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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젬툰 Feb 19. 2017

하남자들은 노래방에서 대결한다.

나를 보통의 남자라 한다면 내가 친구들과 주말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당구장에서 만나 당구를 두 세 게임 정도 친다. 당연히 밥과 술 내기다. 일찍 만났을 경우 꼴찌가 술, 중간 등수가 밥. 일등은 당구 게임비를 낸다. 대체적으로 저렇게 하면 등수와 금액이 서로 반대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술을 곁들이다 술을 더 먹기에 애매하면 중간에 경기를 하나 더 끼워 넣는다. 볼링이라던지 실내 야구라던지 스크린 골프 같은. 당연히 경기에서 진 사람이 게임비와 술값을 또 낸다.

술자리뿐 아니라 남자들의 일상은 남자들과의 시합으로 가득 차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회사 생활은 당연히 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합이고, 학창 시절 누가 굳이 말은 안 해도 그 반의 공부 1등과 2등, 싸움 1등과 2등은 정해져 있다. 남자에게 삶이란 등수를 인정받고 그 등수를 올리기 위한 과정일지도.

근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노래방이었다. 여자 친구는 그랬다. "남자들은 막 음정이 높은 노래 부르면 자기가 노래 잘하는 줄 알아. 여자들은 음색 좋고 분위기 좋은 노래 잘 하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하긴 그렇다. 내가 스틸 하트의 She's gone을 원키로 소화할 수 있다한들 그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일 뿐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것과는 무관하다. 임창정이나 임재범의 노래같이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꼭 부르는 노래들은 남자들에게 일종의 '도전 정신'과 '경쟁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 '자 내가 임창정 노래를 원키로 불렀는데, 너는 뭘로 응수할 거야?' '그래? 그럼 나는 임재범의 고해를 불러주지.' '오~ 고해가 끝까지 올라가네? 그럼 내가 부를 노래는...' 명백한 스포츠다. 명백한 경쟁이며 싸움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들이랑 노래방을 가면 재미가 없는 거다. 마치 당구장에 덩그러니 놓인 여자 친구처럼... 노래 부르기 마저 운동 시합처럼 서로 경쟁을 하는 남자들. 하지만 모든 경쟁에는 또 단합이 있다. 힙합. 내 친구가 저기 앉은 여자의 마음에 들길 간절히 바라면서 친구의 랩에 라임을 타 주고 싸비를 불러주는 어시스트. 나를 죽여 친구를 살리려는 숭고한 희생정신.

노래방도 운동 경기이기 때문에 노래를 못하는 남자들은 노래방에 가기를 죽어도 싫어한다. 거기에 가면 자기는 스스로를 생존시킬 수 없는 유약한 초식 동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육식 동물의 이빨을 피해가며 그저 숨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자신을 보기 싫어서. 노래방의 목적이 경쟁이 아닌 '놀이'였다면 잘하고 못 하는 게 무슨 대순가. 음치의 열창만큼 즐겁고 웃긴 게 없는데. 그럼에도 음치 남자가 노래하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왜 이런 뻘글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중에 한 번 더 다듬으면 '남자' '경쟁' '노래방'이라는 키워드로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황급히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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