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즉, 니혼슈 시장에서 주목을 덜 받다가,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야마구치현(山口県)의 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닷사이(獺祭)때문에 주목받기 시작한 야마구치현(山口県)인데, 의외로 타카(貴), 간기(雁木), 고쿄(五橋), 텐비(天美), 오오미네(大峰) 등 엄청난 명주가 많다.
그중에서 이름도 독특하지만, 맛에서 단연 앞서는 토요비진(東洋美人), 즉 동양미인이 그 주인공이다.
1921년 창업한 스미카와 주조장 (澄川 酒造場)에서 만드는데, 2021년에 딱 100주년을 맞이했다.
창업전에는 쌀 도매상이었으나, 친척의 양조장을 이어받아 창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100년이 넘었다고 하지만, 니혼슈 주조에 있어서는 비교적 젊은 회사로 분류된다.
야마구치현(山口県) 하기시(萩市)에 자리 잡은 양조장인데, 하기시(萩市)는 근대 일본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엄청난 역사의 고장이다. 그리고, 하기야키(萩焼)라고 해서 도자기로도 꽤 유명하다.
일본을 세계 강국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의 주인공이 쵸슈한(長州藩)과 사츠마한(薩摩藩)인데, 그 주축인 쵸슈한(長州藩)의 본거지가 바로 여기 하기시(萩市)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도로, 철도, 항만의 정비가 늦어져서 발달이 늦게 되기도 했지만, 막부 말기(幕末) 시대부터 세계 2차 대전 전까지 일본의 정재계(政財界)에 꽤 비중 있는 인물들이 다수 배출된 곳이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요시다 쇼인(吉田 松陰)이라는 사람이 쇼카손쥬쿠(松下村塾)라는 사설 교육기관인 사숙(私塾)을 세워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토 히로부미(伊藤 博文), 타카스기 신사쿠(高杉 晋作) 등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주역과 근대 일본의 유명 정치가 들을 아주 많이 배출한 일본 정치인의 산실이다.
지금도 전 아베 총리를 포함해서 가장 많은 총리를 배출하는 현이 야마구치현(山口県)인데, 그 중심이 바로 여기 하기시(萩市)이자, 쇼카손쥬쿠(松下村塾)인 것이다.
지난번 나가사키 비진(長崎美人) 때에도 언급했지만 일본에는 비진(美人)이 들어가는 니혼슈가 상당히 많다.
현재 사장은 스미카와 타카후미(澄川 宜史)씨로 창업 후 4대째 당주(当主)에 해당된다.
1973년생으로 도쿄농업대학양조학과(東京農業大学醸造学科)를 졸업 후 바로 스미카와 주조장(澄川酒造場)에 입사해서. 2007년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도쿄농업대학양조학과(東京農業大学醸造学科)는 지금 트렌드의 니혼슈의 주질과 맛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 바로 쥬욘다이(十四代)의 15대 당주인 타카기 아키츠나(高木顕統)도 이 대학을 다녔다.
스미카와 타카후미(澄川 宜史) 사장은 이 쥬욘다이(十四代)의 타카기 주조(高木酒造)에 실습까지 다녀오는 등 토요비진(東洋美人)의 주조에 있어서 쥬욘다이(十四代)의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일본 최대 최고봉의 니혼슈 시판주(市販酒) 콘테스트인 사케컴페티션(酒コンペティション)에서 3년 연속으로 1위를 획득하기도 했다.
주조(酒造)의 주 콘셉트는 "빈 잔에서 한잔으로" (0杯から1杯へ)다. 우리말로 하면 퍽 와닿는 표현은 아니지만, 무(無)에서 제대로 된 한잔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담는다는 뜻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동양미인이라는 토요비진(東洋美人)의 브랜드의 유래는 창업 시의 초대 당주(当主)가 죽은 아내를 기리며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꽤나 로맨틱한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4대째 당주인 스미카와 타카후미(澄川 宜史)가 취임한 후, 도쿄 쪽에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야간버스를 전세로 빌려 니혼슈를 직접 야마구치현(山口県)에서 도쿄까지 다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갔다고 한다.
그런 노력이 이어져, 평판과 매출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던 가운데, 2013년 야마구치현(山口県) 하기시(萩市)에는 엄청난 집중호우가 들이닥치게 되는데, 양조장은 전체가 침수가 되고, 찜통 등 대부분의 기계들은 거의 못쓸 정도로 궤멸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양조장과 관련된 1500여 명의 지인들이 힘을 합쳐서, 더 이상 복구 및 재기가 힘들 거라는 상황 속에서 기적에 가까운 부활을 이뤄내고 만다.
야마구치현 루리코지 (瑠璃光寺)
2014년에 SAKE COMPETITION의 Free Style under 5000 부문에서 1위를 획득하기도 했으며, 각종 경쟁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차례 획득하고, 2016년에는 러일 정상회담에 토요비진 쥰마이 다이긴죠 이치방마토이(東洋美人 純米大吟醸 壱番纏)가 만찬주로 제공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푸틴 대통령이 한잔 마시고는, 그 맛에 반해 술이름이 뭐냐고 되물었다는 일화가 있기도 하다.
2019년에는 JAL 퍼스트 클래스의 제공주로서 토요비진 쥰마이 다이긴죠 잇텐(東洋美人 純米大吟醸 一天)이 선정되기도 했다.
잇텐(一天)은 '어느 하루'라는 뜻도 있고, '하늘이 가득한'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고 한다.
라벨은 하늘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미비율 35%의 백도(白桃) 향의 프루티한 쥰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醸)라 JAL의 퍼스트 클래스에 딱 어울리는 사케가 아닌가 생각된다.
토요비진(東洋美人)은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 즉, 술쌀을 효고현(兵庫県) 중에서도 특A지구인 카토시 토죠산(加東市 東条産) 야마다 니시키(山田錦)를 쓴다. 이곳은 야마다니시키(山田錦)가 태어난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는 일본 제일의 복어 생산지
즉, 혼을 담고, 정성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쌀의 선정인데, 니혼슈 주조에 있어서의 최고의 쌀을 쓰니 일단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현지의 지역농가의 야마다니시키(山田錦) 및 다른 주조호적미를 쓰는 라인업도 있으나, 기본 축은 효고현(兵庫県)산 야마다니시키(山田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