종(正宗)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소주, 막걸리, 맥주의 분류는 있어도, 청주를 대체할 단어가 없었기에, 청주는 곧 정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에서의 청주의 브랜드는 백화수복이고, 대학생 전후땐 보다 많은 유통을 위해서 데워먹는 술이 아니라 차게 먹어도 된다는 컨셉으로 적극 홍보했던 “차고 깨끗한 청하”도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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