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도요비진(東洋美人), 나가사키 비진(長崎美人)으로 니혼슈 비진(美人)시리즈를 두개나 게재했으나, 또 다시 그냥 지나치지 못할 미인(?)이 있어서 소개해보기로 한다.
역대 니혼슈의 비진(美人) 시리즈 중 가장 원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남부비진(南部美人)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선 다른 칼럼에서도 살짝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남부비진(南部美人)의 남부(南部)는 방향을 나타내는 남쪽부분의 남부가 아니다.
옛부터 이 지역을 다스리던 다이묘(大名) 남부씨(南部氏)의 영향으로 이렇게 명명되었다.
참고로, 이 지역의 옛 번(藩)의 이름은 남부번(南部藩)이고, 유명한 철기 그릇의 이름은 남부텟키(南部鉄器)이며, 토지(杜氏)집단은 남부토지(南部杜氏)다.
남부번(南部藩)의 다른 이름은 모리오카번(盛岡藩)으로, 지금의 아오모리현(青森県)의 동부에서 이와테현(岩手県)의 북부에 걸친 지역을 다스리던 번(藩)이다. 번주(藩主)가 남부씨(南部氏)였기에 남부번이라고도 불리었다.
일본의 북부에 위치하면서 남부(南部)라는 이름을 쓰니 더욱더 헷갈리는 듯 하다.
그리고 일본인이라면 하면 웬만하면 다 아는 남부텟키(南部鉄器)라 불리는 철기용기가 있다.
엄청나게 무겁고, 투박해보이지만, 인기가 많은 이유는 간략히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평생 소유할 수 있다는 내구성이다. 한번구입하면 거의 가보급으로 소유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철이 수돗물 등의 석회성분을 제거해주기에, 늘 마시던 커피나 차도 남부철기로 끓이면 맛이 달라진다.
또, 이 남부철기로 끓이면 철분이 녹아내려 건강에도 좋고, 보온성도 뛰어나며, 디자인적으로 상당히 고귀한 멋을 자아낸다는 것은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에겐 상당한 장점이다.
이와테현(岩手県) 남쪽의 명소 히라이즈미(平泉) 인근 오미야게(お土産)가게에 진열된 남부철기
그리고 철(鉄)로 그릇을 만들던 남부텟키(南部鉄器)의 남부(南部)에는 이름에 조금 재미난 스토리가 있다.
2차대전후, '중소기업등 협동조합법(中小企業等協同組合法)'에 근거해 구 남부번(南部藩)의 영내에 있던 이와테현(岩手県)내의 모리오카시(盛岡市)를 중심으로, 하나마키시(花巻市), 시즈쿠이시쵸(雫石町)의 주물업자(鋳物業者)들이 1949년에 현재의 '남부철기협동조합(南部鉄器共同組合)'을 설립했다.
그리고, 다테(伊達)가 통치하던 센다이번(仙台藩)의 영내였던 오슈시(奥州市)를 중심으로 한 탄코 지구(胆江地区)의 주물업자가 1954년에 '미즈사와 주물공업협동조합(水沢鋳物工業協同組合)'을 설립했다.
이 두단체는 1959년에 이와테현 남부철기 협동조합연합회(岩手県南部鉄器協同組合連合会)로 통일되었다.
이 미즈사와 주물공업협동조합(水沢鋳物工業協同組合)은 엄밀히 말하면, 남부씨(南部氏)와도 남부번(南部藩)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기에, 굳이 같은 맥락으로 명명하자면 센다이철기(仙台鉄器)라 불러야 하나, 두 조합의 통일에 의해 남부철기(南部鉄器)가 되었다.
즉, 모리오카시(盛岡市) 중심의 남부철기(南部鉄器)는 남부번(南部藩)에 유래한 것이고, 오슈시(奥州市)의 남부철기(南部鉄器)는 남쪽에 있어서 남부철기가 된 것이다.
나리타공항이든 하네다 공항의 면세점 코너에 가면, 항상 엄청 무거우면서, 돌기로 뒤덮인 주전자가 있다. 그게 바로 남부텟키(南部鉄器)이니, 다음에 눈에 띄거든 조금 아는체 해보는 것도 본 칼럼을 보는 작은 재미일 수도 있겠다.
남부철기(南部鉄器) - 이와츄 홈페이지 인용
남부비진(南部美人)을 만드는 '주식회사 남부비진'은 1902년에 창업하였다.
니혼슈를 양조하는 여타 양조장에 비해서, 그리고 그 유명세에 비해서는 아주 젊은 양조장이다.
금번 칼럼을 쓰려고 자료를 모으면서 다소 놀랐던건, 남부비진(南部美人)이 이렇게까지 크고 대형화되었으며,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었는지를 알고나서부터다.
지난번 게재했던 겟케이칸(月桂冠), 닷사이(獺祭)처럼 유명하기는 하나, 손수 만드는 느낌보다 기계로 찍어내는 느낌을 가져다주는 순간, 니혼슈(日本酒)에서의 브랜드 가치는 확 떨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그 유명세에 비해서 사케 랭킹에서는 ('사케노와' 기준) 제법 떨어진다. 이와테현에서는 2위를 자리하고 있으나, 전국에서는 84위다.
이와테현의 부동의 1위인줄 알았으나, 이미 그 왕좌의 자리는 최근의 신흥세력인 아카부(赤武)에 완전 내어주고 말았다.
아카부(赤武)는 전국순위에서도 11위를 차지해 곧 TOP10 입성을 앞두고 있다.
재미난 사실은 주식회사 락크(株式会社ラック)라는 보안 전문회사가 전국의 미인(美人)과 관계된 술 13가지를 블라인드 테스트로 단순히 맛이 있다, 없다로만 판별해서 랭킹을 매긴 이벤트가 있었다.
간단하게 이름만 리스트업 하면, 남부비진(南部美人), 미야코비진(都美人), 후쿠비진(福美人), 토요비진(東洋美人), 키쿠비진(菊美人), 츠무기비진(紬美人), 미카에리비진(見返り美人), 우메비진(梅美人), 나가사키비진(長崎美人), 키슈비진(紀州美人), 시마비진(島美人), 비진쵸(美人長), 치에비진(智恵美人)의 13가지다.
여기서 3위가 미야코비진(都美人), 2위가 치에비진(智恵美人), 그리고 1위가 바로 남부비진(南部美人)이었다.
13개의 미인(美人)이 들어가는 네이밍을 가진 니혼슈 컨테스트에서 남부비진이 1등 - IENOMISTYLE 인용
남부비진(南部美人)은 쌀에 대해서 상당히 엄격한 고집이 있다.
지역쌀을 중심으로 해서 양조를 한다는 것이다.
이와테현(岩手県)과 주조조합(酒造組合), 그리고 이와테현 공업기술센터(岩手県工業技術センター)가 공동개발한 이와테현(岩手県) 오리지널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인 긴긴가(吟ぎんが)와 긴오토메(ぎんおとめ)를 메인으로 빚어내고 있다.
최근 2012년에는 일본최고의 술쌀(酒米)인 야마다니시키(山田錦)를 넘기위해 다이긴죠(大吟醸) 전용으로 개발된 이와테현(岩手県) 오리지널 술쌀(酒米)인 유이노카(結の香)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남부비진(南部美人)이외에 또 하나의 상표등록된 별도의 브랜드 호바이(芳梅)에서는 타키자와시(滝沢市)의 농가와 계약해서 완전 무화학비료 무농약재배로 키워낸 미야마니시키(美山錦)를 사용하는 시리즈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뷰티 시리즈(Beauty Series)라 해서, 같은 쥰마이긴죠(純米吟醸)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같은 정미비율', '같은 효모'를 사용해서 쌀만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아이야마(愛山), 미야마니시키(美山錦) 등의 다른 종류를 써서 쌀의 맛을 별도로 즐겨보는 시리즈도 시작했다.
그리고 남부비진(南部美人)은 자체적으로 효모를 배양하고 있다.
효모의 배양방법은 각 양조장마다 다르다.
남부비진(南部美人)은 이와테현 공업기술센터(岩手県工業技術センター)에 부탁해서 효모배양을 하고 있었는데, 최상의 상태에서 주모(酒母)에 넣어, 최상의 술을 만들고 싶은데, 모리오카시(盛岡市)까지 효모를 받으러 다녀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최상의 효모의 상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에 2016년이후부터는 모든 효모 배양을 자체적으로 해서 바로 최상의 효모를 주입하게 되었다.
남부비진(南部美人)의 네이밍의 유래는 이 지역의 옛이름인 남부(南部)와 깨끗하고 아름다운 술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미인(美人)에 비유해 지었다고 한다.
남부비진(南部美人)은 일본의 3대 토지(杜氏)중 하나인 남부토지(南部杜氏)의 전통을 이어가며 양조한다.
매년 반복되는 양조작업이지만, 매번 초보자의 마음으로 항상 작업에 임한다는 것이 남부토지(南部杜氏)의 마음가짐의 첫걸음이라고 한다.
남부토지(南部杜氏)는 니혼슈에 있어서, 일본 3대 토지(杜氏) 중하나다.
이와테현(岩手県) 하나마키시(花巻市)의 이시도리야쵸(石鳥谷町)를 거점으로 하는 거대한 토지(杜氏) 집단의 이름이며, 토지조합(杜氏組合)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남부토지의 거점인 하나마키시(花巻市)에 있는 남부토지덴쇼칸(南部杜氏伝承館) - 후루사토쵸이스 인용
유파(流派)로 얘기할때는 남부류(南部流)라 칭하기도 한다.
일본 3대 토지(杜氏)중 나머지 두개의 토지(杜氏)는 효고현(兵庫県)의 탄바토지(丹波杜氏), 니가타현(新潟県)의 에치고토지(越後杜氏)다.
이 남부토지(南部杜氏)들이 현재 양조하는 유명한 니혼슈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덴슈(田酒), 아사비라키(あさ開), 하토마사무네(鳩正宗), 이치노쿠라(一ノ蔵), 이소지만(磯自慢) 등이 있다.
그리고 남부비진이 자리잡은 터는 이와테현(岩手県) 니노헤시(二戸市)인데, 여기 지명이 다소 특이하다. 대부분 시골지역이라 개별로는 크게 임팩트가 강한 곳은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인상깊다.
먼저 이치노헤(一戸)부터 쿠노헤(九戸)까지 순서대로 마을이 있다. 단, 욘노헤(四戸)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치노헤(一戸)부터 쿠노헤(九戸) - hatenablog 인용
남부번(南部藩)의 시조인 남부 미츠유키(南部 光行)가 누카노부(糠部)라는 지역에 9개의 목장을 설치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서 이치노헤(一戸)부터 쿠노헤(九戸)까지 이름을 명명한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신칸센 역이 있고, 컨테이너 항구가 있으며, 무츠핫센(陸奥八仙) 양조장이 있는 하치노헤(八戸)가 그 중 가장 발전되었다.
남부비진의 창업시의 회사명은 지금의 '주식회사 남부비진(株式会社 南部美人)'이 아니었다. 간략히 회사 개요를 보면 하기 같다.
1902년 창업후, 초기에는 호리노토모(堀の友)라는 브랜드로 출시
1916년 쿠지 주조(久慈酒造)라는 상호로 합명회사를 설립
1951년 남부비진(南部美人)을 출시
1997년 해외로 수출시작
2017년 JAL 국내선 퍼스트클래스 제공주 지정
2020년 ANA 국제선 퍼스트클래스 제공주 지정
워낙 최근에 프루티(Fruity)하고, 쥬시(Juicy)한 긴죠(吟醸)계열의 니혼슈가 많이 등장해, 예전의 인기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젊은 감각의 직원들이 꾸준히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연구와 노력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기계화 니혼슈로 치부할 수준은 충분히 넘는 듯 하다.
홈페이지가 대형화되고, 상업화 된 느낌을 주는것을 세속화되어버린 느낌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이면에 깔린 노력과 열정이 너무 대단한 것이다.
JAL 또는 ANA를 타게 되면, 이 남부비진을 즐겨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