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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Nov 26. 2023

사케의 맛과 향의 분류

네 번째 악기

일본 왔다가 공항에서 사케는 하나 사야겠고, 아니면 어쩌다가 간 이자카야에서 메뉴를 고르라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를 때 간략한 기준을 알려드린다.


나리타 공항 면세점 사케코너


가장 먼저, 사케를 선택함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케를 분류하는 것일 것이다.

여러 분류법이 있으나, 일본 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건 '니혼슈 서비스 연구회'(SSI)에서 만들어낸 자료다.


니혼슈 서비스 연구회'(SSI)의 사케의 향과 맛에 따를 4가지 분류법의 인용 편집


이 분류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훈주(薫酒, くんしゅ, 쿤슈)

한마디로 하면 향이 진한 사케를 말한다. 과일 또는 꽃과 같은 프루티하고, 달달한 향이 특징이며, 맛은 비교적 경쾌하다. 색은 투명한 것이 비교적 많다. 주로 다이긴죠, 긴죠 계열이 해당된다. 이 훈주가 히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사케 붐을 견인하고 있다.


* 상주(爽酒, そうしゅ, 소슈)

청량감이 있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고, 향은 다소 절제된 맛이 있다. 맛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로 '담려'(淡麗)라는 표현으로 자주 언급된다. 주로 후츠슈(普通酒), 혼죠조(本醸造), 나마자케(生酒) 계열이 해당된다.


* 순주(醇酒, じゅんしゅ, 쥰슈)

쌀의 감칠맛과 깊이 있는 맛이 느껴지는 사케다. 맛이 진하고 짙으며 바디감이 있다. 주로 쥰마이슈(純米酒), 키모토(生酛), 야마하이(山廃) 계열이 여기에 해당된다. 클래식한 사케라고도 얘기할 수 있으며, 옛날 제조법으로 만든 방식의 술이 여기에 주로 해당된다. 우리 어릴때  정종 좋아하시든 어른들이 좋아하는 타입이다.


* 숙주(熟酒, じゅくしゅ, 쥬쿠슈)

맛을 표현할 때 주로 언급되는 단어가 드라이후르츠나 향신료이고, 복잡한 숙성향이 걸쭉한 목 넘김과 농후한 맛을 가진 사케다. 색깔은 황금색 또는 노란색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다. 5년 이상 숙성하는 것이 전형적이며, 고급와인과 고급 위스키가 숙성으로 가치를 더하듯이 사케도 숙성시키면 깊은 감칠맛이 살아난다.

주로 숙성주와 고주(古酒)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분류법이 어느 정도 사케에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역시 초보자에게는 어렵다.


모던과 클래식의 구별 - 사쿠라 사케텐 인용 수정


초보에게는 정말 단순한 분류법이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단순히 클래식이냐, 모던이냐만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어른들의 술, 옛날 이미지의 데워 먹는 술,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고는 감히 도전하기 쉽지 않은 술의 이미지가 클래식이고, 기존 이미지를 벗어난 향이 있고, 프루티하고, 가볍고, 탄산가스 감이 있고, 신선한 느낌 즉 요즘 트렌드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술이 바로 모던이다.


당연히 초보자에게는 모던을 추천하는 바이고, 그 상기 SSI 분류법에 있어서는 훈주(薫酒) 또는 상주(爽酒)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단, 초보라 하더라도, 단 맛보다는 드라이한 카라구치(辛口)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의외로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바디감이 있는 숙주(熟酒)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등 기호는 저마다 다 제각각이기에 단언해서 이 술이 좋다, 저 술이 좋다고 얘기하기에는 상당히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결론적으로 사케 초보자나 입문자에게 권하고자 하는 사케는 대략 다음과 같다.


구체적인 브랜드를 언급하기보다, 상기의 설명을 근거로 라벨 또는 메뉴를 참고해서 선정하시면 될 듯하다. 단, 아무리 최고의 등급인 쥰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醸)라도 만드는 양조장의 제조 수준이 떨어지면 맛이 떨어질 것이고, 최고의 양조장의 혼죠조(本醸造) 웬만한 양조장의 쥰마이 다이긴죠보다 나은 경우도 흔히 있다.


마츠노 고토부키 - 쥰마이긴죠 무로카나마겐슈 오마치 : 이 정도 스펙이면 무조건 맛있음.


 사케노와, 사케타임과 같은 객관적 사케 랭킹 사이트의 순위와 주위 전문가의 평판을 참고해 보면 하기의 단어가 메뉴와 라벨에 적혀있으면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먼저 쥰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醸), 쥰마이 긴죠(純米吟醸)다. 물론 앞에 쥰마이(純米)가 붙지 않더라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최근의 가장 핫한 키워드가 무로카나마겐슈(無濾過生原酒 , 무여과생원주)다.

'무로카'는 여과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나마'는 열처리하지 않았다는 뜻이며, '겐슈'는 물을 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걸 구현할 수 있는 양조장 자체가 일단 상당한 레벨에 올라있는 것이고, 쥰마이다이긴죠에 무로카나마겐슈라면 이건 초대박일 것이다.


그리고 초보자에 안 맞을 확률이 높은 단어는 키모토(生酛)와 야마하이(山廃)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며, 전혀 최근의 트렌드에 맞지 않고, 많이 마시면 다음날 상당히 힘든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슈퍼나 편의점에서 사케를 고르고는 사케전체를 평가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기를 강력 희망한다.





참고로 1300여 개의 양조장에 브랜드는 5000개가 넘는다는 현 상황에서 볼 때 TOP100에 드는 사케는 등급에 관계없이 일단 무조건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필자가 쓰는 '한국무역협회 사케투고칼럼'이라는 매거진에 나오는 브랜드면 거의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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