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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Nov 15. 2023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

세 번째 악기

사케는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로 만든다. 일반 식용쌀과는 다르고, 단순히 술쌀이라는 의미로 사카마이(酒米)라고도 읽는다.


식용쌀과는 달리 쌀알이 크고, 재배할 때 키가 커서 잘 쓰러지는 등 키우키가 어렵기에 귀하고, 쌀의 가운데에 하얀 심백(心白)이 있어서 정미(精米)하면 할수록 향이 난다.

일본 전체 쌀 생산량의 1%만 차지한다고 하니, 상당히 귀하신 몸이다.


가장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의 왕이라 불리는 야마다니시키(山田錦)가 있고, 홋카이도의 긴푸(吟風), 오카야마 중심의 오마치(雄町), 나가노현의 미야마니시키(美山錦), 니가타현의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 등이 유명한데, 일본 전국적으로 약 100 여개의 품종이 있다고 한다.



일반쌀과 술쌀의 비교 - 데일리 포털 Z 인용


일반적인 식용쌀은 정미비율이 약 92%에 해당된다고 한다. 즉 8%만 깎고 남은 비율이 92%인 것인데, 주조호적미는 단백질이나 지질(脂質) 등이 잡미의 원인이 되기에 식용쌀보다는 더 깎을 필요가 있다.


일반 식용쌀은 삶듯이 물과 함께 밥을 하지만, 주조호적미는 증기로 찌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렇게 되면 외경내연(外硬内軟)이라고 해서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워져, 누룩균이 안쪽으로 번식하기 쉬워지고, 거르지 않은 술인 전국(醪)에도 녹기 쉬워진다.



대표적인 품종을 하기와 같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야마다니시키 (山田錦)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의 왕이라 불린다.  

 중에서도 최고 등급으로 평가받는 산지가 야마다니시키가 탄생한 '효고현 토죠 산 특A지구'(兵庫県東条産特A地区) 다.


1923년에 효고현에서 교배되어 1936년에 품종 등록된 만생(晩生) 주조호적미다.

일본의 북쪽의 토호쿠(東北)에서 남쪽의 큐슈(九州)까지 거의 전 지역에 재배되고 있으며, 야마다니시키는 대체로 향기롭고 균형 잡힌 맛이라, 지명도 및 인기가 상당히 높다.


주조호적미 계보도 : 사케게임-스즈키주조 인용


2. 고햐쿠만고쿠 (五百万石)

심청전의 공양미 삼백석 할 때의 의미처럼 '오백만석'이라는 뜻의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는 동쪽의 요코즈나(東の横綱)로 불린다.


1938년 니가타현(新潟県)에서 교배되었고, 1957년에 쌀로 유명한 니가타현이 쌀 생산량을 현재 기준으로 75만 톤인 500만 석을 달성한 것을 기념으로 등록된 주조호적미다.

심백이 커서 50% 이하로 정미하는 것은 어렵고, 니가타현 술들의 특징인 담려한 맛이 강하다.

조생(早生) 품종으로 추위에 강하고, 이 품종 역시 토호쿠(東北)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2001년에 야마다니시키에 역전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전국의 주조호적미 재배면적이 늘 1위였다.


스모의 표현에 빗대어 야마다니시키를 서쪽의 요코즈나, 고햐쿠만고쿠를 동쪽의 요코즈나로 부르기도 한다.


3. 오마치 (雄町)


오마치는 일단 재배하기 너무 까다로운 환상의 주조호적미다.

에도시대(江戸時代) 때부터 재배되어 온 아주 역사가 깊은 쌀이며, 야마다니시키, 고햐쿠만고쿠의 뿌리가 되는 품종이기도 하다.

만생(晩生)으로 쓰러지기 쉽고, 병에 걸리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 한때는 생산량이 급감했으나, 양조장들의 요청으로 최근 오카야마현(岡山県)을 중심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인기가 너무 많아 오마치(雄町)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들을 오마치스트(オマチスト)라고 부르는 단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야마다니시키의 간기(雁木)


4. 미야마니시키 (美山錦)


미야마니시키는 1978년에 생긴 다소 새로운 신생 품종이며, 중생(中生)으로 나가노현(長野県)에서 탄생한 만큼 추위에 강하며, 주로 관동 북부지방, 호쿠리쿠(北陸) 등 추운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미야마니시키라는 이름은 일본의 알프스로 유명한 나가노현의 산들의 정상에 덮여있는 눈과 같은 심백을 이미지화해서 네이밍 했다고 한다.

대체적인 맛은 산뜻하고 감칠맛이 강하다.


5. 아이야마 (愛山)


아이야마는 효고현 일부지역에서 생산하는 품종이다. 효고현의 역사 깊은 켄비시 주조(剣菱酒造)에서 계약재배되어 온 쌀인데, 최근 인기가 많아져 수요가 늘고 있다.

야마다니시키만큼이나 쌀알이 큰데 심백마저도 커서, 정미를 많이 할 수 없는 특징이 있고, 제대로 된 기술이 아니면 잡미가 나오기 쉽다.


다른 쌀들과는 다소 다른 아주 특별한 독자적인 맛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6. 긴푸(吟風)


홋카이도의 제2호 주조호적미로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품종이다.

제1호였던 하츠시즈쿠(初雫)가 심백의 발현율이 낮아서 이를 높게 만들었고, 홋카이도의 추운 기후를 이겨낼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긴푸의 등장으로 홋카이도의 사케제조가 붐을 일으키게 되기도 했다.




사케를 선택함에 있어서 정미비율, 브랜드, 특정명칭주 등의 여러 선택요소가 있다고 보지만, 주조호적미의 종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같은 브랜드라도 쌀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기에 각자의 취향에 맞는 주조호적미를 찾아보는 것도 훌륭한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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