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lly Rooney
91년생 아이랜드 작가의 책 "Normal People" 이 이번 달의 책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박사, 포닥의 spouse, partner 들을 알음알음 모아 북클럽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지난 몇 년간 물리적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었다.
책으로 연결되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뭔가 더 깨끗하고 예의를 갖추는 시간일 것만 같았고, 소리 내어 읽고서는 짧게 생각을 주고받는 독서모임에 가끔 참여해 본 경험에 비추어 봐서, 책을 베이스로 나누는 대화는 아무래도 중구난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밀도가 높은 것 같았다. 그래서 작년 말, 여건이 허락되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북클럽을 만들었다.
책이 두껍든 얇든 한 달의 읽는 시간을 주고,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다.
나이, 성별, 국적 (당연히 종교, 정치성향, LGBTQ, etc 포함) 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제는 11명이 참여해 주었는데, 브라질, 영국, 이집트, 이탈리아, 이스라엘, 일본, 한국, 캐나다에서 온 친구들이 한데 모이니 정말 책 한 권이 사람을 묶어주는 역량에 다시금 짧게 감탄했던 것 같다.
"Normal People"은 어떻게 보면 아직 한참 미성숙한 두 주인공의 성장기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Connell - 매우 잘생긴 외모로 묘사된다 - 과 Marianne. 둘은 Ireland의 작은 도시 Sligo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서, 함께 대도시 Dublin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다.
소설은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시점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각자의 가치관, 성격과 더불어 대조되는 집안 배경과 드라마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오롯이 드러난다.
Connell과 Marianne은 연인이었다 친구였다를 반복하며 따로, 또 같이 자신과 상대방을 점점 더 깊이 이해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는데, 웬걸, 정말 다양한 혹평들이 어제 독서 모임에서 쏟아져 나왔다.
'남자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개새끼이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이 significant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십 대에 보통 다 느끼고 겪을법한 얘기 아니냐, 도대체 이 책이 왜 뜬 거냐', 'TV 쇼로도 나왔는데, 여자 주인공이 지나치게 이쁘다', 등등 너무나 찬란하고 다양한 비평에 정신을 잠시 못 차렸었다. 그 와중에 'Connell 이 나중에 그 정도면 개과천선 한 거 아니냐', '무슨 말이냐, Connell 은 시종일관 그냥 나쁜 놈이다' 등의 의견차가 있었다. 반면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 책에 대해 좋게 평가한 부분은 '열린 결말이라서 좋았다'였고, 이것 만큼은 온전한 통일점을 보았다.
다이내믹한 담론 중에 어떤 남자 멤버분께서 'I was Connell when I was in college'이라고 또 솔직한 발언을 해주셔서 정말 나도 모르게 - 나를 포함한 몇몇이 - 박장대소를 참지 못했다. 베드보이였던 걸 말하는 건지, 대학시절엔 좀 생겼었다 를 말하고 싶은 건지, 둘 다인 건지 좀 자세히 물어볼걸 그랬다.
책 자체보다도 훨씬 더 흥미로운 토론이었어서, 어제는 진심으로 북클럽을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책을 뭘로 할까. 뭐가 됐든 어제만 같이, 굳이 타인 눈치 안 보고, 자유롭고 재미있게 생각을 주고받기를.
책으로 연결되는 그 시간만큼은 책 밖 세상의 걱정이나 고민은 내려놓기를.
그런 시간이 되기를 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