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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Jan 09.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70: 하네야(羽根屋)

한국무역협회 투고 :  일흔 번째 이야기

하네야 (羽根屋, はねや)

 - 후미기쿠 주조 (富美菊酒造)  토야마현 토야마시 (富山県 富山市)

 - 2024년 새해 벽두부터 토진 노토반도 지진의 피해지역

 - 모든 라인업을 다이긴죠 급의 레벨로 제조해서 마시기도 추천하기에도 부담이 없음.

 - 토야마만 3대 해산물인 시로에비, 호타루이카, 칸부리와 아주 잘 어울리는 사케



필자가 사케로서는 좋아하는 지역이 아니라 그런지 의외로 별로 다루지 않은 지역이 있다. 아니 처음 다루는 지역이다.


바로 토야마현(富山県)인데, 그 옆의 토야마현의 라이벌 지역인 이사카와 현(石川県)도 다룬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처음에는 선입견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검증대상이 많아지고, 관련자료를 보면서 이 지역은 필자와 맛이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맞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사케 제조책임자인 토지(杜氏)에 있다. 일본에는 토지집단이 각 지역마다 형성되어 기존의 전통과 양조방식을 고수하는데, 이 지역은 노토토지(能登杜氏)라 해서 이시카와현, 토야마현, 후쿠이현까지 널리 퍼져있다.


아주 전통적인 방식의 양조가 많고, 바디감이 진하며, 와인글라스에 주로 마시는 요즘 트렌드의 사케가 아니라, 아츠캉에 잘 어울릴 묵직한 종류의 술들이 많다.

키쿠히메(菊姫), 텐구마이(天狗舞), 유호(遊穂), 카가토비(加賀鳶), 긴반(銀盤) 등이 사케가 그러한 특성을 잘 나타낸다.




그러한 인상을 지닌 이 지역에 의외로 강력한 임팩트를 가진 아주 모던한 사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하네야(羽根屋)다.



이 하네야를 소개하기에 앞서, 토야마(富山)라는 지역의 특산물과 지형을 다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토야마는 동해를 향해서 만(湾)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천연의 수조(天然のいけす)라고 불릴 정도로 어자원이 풍부하다. 일본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는 이곳에서 나오는 시로에비(白エビ), 호타루이카(ホタルイカ), 칸부리(寒ブリ) 등이 유명하며, 또 지리적으로도 일본의 3대 명산이라 불리는 3,015미터의 타테야마(立山)와 쿠로베협곡이 토야마를 감싸고 있다.


천연의 수조라 불리는 토야마만의 어종 - NOTE 인용


호타루이카(ホタルイカ)는 우리말로 매오징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반딧불오징어가 된다. 봄의 산란기가 되면 토야마만 연안에 반딧불처럼 나는 해면은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 호타루이카로 만드는 요리 중 가장 명한 것이 오키츠케(沖漬け)라고 하는데, 오징어 통째로 간장에 절여서 먹는 절인 음식으로 사케와 궁합이 아주 좋다.

젓갈처럼 아주 짠데, 다소 호불호가 나뉘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로에비(白エビ)는 직역하면 하얀 새우라는 뜻인데, 일본의 여러 곳에서 잡히긴 하지만 이 시로에비만을 잡으러 바다로 나설 정도의 어획량이 되는 곳은 바로 이 토야마만(富山湾) 뿐이라, 토야마만의 보석(富山湾の宝石)이라고도 불린다.

6~7월이 성수기인데, 연간 약 600톤 정도가 잡힌다고 한다.

덮밥으로도 먹기도 하고, 튀겨서 나오기도 하는 등 여러 요리가 있는데,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영양이나 귀해서라기보다 이 새우를 잡아서 껍질을 까는 작업이 상당한 수작업과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요리는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 중 하나고, 당연히 하네야와 같은 현지의 지자케(地酒)와 궁합이 맞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칸부리(寒ブリ)라고 있는데, 네이버사전에는 '겨울에 잡히는 방어'라고 나온다. 부리가 우리말로 방어인데, 필자가 어류에 다소 아니 아주 많이 약하다 보니 한국 측 이름을 잘 모른다.

일본에서는 같은 어종이라도 성장에 따라 고기 이름을 다르게 부르게 되는 어종이 있는데, 이를 출세어(出世魚-しゅっせうお)라고 한다.

이 방어도 출세어인데, 길이가 15~30센티를 와카시, 30~50센티를 이나다, 50~60센티를 와라사, 60센티 이상을 칸부리라고 부른다. 이는 또 칸토 지방(関東地方)에서의 호칭이고, 칸사이 지방(関西地方)은 또 쟈코, 와카나, 츠바스, 하마치, 메지로, 부리 순으로 이름이 바뀌고, 또 다른 지역들도 이름이 또 다르다는데, 한국말로도 어려운 이 어종을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한 가지 어종에 이렇게나 많은 어려운 호칭이 있지만, 그냥 겨울에 토야마현에서 잡히는 통통하고 기름과 살이 오른 칸부리만 외우면 되겠다.


토야마를 둘러싼 타테야마 연봉 - 라쿠텐 트레블 인용


토야마현의 상기 3가지 대표적 해산물이 사케와 그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가 없어서 하네야를 소개하기 전 잠시 소개를 해봤다.




하네야를 양조하는 은 후미기쿠 주조(富美菊酒造)로 토야마현 토야마시에 자리한 소규모의 양조장이다. 1916년에 창업을 했으며, 현재 사장은 하네 케이키(羽根敬喜) 상인데, 도쿄의 대형 발효제조업체에 근무하다가 본가로 돌아오게 된다. 와서 보니 일반 시판주와 품평회용을 따로 만들고 있었는데, 초기에 다소 내부적인 마찰이 있었지만, 전면적으로 바꿔 모든 시판주도 다이긴죠급인 품평회 레벨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서울 사케 페스티벌에 참석한 하네야


후미기쿠 주조는 후미기쿠(富美菊)와 하네야(羽根屋)의 두 개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후미기쿠는 지역에서 판매하는 지자케이고, 하네야는 전국시장을 무대로 판매하고 있다. 하네야는 술탱크에서 술을 짜낼 때 가장 안정적이고, 고급진 부분가운데층의 나카도리(中取り)만을 취급하고 있어, 손이 아주 많이 가고, 그 수량도 한정적이라 맛도 좋지만 구하기도 상당히 귀한 술이라 할 수 있다.


하네야라는 브랜드의 유래는 당연히 양조장 집안이 하네(羽根)라서 하네야라 붙여졌겠지만, 양조장이 내세우는 콘셉트는 다음과 같다.


날개가 비상하듯, 마시는 사람의 마음이 날아오르는 듯한 사케로서 존재하고 싶다.

(翼が飛翔するが如く、呑む人の心が浮き立つような日本酒として存在したい)



일 년 내내 사케를 생산하는 사계양조(四季醸造)를 하고 있는데, 쥰마이긴죠 나마겐슈 품목인 키라비(煌火)와 쥰마이 다이긴죠 품목인 츠바사(翼)를 새로운 주축라인업으로 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국제 품평회인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WC) 사케부문에서 2년 연속 금상을 수상하고, 쿠라 마스터 2018에서도 최고등급인 플래티넘 상을 받았으며, 2015년도부터는 JAL 퍼스트클래스 라운지에 제공주로 선정이 되는 등 해외와 전국적으로 인기가 상당히 많다.


하네야는 사케 마니아들 사이에서 야마가타의 쥬욘다이(十四代), 미에의 지콘(而今)이 걸어온 길과 같다고 해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연간 500석 (약 9만 리터)만 생산하는 소규모 양조장이다. 참고로 일본에서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는 하쿠츠루(白鶴)는 하루에 50만 리터를 생산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적은지 대략 감이 잡힌다.


그리고 토야마를 감싸는 타테야마(立山)의 물을 이용하고, 토야마 쌀을 고집함으로써 현지지역에서 사랑받는 지자케로서의 품격도 갖추고 있다.


토야마현의 지자케 들


하네야는 모든 술의 공정을 다이긴죠 양조 수준으로 공을 들여 처리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어떤 라인업을 마셔도 최소 기본은 한다는 안심감이 사케를 소개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아무쪼록 금번 새해벽두부터 터진 노토반도 지진은 여기 토야마와 상당히 가깝고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무쪼록 올 한 해도 건강을 유지한 가운데 사케음주를 즐기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토야마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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